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간의 '후보검증' 논란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이 공판과정에서 허위진술을 교사하면서 1억2500만 원의 거액을 줬다"고 폭로해 검증공방에 기름을 부은 김유찬 씨는 20일 <YTN>과의 통화에서 "이 전 시장 측이 자신에게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내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 위증 교사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추가로 폭로할 자료에는 자신에게 돈을 준 사람과 시간과 장소는 물론 이 전 시장 측에서 준 법정 예상 질문지와 답변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그는 CBS 라디오 <이슈와 사람들>에 출연해 "국회 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국회)감사관실로부터 (이명박 당시 의원의) 재산이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를 이 의원에게 보고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그 이후에 유야무야 묵살되고 말았다"며 이 전 시장의 재산규모에 대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면전 일보직전
박근혜 전 대표도 전면에 나섰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 측에서 제기하는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억지로 지어내서 하는 것도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김유찬 씨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검증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는 당이 선택할 일"이라며 "(검증을 안 할 경우) 국민들은 사실을 잘 모르게 된다. 내용에 대해서 하찮은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검증은 필요하다고 했고, 나를 포함해 어떤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 또 실패할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검증은 누구나 받아야 하며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일단 강대강 충돌로 인한 확전을 피한다는 입장이지만 법률자문단을 통해 법적 절차에 대한 검토 작업에도 착수하는 등 경우에 따라 전면적인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유찬 씨의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 후보비방, 명예훼손 등에 모두 걸린다"면서 "내부에서 강력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전 시장은 단합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제하고 있다. 당에 맡긴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 씨의 주장은 전형적인 구태정치이며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라며 "김씨는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책을 내겠다며 가제본한 원고를 들고 다녔지만 상대방(여당) 후보는 이를 무시했다. 그런데 (지금) 당 내에서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당황한 지도부 "검증은 당에서…"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후보검증과 관련해 당이 깨져선 안 된다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면서 "대선후보 검증은 필요하다. 다만 당의 공식 기구에서 공정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후보들은) 자기 측 식구들을 단속해야 한다"면서 "수시로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출연해 자기의 주장을 이야기하다가 오버해서 상대방의 얼굴을 할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최근 검증논란에서 안타까운 것은 후보들이 갖고 있는 보석 같은 자질이 빛을 바래고 상처를 입는 것"이라면서 "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내 뱉고 있는 천박한 언어에 국민은 한나라당에 당을 돌리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말로는 당이 검증의 주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후보 진영에서 상대방의 검증을 주도하는 모습은 분명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작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특보였던 사람으로부터 이전투구가 시작됐고, 지지모임까지 가세했다면 이 국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소위 '이명박 X파일' 논란에 처음 불을 지핀 쪽이 박 전 대표 측의 정인봉 전 법률특보라는 점과, 최근 박 전 대표의 팬 사이트가 '이명박 때리기'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
한편 박근혜 지지모임인 '박사모'는 김유찬 씨의 16일 기자회견 직후 "후안무치하고 패륜적인 후보가 사퇴할 때까지 박사모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총동원령을 발동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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