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0시 07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나들이하기 좋은 날, 도시락
[살림이야기] 두부김밥·녹차꼬마김밥·계절채소주먹밥·닭찜
딸아이가 독립할 만큼 크고 나니 소풍 가는 식구가 없어 김밥을 싸 본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마음먹는다고 쉽게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므로, 김밥을 싸는 날은 온 동네 사람이 모두 먹을 만큼 산더미처럼 많은 양을 준비하곤 했는데 그것도 옛일이 되었다. 산골에 들어와 살다 보니, 김밥을 쌀 일이 정말 없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명색이 지리산에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
선물 같은 봄을, 먹다
[살림이야기] 녹차해물밥·원추리된장국·미나리김치·부추연근전
지리산의 봄은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계절이다. 매일매일 변하는 초록의 향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나무들이 내놓는 어린 순을 따다가 나물로 차린 밥상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 그 자체다. 그러니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봄을 먹는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변화무쌍함의 절정, 봄 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 농
생일상, 어찌 외식과 비교할까
[살림이야기] 수수밥·소고기미역국·잡채·불고기
생일이라고 패밀리레스토랑에 예약하고 친구들을 불러 밥을 사 먹는 세상에 산다. 돌아보니 나도 몇 번인가는 딸아이 생일에 그랬다. 문득 나중에 딸아이가 엄마의 생일상을 어떻게 기억할지 두려웠다. 내 생일에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밖에서 음식을 사 주지 않았다. 사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는 백일이나 돌잔치 외에는 생일잔치라는 말조차 없었다. 나이를 먹으니 내 생
침도 꿀꺽 봄도 꿀꺽
[살림이야기] 김치콩나물국·봄동김치·냉이바지락밥·냉이된장국
김치가 한창 맛있을 때 김치를 이용해 다른 음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치를 더 이상 맛있게 먹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걸 이용해 하는 음식들도 있다. 알맞게 익어 맛있게 먹던 김장김치는 정월대보름을 지나면서 맛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 이렇게 해 먹으면 좋다. 팔방미인 김치 김치는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의 부재료와 함께 버무려
겨울 이별, 봄 맞이 음식
[살림 이야기] 굴밥·늙은호박김치찌개·나박김치·파래김치
어떤 사람들은 매해 1월 1일인 신정을 새해의 시작으로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음력 1월 1일인 설을 새해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동지(冬至)에 양기가 시작되고 생명력이 충만해지고 광명이 부활한다고 여겨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 아니라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라 하여 '작은 설'이라고도 한다. 비근한 예로 봄을 맞이하는 자세도 조금씩
무밥 한 그릇이면, 감기 뚝딱!
[살림이야기] 무버섯밥·무나물·굴깍두기·쪽파김무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하다 보면 감기와 함께 겨울을 나게 된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입맛이 떨어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먹지 못하니 기운이 달리고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몸은 힘들고 그런 날이 며칠간 이어지면, 나는 어머니가 그리워 저절로 눈물이 난다. 배고픔과 추위와 싸워야 했던 강원도 산골의 긴 겨울도 그랬고, 추위에 떨며 공부하던 서울 생활
팥죽으로 한 해 마무리
[살림이야기] 동지팥죽·단팥죽·녹차멸치볶음·편강
절기는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이며 15일 내지 16일에 한 번씩 돌아오면서 철의 바뀜을 알려주는 작은 명절이다. 선조들은 절기에 특별한 음식을 해 먹고 놀이를 하거나 크고 작은 행사를 열었다. 절기에 해먹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나 '시식(時食)', 혹은 '시절식(時節食)'이라 부른다. 절식은 우리의 생활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식생활 풍습의
겨울준비, 제철 가을음식으로
[살림이야기] 도라지밥·소고기뭇국·쪽파김치·감말랭이무침
지리산 정상에서 시작된 가을 단풍이 이제 계곡 아래로 내려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졌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도 모르게 시름이 깊어진다. 그 시름이란 것은 어렵게 살던 어린 시절 기억과 덧씌워져 나타난다. 추운 겨울을 지낼 연료 걱정으로 시작해 먹을거리 걱정으로 마무리하는 묘한 시름을 해마다 반복한다. 그런 까닭에 기온이 떨어지면 우선 먼저
늙은 호박, 갈치와 만나다
[살림이야기] 더덕장아찌·오징어채우엉조림·가지밥·갈치국
세상 모든 만물이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맺고 추운 겨울을 대비하느라 기운을 안으로 모으고 겨울의 추위를 이겨 낼 에너지를 모은다. 뿌리와 열매에 담긴 그 기운을 먹으면 사람도 가을과 겨울을 거뜬하게 날 수 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계절에 순응하는 농경 생활을 하면서 제철에 나는 재료로 밥상을 차려 먹으며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생활을
아침저녁 선선할 땐 고추장찌개
[살림이야기] 포도설기·고추장찌개·고추간장·과일깍두기
여름 더위가 사라지고 며칠 사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분다. 그러면 어김없이 고추장찌개와 고추간장이 생각난다. 매운 고추의 뜨거운 성질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기운을 흩뜨려 몰아내기 때문일 게다. 포도 끝물이 아쉬우니 쌀가루를 꺼내 포도설기를 해 먹고, 백과가 지천이라도 김장용 무배추가 아직 어릴 때니 과일로 깍두기를 담가 먹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