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전 의원이 "오는 13일 쯤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상당히 구체적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가 박 전 대표의 만류로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측근의 단순한 돌발행동이라기 보다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과열된 경쟁이 이같은 해프닝을 연출한 배경인 만큼 후보검증을 둘러싼 두 진영의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캠프에 온 이상 개인 생각은 없다"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정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한 것 같다. 우려를 표명한다. 저의 생각이나 캠프의 생각이 전혀 아니다"고 부랴부랴 진화했다. 그는 "검증은 해야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캠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증은) 당 차원에서 할 일"이라며 "캠프에 들어 온 이상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은 없다.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정 전 의원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 재산형성 과정,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 등 3, 4가지 문제점을 자료로 수집해 왔다"고 밝혔던 정인봉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해 보기는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대표의 뜻을 따라야 할 것 같다"면서도 "경선 준비위원회에서 후보 검증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추후 공개의 가능성도 열어 놨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 쪽은 발끈했다. 이 전 시장을 지원하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예고편까지 때리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라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해당행위인 만큼 당에서 적절한 대처가 나올 것"이라며 "도저히 안 되니까 (박 전 대표 측에서) 마지막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1대 9 싸움인가…끌어 내리기 위한 경쟁 안돼"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번 일 외에도 최근 여야 대선 주자들의 비판 및 검증의 화살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최근 들어 (내가) 여야 할 것 없이 상대팀 9명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가담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서포럼' 주최 강연에서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제 갈 길을 갈 뿐이고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대통령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기왕이면 경제를 아는 사람, 국내외적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사실 저는 '비정치적인 정치인'인데 정치 바닥에 있으려니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기업과 정치가 플레이 방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면서 "우리 정치권은 서로 끌어내리기 위해 경쟁하고, 여의도 여론만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율 1위' 독주현상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이런 지지율을 보여준 전례가 없다. 세대별, 지역별로 골고루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이 (저를)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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