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들, 反한미FTA 시위에 1000여 명 참여
6일 한미 FTA 3차 협상이 진행되는 미국 시애틀에서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이 주최한 거리집회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미국 노동자들이 참여해 연대의 정신을 과시했다.
협상장소인 '모하이(역사산업박물관) 센터' 주변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 참석한 미국 노동자들은 대부분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의 조합원들이었다.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시애틀 지부뿐만 아니라 워싱턴DC 지부, 로스앤젤레스 지부, 워싱턴 주의 킹 카운티 지부 등에서도 많은 조합원들이 시애틀로 와서 이날 한미 FTA 반대 거리집회에 동참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노총산별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산별노조들도 이날 거리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두항만노조, 전자노조, 기계노조 등 미국노총산별회의에서 영향력이 큰 산별노조들이 나섰다고 노조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시애틀에서 저항과 시위의 향기가 나지 않느냐"
이들은 이날 낮 12시 30분 협상장인 모하이 센터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웨스트레이크 파크에서 개막집회를 여는 것으로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미국노총산별회의의 간부인 데이브 프레이보스 씨는 연단에 올라 "이곳 시애틀에서 저항과 시위의 향기가 나지 않느냐"며 "그 지긋지긋한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또 돌아왔다. 그들에 대항해 또 싸우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프레이보스 씨에 이어 단상에 오른 정광훈 원정투쟁단 단장은 "자유무역은 노예무역"이라며 "한미 양국의 노동자, 농민들을 다 죽음으로 몰아넣을 한미 FTA 협상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집회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켰다.
30여 분 간의 개막집회를 마친 뒤 웨스트레이크 파크를 출발한 시위대는 협상장인 모하이 센터까지 행진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시위대들은 '다운 다운 에프티에이', '노 투 프리 트레이드(No to Free Trade)'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가 협상장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했던 서울과 달라
한미 FTA 3차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모하이 센터에 도착한 이들은 모하이 센터를 에워싸고 "한미 FTA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북과 꽹과리를 두드렸다.
시애틀 중심가에 위치한 모하이 센터는 원래 사용되지 않는 빈 건물이었다. 한미 양측 협상단은 '안전상의 이유로' 이 빈 건물을 협상장으로 급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협상장 내부는 천장의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등 상당히 엉성한 모습이다.
원정투쟁단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번 협상은 '워싱턴 주 컨벤션 앤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협상이 열리는 도시가 시애틀이라는 것도 협상이 열리기 직전에야 공개하더니 협상장까지 갑자기 바꾼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정투쟁단과 미국 노동자들은 협상장인 모하이 센터를 바로 에워싸고 '한미 FTA 중단' 등의 구호를 마음껏 외칠 수 있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렸던 2차 협상 때 한국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한미 FTA 반대 시위대가 협상장인 신라호텔 가까이에는 접근도 하지 못하게 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
시위를 구경하던 한 시애틀 시민은 "이번 시위는 굉장히 표준적인 미국식 시위"라며 "미리 정성껏 준비한 피켓 등을 들고 평화롭게 거리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시애틀 시민들이 이날의 거리시위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말을 탄 시애틀 경찰, 시위대와 기념촬영
약 1시간 30분 가량의 시위를 마친 뒤 한미 FTA 반대 시위대는 출발장소였던 웨스트레이크 파크로 돌아가 이날 거리시위를 마무리했다. 마무리 집회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문화제 및 촛불시위로 치러졌다.
전날인 5일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를 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밝힌 시애틀 경찰은 주로 자전거와 말을 타고 시위대 주변을 오가며 시위자들이 안전하게 시위를 할 수 있도록 교통을 통제해 주었다.
경찰은 시위 도중 시위대가 약 5분 가량 뜀박질을 하자 일순 긴장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때 외에는 시종일관 느긋하게 시위대를 지켜보고 보호했다. 경찰들은 기자들의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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