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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5>


"우리 절에 오는 보살들 중에 당신을 위해 등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혜국스님이 저를 보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으로 좀 민망스러웠습니다. 저는 그 보살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위해 등을 달았다고 말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고 그렇게 말해주는 분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등을 다는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입니까? 그를 위해, 그의 건강을 위해, 그의 인생을 위해 등 하나를 마련하면서, 그걸 절에 달고 두 손을 모으면서 무어라고 빌었을까요?

혼자 마음속으로 기원하고 절을 내려와서도 전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 보살들은 생활하였을 겁니다.

나는 그 보살들이 걸었던 등이 지닌 은은한 밝음을 생각합니다. 휘황하지 않으면서도 미미한 빛으로 꼭 그만큼의 어둠을 걷어내던 등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등은 욕심을 많이 내지 않습니다. 제가 밝힐 수 있는 만큼만 빛을 냅니다. 그러나 그 빛으로 얼마든지 '명명덕(明明德)'할 수 있습니다. 글공부하는 사람이 찾아야 할 진리도 덕을 밝게 밝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등불은 멀리까지 비추지 못합니다. 꼭 한 걸음 정도만 비출 뿐입니다. 그러나 내 발등, 내 발자국만큼이라도 덕으로 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도 스님의 말씀을 들은 뒤부터 기도하는 시간에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 마음의 등 하나 거는 일이 내 마음도 환하게 하고 그의 앞길도 밝게 비추는 일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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