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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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의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8>
촛불은 자신을 태워서 제가 서 있는 자리만큼을 밝히는 아주 작은 불입니다. 그런데 그 촛불이 옆으로 번져서 수많은 이들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촛불은 어둠 속에서 그저 제 발걸음 정도만을 밝히는 불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촛불을 들고 나오니 촛불이 세상
도종환 시인
2008.06.09 08:03:00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7>
국민을 이기려 하는 정부는 바보입니다. 원인을 바로 읽어내지 못한 채 아무리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어도 촛불을 꺼지지 않습니다.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군홧발로 차고 밟는 걸 보며 온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여학생의 얼굴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2008.06.06 04:14:00
이로움과 의로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6>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왕은 맹자에게 '장차 이 나라를 이롭게 할 어떤 방도를 가지고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왕이 어찌 이로움을 말하느냐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따름이다.' 하고 대답을 합니다. 『맹자』제 1장 맨 앞에 나오는 이야기입니
2008.06.04 08:10:00
등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5>
나도 스님의 말씀을 들은 뒤부터 기도하는 시간에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 마음의 등 하나 거는 일이 내 마음도 환하게 하고 그의 앞길도 밝게 비추는 일이기를 소망합니다.
2008.06.02 08:01:00
폐허 이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4>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
2008.05.30 08:24:00
가장 큰 재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3>
"흔히 행운의 여신은 눈이 멀었다고 불평하지만, 인간만큼 눈이 멀지는 않았습니다. 실생활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람과 파도가 유능한 항해사의 편이듯 행운의 여신은 근면한 사람 곁에 서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이치를 탐구하는 경우라도 가장 쓸모 있는 자질은 상식,
2008.05.28 07:37:00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인가 아닌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2>
이탈리아에 유학 가 계신 신부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사십 명쯤 되는 중학생들과 자전거여행을 하다가 이상한 밤나무를 보았습니다. 아람이 벌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탐스러워 한 입 깨물었다가 아주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 씁쓰레한 맛은 도토
2008.05.26 09:25:00
초록 꽃나무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1>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
2008.05.23 07:51:00
날아가 버린 시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0>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깨어 일어났지만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였습니다. 잡지사 기자가 일정을 당겨 오전에 내려오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기자가 오기 전에 밀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어제 설거지기하고 엎어놓은 그릇들을 제 자리로 갖다 놓
2008.05.21 07:19:00
편안한 마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9>
원로소설가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이 병원 지하 식당에 모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급한 마음 선생님의 장례를 어떻게 잘 모셔야 할까 하는 마음과 다시 깨어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여 모두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2008.05.19 07:3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