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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하기 좋은 날, 도시락

[살림이야기] 두부김밥·녹차꼬마김밥·계절채소주먹밥·닭찜

딸아이가 독립할 만큼 크고 나니 소풍 가는 식구가 없어 김밥을 싸 본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마음먹는다고 쉽게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므로, 김밥을 싸는 날은 온 동네 사람이 모두 먹을 만큼 산더미처럼 많은 양을 준비하곤 했는데 그것도 옛일이 되었다. 산골에 들어와 살다 보니, 김밥을 쌀 일이 정말 없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명색이 지리산에 사는 사람이라 늘 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살아서 그런지 어른끼리라도 나들이 갈 궁리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며칠 전 마을에서 시도해 본 소풍이 없었다면, 아마 김밥을 싸기 위해 장을 보는 일은 남의 일로 생각하고 계속 살았을 것이다. 농한기를 이용해 남자 농부들과 함께 아내가 없어도 스스로 밥상을 차려 먹자며 시작한 음식 수업이 자연스럽게 해를 넘기고도 이어지고 있었는데, 슬슬 실내에서만 하는 수업에 싫증이 나던 중이었다. 드디어는 소풍을 모의하기에 이르렀고, 김밥을 싸 들고 장소를 바꾼 밥상 모임을 하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처럼 약간 들떠서 김밥과 주먹밥으로 도시락을 싸 들고 나들이를 감행하였다.

ⓒ류관희

두부김밥 어때?


이른 아침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잠자리에서 빈둥거리는 나를 일으켜서 바가지 하나를 들려 대문 밖으로 내보내셨다. 두부를 사 오라는 것이다. 잠이 덜 깨어 귀찮고 짜증이 나고 싫었지만,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밖으로 나가면 지게를 지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두부를 파는 할아버지 주변에 심부름 나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릇을 하나씩 들고 두부 받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사 들고 간 두부는 어머니 손에 의해 집간장, 고춧가루와 함께 뚝배기에 넣고 끓이는 두부찌개나 들기름으로 구운 두부구이 등이 되어 아침 밥상에 올랐다. 적당히 단단하여 탱탱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두부 음식.

그런 두부를 햄이나 어묵 대신 김밥에 넣어 본다. 부드러운 두부에 강도를 주기 위해 튀기듯이 기름에 두 번 구워 간장에 조려서 김밥을 싸면 햄이나 어묵에 비겨 맛이 부족하지 않고 담담하니 좋다. 두부지만 겉은 바삭하고 간장에 조려 속은 여전히 부드러운 두부가 김밥 안에서 그 어떤 재료를 넣었을 때보다 빛을 발하는 맛있는 김밥이 된다.

단무지는 사지 않아도 된다. 겨울 김장철에 소금에 단단히 절여 두었던 무로 만든 무장아찌를 채 썰어 물에 헹구면 짠 기는 사라지고 아삭아삭 단무지 못지않은 김밥 재료가 된다. 시금치 없어도 푸른 채소가 지천이니 뭐라도 같이 넣으면 그때그때 맛이 달라지는 김밥이 된다. 노란 단무지에 붉은 햄, 계란지단과 시금치로 일관된 일 년 내내 같은 맛의 김밥 말고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제철 채소와 함께 싸는 김밥의 변화로 가족들도 내 몸도 계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두부김밥

재료

쌀 5컵, 다시마 2장, 김밥용 김 10장, 두부 1모, 우엉 1대, 쑥갓 1단, 당근 1개, 무장아찌 1/4개, 현미유 2컵, 들기름 2큰술, 집간장 1큰술, 조청 2큰술, 참기름 2큰술, 소금 약간, 통깨 1큰술

만드는 법

① 두부는 굵고 길게 채 썰어 물기를 제거하고 노릇하게 두 번 튀긴다.
② 채 썬 우엉을 들기름을 두르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집간장과 조청을 넣어 조린다.
③ 우엉이 조려지면 건지고 팬에 집간장과 조청을 더 넣은 뒤 튀긴 두부를 넣어 조린다.
④ 당근은 채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 간하여 살짝 볶는다.
⑤ 쑥갓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소금과 참기름 1/2큰술을 넣어 무친다.
⑥ 무장아찌는 물에 씻고 물기를 제거한 뒤 곱게 채 썬다.
⑦ 쌀에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지어 소금, 참기름, 통깨로 간을 해서 골고루 버무린다.
⑧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두부를 놓고 채소를 듬뿍 넣어 김밥을 말아 적당한 크기로 썬다.

꼬마김밥 같이 싸요

김밥은 어렵다. 김밥을 싸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부터 쉽지 않다. 적은 양을 만들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야 하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이고,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재료들의 용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언제든 김밥을 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김밥은 어렵다. 준비해야 하는 재료가 많고 조리 과정이 번잡해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밥은 탄력을 잃지 않되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하고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등 색깔 맞춰 채소들을 데치든 볶든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 맛을 올려 줄 육류 등의 재료도 필요하다. 재료가 하나씩 늘 때마다 노동의 강도나 양이 점점 늘어난다. 그럴 때 누군가와 일을 나눌 수 있다면 재미도 맛도 더 좋아질 것이다.

맛도 좋지만 칼슘 섭취를 위해 자주 해 먹는 지리멸치볶음은 막 했을 처음과는 달리 다른 반찬들에 이리저리 밀려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 우엉볶음도 그렇기는 매한가지다. 고기에 쌈으로 먹다 남은 몇 장의 깻잎 같은 채소들도 냉장고에 남아 있다. 그러면 이 재료들로 김밥을 싸면 좋다. 남은 반찬 맛있게 깔끔하게 처리하는 방법으로도 꽤 괜찮다.

재료의 가짓수가 많지 않으니 김을 가로로 반 잘라 쓴다. 당연히 김밥은 굵기가 가늘고 길이가 짧은 것이 어른과 비교해 꼬마 같으므로 꼬마김밥이라 이름을 붙였다. 싸기 쉬워 아이들도 같이할 수 있으니 온 가족이 둘러앉아 큰 소리로 웃으며 쌀 수 있어 더 좋다. 밖으로 나들이를 가면 좋은 계절이라 가족이 함께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야외로 나가면 사서 먹는 여느 김밥들이 줄 수 없는 기쁨이 선물처럼 올 것이다.

녹차꼬마김밥

재료

밥 5컵,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김밥용 김 5장, 깻잎 10장, 우엉조림, 녹차멸치볶음

만드는 법
①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② 우엉조림(두부김밥의 우엉조림과 동일)과 녹차멸치볶음을 준비한다.
③ 깻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김을 가로로 이등분한다.
④ 김 위에 밥을 펼치고 그 위에 깻잎 한 장을 놓는다.
⑤ 깻잎 위에 우엉조림과 녹차멸치볶음을 길게 펴 얹는다.
⑥ 몸 바깥쪽으로 힘을 주어 김밥을 말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녹차멸치볶음

재료
잔멸치 50g, 녹차 15g, 식용유 2큰술, 간장 1작은술, 조청 3큰술, 통깨 1큰술만드는 법

① 멸치를 체에 넣고 흔들어 똑똑한 멸치만 골라낸다.
②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멸치를 넣어 타지 않게 중불에서 잘 볶는다.
③ 멸치가 바삭하게 볶아지면 불을 줄이고 간장을 넣고 잘 섞으면서 볶는다.
④ 간장이 멸치에 고루 스며들면 조청을 넣고 잘 섞으면서 볶는다.
⑤ 멸치에 녹차를 넣고 고루 섞은 뒤 불을 끄고 통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흔한 제철 채소가 쏙쏙, 주먹밥

지금은 초등학교인 국민학교에 다니면서 갔던 첫 소풍의 도시락은 김밥이 아니고 주먹밥이었다. 별다른 재료 없이 흰밥에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이 전부였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싫고 맛이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요즘 그 주먹밥이 새삼 그립고 맛있고 그렇다. 그런 까닭에 먼 곳에 강의를 가는 날엔 가끔 주먹밥을 싸 들고 길을 나선다. 고속도로 휴게소 밥을 먹기 싫은 까닭이기도 하다.

한 끼 먹기에 넉넉한 밥만 있으면 되니 편할 뿐 아니라 어떤 재료든 추가해 넣을 수 있으니 더 재미나다. 봄엔 봄나물들로 돌아가면서 이것저것 넣다가 여름이 되면 여름 김칫거리 다듬다 남은 걸로 색과 맛과 재미를 더해 만들어 먹는다. 채소만이 아니고 육류든 생선이든 뭐든 다 넣고 만들어 작은 통에 담아 들고 나서면 그만이다. 그냥 담기에 심심하면 그때그때 나오는 향 좋은 생나물들로 같이 담아내면 더 좋다. 취의 잎도 좋고 깻잎이라도 좋다. 신선하게 같이 씹히는 식감에 향이 더해져 맛이 그만이므로.

얼갈이배추가 한창이라 이번엔 얼갈이배추를 데쳐 송송 썰어 넣고 주먹밥을 만든다. 날이 더워지니 혹여 생길 배탈 걱정도 덜 겸 새콤한 맛으로 상큼함도 더할 겸 매실장아찌를 같이 다져 넣는다. 소화제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고, 흰밥에 녹색이 같이 어울려 보기도 좋지만 맛도 보기에 뒤지지 않는다.

계절채소주먹밥

재료

밥 5컵, 얼갈이배추 1/2단(열무도 가능), 매실장아찌 100g, 된장 약간, 참기름과 들기름 2~3큰술, 통깨 2큰술

만드는 법
① 배추를 손질하여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놓는다.
② 데친 배추의 물기를 꼭 짠 뒤 송송 썰어 된장을 넣고 잘 무친다.
③ 매실장아찌를 곱게 다진다.
④ ②에 밥과 매실장아찌, 기름, 통깨를 넣고 골고루 섞고 주먹밥 모양을 만든다.

나들이엔 뭐니 뭐니 해도 닭고기

우리가 먹는 육류를 제공하는 동물 중 가장 양(陽)적인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태양의 기운이 막 시작되는 새벽을 가르는 닭 울음소리만 해도 그 증거가 된다. 또 잠을 잘 때도 땅에서 떨어진 홰에 올라가서 자며,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쳐다보고 모이 한 입 먹고 하늘 쳐다보는 것이 같은 조류인 오리와도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여름에 뜨거워진 외기로 인해 빼앗긴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는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지방 함량이 가장 적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면서 풍부한 단백질로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비교적 좋은 식품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이 있으며 소화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 체질인 사람, 병을 앓고 난 사람, 산후 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 기혈이 부족한 사람, 영양 부족인 사람 등이 먹으면 좋은 보양 식품이다. 특히 오골계는 면역력을 증강시켜 암세포의 생장, 발전, 전이 등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고 하니 상식하면 좋다. 또한 부인과의 모든 허손(虛損)한 증세나 부인병 등에 좋으므로 여성들에게 권할 만하다.

예전엔 귀한 손님 오시는 날이면 잡아서 먹던 것이라 좋은 일이 있는 날에 빠지지 않고 챙겨 먹는 식재료도 닭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소풍을 가는 날에는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라고 닭고기를 싸 주기도 했다. 집에 오시는 손님을 위한 씨암탉이 아니고 전기를 이용해 기름을 빼면서 굽는 전기구이 통닭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닭을 뜯어 소금에 찍어 먹는 그 맛이 담백하고 좋았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미리 염지를 하여 튀기고 양념을 다시 하는 치킨을 먹는 때가 되었다.

느끼하고 자극적인 치킨을 가지고 소풍을 가기 싫은 까닭에 국물 없는 닭찜을 해서 김밥과 같이 도시락을 싼다. 닭을 조리하기 전 식물성 기름에 향신료를 넣고 미리 한 번 구우면 닭의 잡내도 사라지고 닭을 조리하는 동안 시간이 좀 걸려도 살이 물러져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라 좋다. 당연히 기름도 빠져서 더욱 담백해진다. 집에 뿌리채소들이 있으면 함께 넣고 모양과 맛을 더하면 된다.

닭찜

재료

닭(볶음용) 1마리, 무 200g, 양파 1개, 당근 1/2개, 표고버섯 3개, 마른고추 2개, 식용유 3큰술, 대파 1뿌리, 생강 4~5쪽, 마늘 10쪽, 통후추 10알
양념장: 맛간장 5큰술, 청주 3큰술, 조청 2큰술, 물

만드는 법
① 닭은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낸다.
② 생강과 마늘을 얇게 저민다. 대파는 3~4cm 길이로, 마른고추는 반으로 잘라 놓는다.
③ 무, 당근, 양파를 한입 크기로 잘라 놓고, 표고버섯은 따뜻한 물에 불려 4등분 한다.
④ 둥근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른고추, 생강, 마늘, 통후추를 넣는다.
⑤ 닭을 팬에 넣고 잘 볶다가 노릇하게 익으면 건져 낸다.
⑥ 냄비에 닭과 손질해 둔 무, 당근, 양파를 넣고 양념장을 넣은 뒤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⑦ 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15분 정도 끓인 뒤 뚜껑을 연 채 약한 불로 졸여 윤기를 더하면서 익힌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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