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다"
총 12개 힝목으로 이뤄진 이 검증자료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대법원 사건 일반내역, 판례공보, 대법원 판례, 법인 등기부등본 등이다. 또 이 전 시장의 김유찬 전 비서관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서울아이비씨 주식회사'의 등기부 등본도 포함돼 있었다.
그밖에 나머지 자료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관련 기사 복사물과 지난 1996년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한 회의록 등이었다.
이날 정 전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의 이사철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5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내용과 당시 김유찬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라며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는 대부분 판결문과 관련 신문기사, 인터넷 기사를 복사한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과 범인 도피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종료돼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부위원장은 "박 전 대표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 본인도 내용을 보고 황당해했다"면서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설 연휴 내내 문제를 끌 필요 없이 오늘 종결하고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정인봉 전 의원은 위원회의 자료검토 이후 이뤄진 이 대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국민이 그 사실을 잘 모르거나 이미 잊어버렸다"면서 "선거법을 위반하고 범인을 도피시킨 이 전 시장의 부도덕성을 알리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박근혜 캠프서 책임져야" vs "우리도 복잡한 심경"
경선준비위가 정 전 의원이 제출한 자료를 "검증 가치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는 공수를 교대했다.
박근혜 캠프의 신동철 공보특보는 "우리도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었다. 복잡한 심경"이라며 "우리 캠프 입장에서도 황당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나왔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 '음모'니 하는 오해는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캠프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특보는 그러나 "당의 검증태도에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회창 전 총재 아들의 병역문제도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문제가 됐었다. 다 아는 사실이라고 검증이 필요 없다면 과연 무엇을 갖고 검증을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경선준비위의 자료공개 직후 이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면서 "당이 더 단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성권 의원은 "정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로 캠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게다가 박 전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경질하지 않겠다'며 두둔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아끼는 사람"이라며 "독자행동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 캠프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역공했다.
양 진영 사이의 감정의 골이 증폭되면서 이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프레시안> 기자와 만나 "정인봉 씨가 '김대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김대업을 경계한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라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명진 "정인봉, 20일 윤리위에 소환할 것"
한편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정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윤리위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여러 차례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음해성 부풀리기 공세를 하지 말도록 당부했음에도 정 전 의원은 당명을 어기고 이런 일을 계속해 당규를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이미 다 나온 것을 공개하며 대단한 것이 있는 것처럼 음해성 부풀리기로 당이 분열되게 보이게 한 것은 큰 해당행위"라면서 "오는 20일 오후 5시에 정인봉 전 의원을 소환해 직접 소명을 듣고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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