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봉 전 의원이 공개한 '이명박 X파일'과 관련해 지난 96년 당시 이명박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씨는 16일 "이 전 시장 측이 당시 (내가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위증을 하는 대가로 주기적으로 나눠서 1억2500만 원 상당을 제시하면서 위증 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즉각 '공작정치'라고 반발하며 정면 대응할 태세를 밝혔으나 이 검증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나라당의 경선구도는 물론이고 대선 국면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살해 위협까지 했다"
김 씨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허위진술을 주기적으로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교사받았다. '이 질문은 이렇게, 저 질문은 저렇게 답변해달라'는 식으로 해서 공판에 즈음해 법정진술을 위증하도록 교사받았다"면서 "공판이 열릴 때마다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2~3일 가량 전에 현금으로 150만~300만 원씩 나눠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어 위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종로 부정선거 사건 이후 2년 가까운 세월동안 이 전 시장과 7~8회 정도 법정에 함께 서게 되는데 옆자리에 이 전 시장과 구속된 두 참모진이 섰다"면서 "오랏줄로 꽁꽁 묶여 수의를 입고 들어오는 어제의 동료들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어 '모든 것을 덮자'고 생각해 이 전 시장이 문제가 될 만한 진술을 모두 부인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위증 교사와 관련한 물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쪽에서 지능적으로 현금으로만 거래를 해서 전혀 물증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돈을 전달한 사람과 관련해 "당시 (이 전 시장의) K모 보좌관, J모 보좌관을 통해 받았다"고 말했다.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2년간 취직이 안 돼서 호구지책이 없었다"며 "그런 나의 취약점을 알고 한 번에 200만 원, 150만 원, 어떤 때에는 300만 원도 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98년 지방선거에서 영등포구청장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3일 지난 일을 사과하려는 목적에서 이 전 시장의 서초동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힌 뒤 "(이 전 시장은) 사과 차 방문한 자리에서조차 참을 수 없는 모욕적 표현을 했다. 또 제3자 화법을 통해 살해 위협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이 전 시장과 회의실에 마주 앉게 됐는데, (이 전 시장은) 잡아먹을 듯한 얼굴로 '왜 왔어, 이 XX야. '너를 목에다가 돌을 달아 인천 앞바다에 (던져) 죽이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내가 말렸다는 표현으로 나에게 적의를 표시했다"면서 "그 당시 분명한 (살해) 협박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명박 리포트'라는 회고록 성격의 책을 2월말~3월초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의 부동산 및 재산 문제, 여자 문제 등도 책의 내용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측 "공작정치"
이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즉각 '안국포럼' 명의의 반박문을 통해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라며 "대한민국 정치가 아직도 2002년 추악한 공작정치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전시장은 1996년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일생일대의 큰 오점을 남기게 되어 사과했고 처벌도 받았다"면서 "위증의 대가로 돈을 줬다면 유죄판결을 받았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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