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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공단' 평행선…한미 정상회담서 논의되나?

한미FTA 3차협상 막 올라…의약·자동차·농업 이견 팽팽

5일 미국 시애틀에서 한미 FTA 3차 협상의 막이 올랐다. 공식적인 협상 개시일은 6일이지만, 한미 양국 협상단은 협상 장소의 사정 등을 고려해 하루 앞서 5일 원산지·통관 분과의 협상을 비공식적으로 갖는 것을 시작으로 3차 협상을 사실상 개시했다.

5일 오후에 한미 양국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1시간 간격으로 차례로 브리핑을 열어 이번 3차 협상에 대한 두 나라 정부의 기본 입장을 밝히고, 이번 협상에서 논란이 될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브리핑에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3차 협상은 (상품 분야의) 관세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서비스 유보안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는 상품무역, 농업, 섬유 등 한미 FTA의 핵심인 상품 분과의 양허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면서 "서비스·투자 분야의 유보안과 개방요구 목록(리퀘스트 리스트)에 대해서도 협상이 진척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브리핑하는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좌), 웬디 커틀러(왼쪽에서 두번째) 미국 측 수석대표(우). ⓒ 프레시안

두 나라 수석대표의 이날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자동차 작업반, 농업 분과 등 주로 상품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 등에서는 한미 양국이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웬디 커틀러 대표는 "미국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이 자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놀랍고 기쁘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서비스·투자 분야의 협상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수석대표가 모두 말을 아꼈다. 단 서비스 분과에서 '독점공기업의 상업적 고려 의무조항'이 새로운 쟁점으로 불거졌다.

커틀러 "협상 원칙은 기브 앤 테이크…포지티브 리스트 협상도 마찬가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지난달 중순 싱가포르에서 별도로 열린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그 대가로 까다로운 요구들을 많이 하고 있어, 양국 간에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종훈 대표는 "지난번에 싱가포르에서 협상의 방향을 잡았고, 이번 3차 협상에서는 의약품 선별등재 제도의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협상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웬디 커틀러 대표는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은 (한미 양국 협상단이) 협상의 내용에 대해 합의를 했다는 뜻이 아니고,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는 뜻이며 여기서 원칙이란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의 원칙"이라며 "우리가 한국 측의 포지티브 리스트를 인정해 주고 그 반대급부로(in return) 한국 측이 포지티브 리스트의 세부사항에 대해 협상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작업반=자동차 작업반에서는 자동차의 원산지 규정 문제, 세제 문제 등이 한미 간 갈등의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 단 원산지 규정 문제는 별도의 분과인 원산지 분과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김종훈 대표는 "미국 측에서 미국산 자동의 한국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미국 측은 자동차 원산지를 검증해 관세 등을 계산할 때 '순원가' 방식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측은 기존의 '공제법'을 고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순원가법은 사용 부품의 원산지를 가려 관세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공제법은 자동차의 공장도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서 부품 원가를 고려해 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중 미국이 요구하는 순원가법은 그 계산방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한국 측 협상단의 입장이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한미 FTA는 관세 장벽을 허무는 것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허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이 자동차에 8%나 되는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차별적인 세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농업 분과=농업 분과에서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각각 완전히 다른 수준의 양허단계를 제시해 놓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하나의 양허단계로 통합시킬지가 주목된다. 우리 측은 관세철폐의 기간으로 '즉시, 5년 내, 10년 내, 15년 내, 기타(양허 제외 포함) 등 5가지'를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즉시, 2년 내, 5년 내, 7년 내, 10년 내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김종훈 대표는 미국 측이 양허단계에 '기타(undefined)(양허 제외 포함)'를 두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해석과 달리 일부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농업 분과의 미국 측 양허안에서 '기타'가 제외된 것은 '모든 농산물에 대해 예외 없는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한국의 관세철폐 일정이 너무 높은(보수적인) 수준이라서 문제"라며 "미국 농민들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 분과=섬유 분과에서는 농업 분과와 정반대로 미국이 방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관세철폐 기간을 '즉시, 3년 내, 5년 내, 10년 내, 기타 등 5가지'로 제시했지만, 우리 측은 '즉시, 3년 내, 5년 내 등 3가지'로만 제시했다.

김종훈 대표는 "미국은 원래부터 섬유에 민감했다"며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는 협상전략이므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미국 측 양허안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서 "한국 측 역시 (중국산 섬유 제품의) 우회수출 방지, 섬유 특별 세이프가드 인정 등과 같은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점 공기업의 상업적 고려' 문제 쟁점화

△서비스·투자 분과=서비스·투자 분과에서는 '독점 공기업의 상업적 고려 의무조항'이 새로운 협상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미국 측이 공기업 문제와 관련해 제시한 '4대 포괄적 의무조항' 중 하나이며, 구체적으로는 '독점 공기업은 구매나 판매 등과 같은 영업활동을 할 때 상업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훈 대표는 "'상업적 고려'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업적 고려가 곧 시장가격 거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4대 포괄적 의무조항 중 나머지 3개는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할 때 FTA의 제반 의무사항들을 준수해야 하고 △공기업은 상대국 투자자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해야 하며 △독점 공기업의 경우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분과=경쟁 분과에서 미국 측이 '재벌에 대한 규제 조항을 한미 FTA에 별도로 넣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분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훈 대표는 "미국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집단이 역차별을 받는다 싶을 만큼 강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재벌에 대해서만 특별한 조항을 넣어 달라고 한 적은 없고, 재벌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반독점법, 나아가 반부패법의 적용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넣어 달라고 한 것"이라며 "이런 조항은 재벌뿐 아니라 한국의 중소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는 계속 평행선

△원산지 분과=원산지 분과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건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주느냐는 문제를 놓고 한국 측과 미국 측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김종훈 대표는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역외가공방식'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를 축적해 미국에 제시할 것"이라며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들과 맺은 FTA에서 '역외가공방식'을 인정해 준 사례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미국 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문제 등 한미 FTA의 난제들이 회담 의제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종훈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의제로 올라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통상 그래왔듯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에 곧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건은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미 FTA가 적용되는 대상 물건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산 물건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산 물건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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