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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노무현, 중산층 이탈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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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노무현, 중산층 이탈을 부르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16>] 부동산 정책 혼선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출범하자마자 전임정권의 정책실패로 인한 아파트 투기에 덜미가 잡혀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었다. 온갖 억제책을 동원해서 투기망령과 힘겹게 싸우는 모습이었다. 주택 관련 세금을 몽땅 올리고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거래신고제도 실시했다.

여기에다 많은 논란과 반대를 무릅쓰고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투망식 억제책을 연발하더니 결국 투기를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세금부과는 '세금폭탄'이란 말이 나오게 하고 중산층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또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말았다.

부동산 투기의 근원은 저금리였다. 미국도 당시 부동산 투기를 잡고자 금리를 꾸준히 인상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거꾸로 갔다. 정작 금리는 계속 내려 투기를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 투기를 잡는다며 실수요, 가수요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중과세 정책을 남발했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가졌는데 보유세를 크게 올렸다. 투기를 모르고 붙박이처럼 사는 사람들이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등록세, 취득세, 양도세와 같은 거래세도 대폭 인상했다. 주택소유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강남부자'니 '보수세력'이니 하며 공격했다. 이것은 조세불만을 촉발했고 내수부진을 심화시켰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프레시안
문제는 정상적인 거래마저 죽인 데 있었다. 중소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납품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고 임금마저 체불하는 실정이었다. 분양한 아파트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잔금을 연체하는 바람에 텅텅 비어 있었다. 대형 건설업자들도 분양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집단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전세도 거래가 끊기면서 값이 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사를 오도 가도 못하니 부동산중개소의 휴-폐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세금이 무서우니 거래가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내수시장을 지탱해오던 주택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그런데도 부동산 보유세를 더 물리겠다고 밀어붙였다. 주택을 소유개념에서 주거개념으로 바꾸겠다는 허광한 탁상논리를 맹신한 탓이다.

병 주고 약 주고…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그즈음 경기상승을 주도하던 수출산업이 고유가에다 환율급락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았다. 뒤늦게 그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경기진작을 꾀한다고 규제완화로 돌아서는 듯했다. 주택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여기에다 지역에 따라 분양권 전매도 허용했다.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처방을 내렸던 것이다. 분양권 전매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투기수법이다. 투기자본이 실수요자의 돈을 뺏어 가는 부도덕한 행위다.

그런가하면 투기와 상관없어도 다시 보유세를 크게 올렸다. 투기이득은 허용하면서 집 하나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중과세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부양책으로 거래세는 내렸다. 투기를 잡는다고 하면서 투기이득을 보장하고 경기를 살린다고 하면서 보유세를 더 물리는 모순을 저지른 것이다. 경기를 살리고 죽이는 정책을 병행한 꼴이었다.

지방세인 재산세, 종합토지세에 더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 시-군-구가 부동산에 대해 과세하고 나면 중앙정부가 나서 개인별로 전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가액을 합산해서 다시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논란이 커지자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중과세키로 했다.

집권 2∼3년 사이에 아파트 값이 지역에 따라 2∼3배나 폭등했다. 하지만 이것은 정책실패에 따른 가격앙등이고 주택소유자의 입장에서는 미실현 이득일 뿐이다. 투기를 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집값이 올랐다. 그것은 주택소유자의 잘못이 아니다. 팔아서 차익을 챙기지도 않았으니 이익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징벌적 세금을 물렸던 것이다. 결국 중산층이 정권지지를 철회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집 한 채만 가졌지만 거의 소득이 없는 은퇴자-퇴직자는 집을 팔거나 빚을 내서 세금을 내야 했다.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고 새로 사면 등록세, 취득세를 내며 사고팔 때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니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본다. 세액도 살인적이었다. 이것은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위배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판이었다. 이것은 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다. 또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이런 징벌적 세제는 반드시 조세저항을 유발한다는 점을 명심했어야 한다. 이른바 '집부자'를 때림으로써 정치적으로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산업 역군으로 살아 온 50대 이상 중산층의 이탈을 촉진했다.

어떤 경제정책도 경기전망과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주택정책은 빈사상태에 빠진 주택경기를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세금을 올리더라도 경기가 풀린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는데 앞뒤를 모르고 세금정책을 남발했다.

어떤 중과세 정책도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정책실패를 선량한 주택소유자한테 떠맡긴 꼴이었다. 같은 세원에 대해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가 다시 과세하니 이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나는 이중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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