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3일 자신을 둘러싼 검증공세와 관련해 "근래 한나라당에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면서 "제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많은 당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주최로 열린 '국운 융성을 위한 한반도 대운하' 정책간담회에서 "일일이 변명은 못하더라도 당원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렸다는 점에서 참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자신을 겨냥한 'X파일' 논란, '위증교사' 의혹 등 일련의 '검증공방'과 관련해 처음으로 심경을 내비친 것이지만 의혹의 진위에 대한 언급은 역시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전 시장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 분야의 실업사태를 언급하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정치권은 어떠냐. 대통령 후보라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말하기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그런 심경"이라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는 특히 "(대선까지) 299일이 빨리 지나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국민의 생각인 것 같다. 한나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대안이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정권교체론'을 유난히 강조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자랑이자 한나라당의 희망이다. 큰일을 하려면 호사다마라고 좋지 않은 일도 생긴다"고 이 전 시장을 거들었다. 그는 "요즘 (이 전 시장이) 기분 나쁜 일이 많으셨다"며 "두 차례 대선실패의 원인과 이유를 되새겨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겠지만, 승리를 위해 고친다는 것이지 우리끼리 자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맑은 물 흐르게 하겠다는데 환경파괴라니"
이 전 시장은 이날 '내륙운하' 공약과 관련해 "여러분이 골프를 치면 자다가도 골프공이 보이듯이 나는 운하를 실현하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하다"면서 "그 상상력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지도자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운하 공약에 대한 반대론에 대해서도 그는 "대운하를 뚫어서 맑은 물을 흐르게 하겠다는데 환경파괴는 무슨 환경파괴인가"라며 "이명박이 내 놓으니 무조건 반대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아무리 정치권이라지만 10년 동안 (운하를) 연구한 나에게 앞뒤도 없는 사람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 반대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의 내륙운하 구상에 비판적인 정치권 전반에 대한 항변이었지만, 당내 라이벌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도 들렸다.
그는 특히 농담조로 "(운하에 대해 반대하도록) 누가 시켰을 것"이라고 최근 박 전 대표 진영과의 사이에 벌어졌던 '검증 배후론' 논란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법적인 소송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누가 시킨 것인지) 확인은 안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나라당 현역의원 50여 명, 원외위원장 수십 명을 포함한 약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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