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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쟁, 방향도 내용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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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쟁, 방향도 내용도 틀렸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 연재를 시작하며

1987년 6월 민주화의 열망이 아스팔트 위로 분출했고 그 열기가 군벌체제의 종막을 가져왔다. 그 6월항쟁은 신군부의 폭정을 분쇄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국민들은 구체제의 잔재와 폐습을 혁파하고 희망에 찬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5년을 주기로 열병 같은 홍역을 치른 끝에 새 대통령이 태어나나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절망과 실망을 안겨 주곤 한다.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5년이란 세월을 허송하고 만다.

1987년 체제 이후 25년간의 정당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정당이 포말정당이나 다름없다. 5년마다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이합집산이나 신장개업을 되풀이한다. 똑같은 그 얼굴들이 모여 통합, 합당을 외치며 당명을 바꾸거나 아니면 당명만 개칭한다.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되찾아 보려고 부지런히 새롭게 치장하는 꼴이나 사기극을 닮았다. 당명과 함께 책임정치도 실종해버리니 정책실패를 물을 곳이 없다. 선거 때마다 보수니 진보니 하며 떠드나 정책방향도 내용도 없이 공허한 공방만 남는다.

어디에도 국가관과 국정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정당은 정책기능이 미약하다. 선거가 가끼워지면 좋다는 소리는 다 끌어모아 급조한 공약을 남발한다. 집권세력이 공약을 지킬 능력도 의지도 없지만 국민들도 또 빈소리이려니 하여 별달리 기대하지 않는다. 집권하더라도 국정운영을 모르니 이 나라에서 가장 보수적 세력인 관료집단을 차용세력으로 발탁하여 의존한다. 그 까닭에 1987년 체제 이후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념공방이나 치열하지 신자유주의가 사회-경제정책의 골격을 이뤄 대차가 없다.

역대 정권의 공통점은 규제완화를 물신처럼 숭배해왔다는 점이다. 모든 규제를 경제적 해악으로 보는 자세이다. 다시 말해 규제는 경쟁을 제약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 믿는 모습이다. 모든 규제는 완화 이전에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면밀한 분석과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완화대상이 아니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역시 완화대상이 될 수 없다.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등등은 완화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런데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기구까지 두고 완화도 아닌 혁파니 철폐니 하는 단어를 쓰면서 각종 규제를 마구 없애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은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 존속할 가치가 있는 규제까지 철폐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을 박탈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권익을 위한 규제마저도 진입장벽이란 이유로 허물어 버렸다. 이 같은 맹목적적인 규제완화는 독과점을 심화시킴으로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키고 말았다. 반면에 거대자본의 입장에서 규제완화는 곧 돈이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가위곡선을 그리면서 더욱 벌어졌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명목으로 내세운 규제완화는 고용불안을 고조시키고 임금격차를 벌려놓았다. 비정규직 양산, 정리해고제가 그것이다. 경기부양과 건설업자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가 투기를 유발함으로써 빈자의 소득을 부자에게 이전시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공적영역 민영화는 가격상승을 유발했다. 산업-시장논리에 의한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증가로 인해 출산율 저하를 가져왔다. 인구감소가 국가발전의 제약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 숭배한 역대 정부…결과는 양극화 사회

그 결과 한국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 계층-학력-지역 간의 소득-발전격차로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산업 간에도 대기업-중소기업, 수출기업-내수기업 간의 발전격차가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 재벌기업이 우월자적 지위를 남용하여 중소기업을 넘어 자영업자의 영역까지 수탈하는 상황이다. 맹목적적 규제완화가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마저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경제민주화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그 가치에 걸맞은 대통령이 되려면 역대정권의 정책실패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중요하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는 양극화이다. 저급한 이념논쟁도 여기서 비롯된다. 양극화의 근본원인은 바로 정책실패에 있다. 1990년대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기이다. 폐쇄경제가 개방경제로 전환하는 단계인 까닭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눌려 국내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다.

세계화 바람을 타고 대비책 없이 금융-자본시장을 급속하게 개방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를 맹신한 결과 계층-부문 간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형성되었다. 그 간극을 좁히지 않고는 국가가 발전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단계에 이르렀다. 친재벌 정권임을 천명한 이명박 정권조차도 뒤늦게나마 양극화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공정사회'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말을 꺼낼 정도이다. 실천의지가 없는 정치적 허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양극화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 2010년 9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이명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공정한 사회'를 21번 언급했다. ⓒ청와대

경제 민주화 전체 의미 파악 못한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란 화두를 선점하려고 서두르는 모습이다. 양극화 완화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최대의 대선공약으로 삼을 게 분명하다. 문제는 양당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재벌에 국한되어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새누리당은 단순히 재벌의 신규사업에 대해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정도이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의 부분개념인 재벌개혁을 전체개념처럼 말한다. 논의의 방향도 내용도 틀렸다는 소리다.

먼저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헌법 제119조 2항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바로 이 규정에 해법이 존재한다. 이 조항은 1항의 자유경쟁원칙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부차적 조항으로서 '할 수 있다'는 재량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역대정권이 이 헌법정신을 망각하고 경쟁적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대상으로 삼아 그 부작용-후유증이 양극화로 나타난 것이다.

경제력이 일부 재벌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경제는 소유집중, 경영집중, 수직적-수평적 시장독점, 계열확장, 금융편중과 같은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다. 소수의 창업자 혈족이 시장을 균점하여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경제력의 집중에서 파생되는 폐해는 제한된 정책수단으로는 단시일 내에 교정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방안으로 경영과 소유 분리, 내부거래의 차단, 상호지급보증 제한,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 제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외부이사제 개선, 은행대출 출자전환 등이 거론되어 왔다.

정치적 변혁기마다 재벌규제론, 재벌해체론이 제기되어 과거정권들도 여러 차례 이런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시도했지만 재벌의 반발에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정치권력의 실천의지가 박약한데다 자본권력의 거대한 힘에 눌려 엄두를 못 내거나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민주화는 어떤 정치적 의도에 의해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약탈하는 행위가 용인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나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사회적 저항을 부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역사가 말한다. 정치권이 일과성 과제로 알고 안이하게 접근해서는 정치적 곤경에 처할 상황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른바 보수세력이 경제민주화를 이념논쟁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이념논쟁을 유발하여 본질은 증발되고 사상논쟁만 남을 공산이 크다. 성장론과 복지론 또한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짙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민생복리이다. 재벌규제도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 연재 순서>

1. 노태우의 경제개혁 기득권층 반발로 무산
2. 5개 신도시 강행과 증시폭락
3. 득표용 국책사업 남발
4. 세계화와 OECD의 함정
5. OECD의 덫 외환위기
6. 빚내서 빚 갚은 외채구조
7. 연쇄도산, 대량실업, 자산폭락
8. IMF의 약탈적 구제금융
9. 일자리 증발, 재산 반 토막
10. 정리해고제 도입 실업양산
11. 중산층 몰락과 사회급진화
12. 원인규명 없는 국가경제 파탄
13. 공적자금의 방만한 관리
14. 벤처광풍과 투기열풍
15. 집값 폭등과 카드대란
16. 부동산 '죽이기', '살리기'
17. 신도시, 골프장 무더기 건설
18. 군사작전식 한-미 FTA
19. 국민 없는 일방적 양보
20.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
21. 식량주권 포기
22.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
23. 이륙도 못한 'MB 747'
24. 4대강 사업의 성역화
25. 북한경제의 중국종속화

<필자 소개>

필자 김영호는 <한국일보> 견습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하여 편집부,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되었다. 그 후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 수출과장, 현대강관(현대하이스코 전신) 수출차장-부장을 지냈다. 언론계에 다시 돌아와 <세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20년 넘게 주로 경제분야의 신문칼럼을 쓰고 있다. <세계일보> 6년, <경향신문> 4년. <한겨레> 3년 반, <경인일보> 7년, <농민신문> 4년, <한라일보>, <경남도민일보>, <노컷뉴스>, <일요서울>에 2~3년 집필했다. 또 <오마이뉴스>에 이어 <프레시안>, <미디어스>, <대자보>에 글을 쓰고 있다. <내일신문>에는 12년째 기고하고 있다.

1996년부터 연속 10년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언론인권센터 부이사장,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로 지내기도 했다. 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순천향대학교, 신구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요즈음은 언론광장 공동대표,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맡고 있으며 고려대학교와 외국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경제의 현장>, <관권경제 특혜경제>, <와르르 공화국>(IMF 부른 정책실패 고발서), <언론권력 언론비평>, <건달정치 개혁실패>가 있다. 8월에는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가제)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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