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X파일'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곤혹스러워진 당 지도부는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정인봉 전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키로 하는 등 집안단속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X파일'이 존재하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공방으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두 거대 세력의 분열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당은 싸움 말릴 능력이 없다"
정인봉 전 의원이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서 잇따른 방송출연 등으로 수위를 높여가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1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통해 정 전 의원의 윤리위 회부를 결정하고, 그가 확보했다는 자료의 즉각적인 제출을 요구했다.
당의 경선관리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도 긴급회의를 통해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행위"라면서 정 전 의원을 비판하는 한편 위원회 내부에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즉각적인 후보 검증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민승리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과거 두 차례의 쓰라린 실패는 결국 (한나라당의) 내부문제 때문이었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결의, 행동이 뒤따라야 함에도 또 다시 이전투구 작태가 재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정인봉 변호사가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상황에 대해 정말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후보 측이나 개인에 의한 검증공방은 국민들에겐 당의 분열과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후보 진영 간에 벌어지는 '제 살 깎아먹기'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당이 중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이를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도부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심재철 홍보기획 본부장은 개인 성명을 통해 "당의 공식기구가 '모든' 것을 다 검증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다.
그는 "당에서는 검증에 최선을 다하기는 하겠지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누구든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말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차라리 모든 의혹을 검증하고 가는 게 본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당 밖에서도 마찬가지. 김헌태 한국 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한나라당과 이 땅의 보수세력을 위해 양보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몰라도 당 차원의 관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속력 떨어지고, 원심력 커지고…한나라는 '화약고'
게다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온 두 거대 세력은 이번 '이명박 X파일' 사건을 계기로 동거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묭룡입니다>에 출연해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며 "감정과 적대감이 지금보다 더 격화되면 (분열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현재 한국의 보수세력은 분열을 막을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네거티브 공세를 당했다는 명분만으로 이 전 시장이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역사논쟁 등이 촉발될 경우 그 동안의 공방으로 쌓인 양 진영의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태 소장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공세로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이 전 시장이 당을 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에 당을 나가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더 큰 문제는 이번 '검증공방'으로 인해 당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원심력이 증가했다는 점"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체성 논쟁 등이 촉발될 경우 당 분열의 양상은 일파만파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누적된 진흙탕 공방 위에 얹어진 '이명박 X파일' 논란은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일치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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