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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봄을, 먹다

[살림이야기] 녹차해물밥·원추리된장국·미나리김치·부추연근전

지리산의 봄은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계절이다. 매일매일 변하는 초록의 향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나무들이 내놓는 어린 순을 따다가 나물로 차린 밥상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 그 자체다. 그러니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봄을 먹는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변화무쌍함의 절정, 봄

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 농사일이 바빠지고 자연의 변화무쌍함도 절정에 이른다. 자연의 변화가 무쌍하다는 말은 성장이 왕성하고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조들은 이맘때 하루 놀면 동지섣달 겨울에 열흘 굶는다며 농사일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런 때일수록 농촌이나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음식에 더욱 신경을 써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음식에 신경을 쓴다는 말은 산해진미를 해 먹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겨우내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키고 바깥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그때그때 피로를 풀게 도와주는 음식을 해 먹으면 된다. 계절의 기운이 들어가는 대신 수많은 첨가물을 넣고 만드는 패스트푸드를 포함해 매식을 줄이면 된다.


봄엔 장에 나가면 그날그날 채집해 나온 들나물, 산나물이 지천이다. 조금 귀찮기도 하겠지만 그런 나물들로 장바구니를 채워 집으로 돌아와 오로지 봄나물 향에 취해 보는 것도 좋다. 해 보면 해 볼수록 재미나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것이 직접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류관희

산골 별미 녹차해물밥

곡우가 지났으니 햇차 중 최고로 꼽는 우전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우전이든 아니든 햇차를 우려 마시기 시작하면 묵은 차를 마시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묵은 차로 음식을 해 먹으면 좋다. 차를 넣고 떡을 찌거나 생선 조림을 해도 괜찮다.

오늘은 묵은 녹차 우린 물에 이것저것 해물을 넣고 밥을 한다. 해물을 넣고 밥을 하면 밥에 감칠맛을 더하고 바다 향까지 얹을 수 있으니 산골에 사는 나에게 별미인 것만은 확실하다. 싱싱한 해물이라 해도 해물 냄새를 싫어라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묵은 차가 해결해 준다. 찻잎에서 찻물이 우러나면서 해물과 어우러져 불쾌한 냄새는 사라지고 깔끔한 맛의 해물밥이 완성된다.

해물은 꼭 홍합이나 새우, 바지락이 아니어도 괜찮다. 계절이 바뀌면서 바다가 주는 각종 해물 모두 밥의 재료가 되니 변화무쌍한 밥의 세계가 내 밥상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녹차해물밥

재료

쌀 2컵, 녹찻잎 10g, 뜨거운 물 3컵, 마른 홍합살 10개, 생새우 5~6마리, 바지락살 100g
비빔장 : 간장 2큰술, 물 2큰술, 다진 대파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고춧가루 1큰술, 깨소금 1큰술, 들기름 1큰술

만드는 법
① 쌀을 깨끗이 씻어 30분간 불린다.
② 녹차를 우린다.
③ 마른 홍합살은 씻어서 물에 불리고, 생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얇게 저며 놓는다. 바지락살은 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놓는다.
④ 냄비에 쌀 2컵, 녹차 2컵을 담고 해산물을 쌀 위에 얹는다. 우리고 난 찻잎을 넣어도 좋다.
⑤ 냄비를 불에 올리고 센불로 끓이다가 거품이 끓어 넘치려고 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뜸을 들이듯 20분간 더 끓인다.
⑥ 불을 끄고 2~3분간 후뜸을 들인다.
⑦ 밥을 골고루 섞어 퍼서 비빔장과 같이 낸다.

시름을 잊으려면 원추리된장국

겨우내 음산하던 기운이 걷히고 이것저것 푸른 볼거리들이 많아지는 때라 조상들이 이 계절을 '봄'이라 이름 붙였나 보다. 봄에 사람 발길을 멈추게 하며 유난히 연두색 고운 자태를 자랑하면서 당당히 얼굴 내미는 놈이 있으니 바로 원추리 어린 싹이다. 칼로 도려다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을 조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거나 된장찌개로 끓여 먹으면 연초록의 찬란한 봄 한 자락이 내 입안으로 달려드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원추리나물도 잘못 먹으면 복통, 구토, 설사에 시달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대부분의 봄나물이 그렇다. 봄에 떨어진 입맛을 살려 줄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겨우내 부족했던 신선한 채소의 영양소를 공급하니 이 봄에 꼭 필요한 식재료라 할 수 있지만, 봄나물을 잘못 먹을 경우 식중독을 앓을 수 있고 실제로 독성이 있는 산야초를 나물로 잘못 알고 먹어서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나기도 하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봄나물을 건강하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 식약청에서는 올바른 봄나물 조리법을 제시해 놓았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 더덕 등은 생으로 먹을 수 있지만 두릅, 다래 순, 원추리, 고사리 등은 식물 고유의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독성분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고 고지했다. 특히 원추리는 성장할수록 콜히친이라는 독성분이 강해지므로 반드시 어린 순만 먹어야 하며,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뒤 차가운 물에 두 시간 이상 담갔다가 조리해야 한다고도 고지했다.

조선의 학자 신숙주는 "가지에 달린 수많은 잎처럼 일이 많지만 원추리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잊었으니 시름이 없노라"라고 원추리꽃을 예찬했으며, 숙종 때 실학자인 홍만선은 농서인 <산림경제>에서 "시름을 잊게 하는 원추리는 '망우초'로 불리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렇듯 원추리는 간과 신장에 이로운 식물로서 몸의 열을 내려 주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해 주며 답답한 가슴을 풀어 주고 소변을 이롭게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잠을 못 자는 증세에도 효과적이다. 임신 중 태동불안, 빈혈, 술로 인한 황달, 치질성 혈변 등에도 좋다. 전초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는데, 영양분이 토마토보다 높다는 보고도 있다. 또 생리 기능을 증강해 주고 머리를 검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하니 독성을 제거해서 밥상에 올릴 만하다.

원추리된장국

재료

손질한 원추리 200g, 멸치맛국물 6컵, 대파 1/2뿌리, 된장 3큰술

만드는 법
①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원추리를 데친다.
② 데친 원추리를 찬물에서 2시간 이상 우린다.
③ 대파를 어슷하게 썬다.
④ 냄비에 멸치맛국물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다.
⑤ 된장국이 끓기 시작하면 원추리를 넣고 10분간 더 끓인다.
⑥ 대파를 넣고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한다.

미나리 향에 취해 김치를 담그다

'근채'라고도 일컫는 미나리는 오래 먹으면 몸의 화(火)를 내려 주므로 음(陰)이 허해서 화가 왕성해진 음허화왕(陰虛火旺)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위의 열을 식혀 주고 풍사(風邪)를 몰아내며 입 냄새를 없애고 목구멍과 머리, 눈 등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향이 좋아 식욕을 촉진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주면서 뇌를 튼튼하게 하고 각성시키는 작용도 하며, 혈압을 내리고 혈관을 보하는 작용을 해서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환자에게 이롭다. 또한 건조한 폐를 촉촉하게 해 주고 기침을 그치게 해서 노인에게 좋은 식재료이며, 어린이가 홍역 초기에 먹으면 좋고 신경쇠약, 불면증 환자와 어린이의 연골병에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미나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향채 중 하나다. 봄을 상징하는 채소로 입춘에 임금이 하사하던 오신채의 하나이기도 하고, 초파일을 전후해 향과 맛이 가장 좋아 입맛을 돋우는 식재료로서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다. 아울러 칼슘과 칼륨이 많고 면역 세포를 증가시켜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이 말이 필요 없는 미나리의 계절이다. 잎과 줄기에 붉은 빛이 돌고 줄기는 짧으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나리가 향도 강하고 맛도 좋으므로 구해다가 밥상에 올리면 그 향과 맛에 식구들 입맛이 확 살아날 것이다.
매화의 향만이 향이 아니므로 향과 맛이 진한 미나리만 있다면, 물김치면 어떻고 전이면 또 어떠랴.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친 미나리나물도 마다할 사람 아무도 없다. 냉장고에 남은 연근 한 뿌리 갈아 미나리김치도 담근다. 연근의 달착지근한 맛이 미나리의 강한 향을 부드럽게 감싸며 입안에서 논다. 미나리김치가 좋은, 바야흐로 봄이다.

미나리김치

재료

미나리 400g
김치 양념 : 연근즙 1컵, 멸치액젓 3큰술, 고춧가루 3~4큰술, 통깨 1큰술, 쪽파 20g, 다진 마늘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미나리는 뿌리와 잎을 떼고 다듬어서 깨끗이 씻은 후 10분간 따뜻한 물에 담가 두었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
② 쪽파는 뿌리와 누런 부분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건져 송송 썬다.
③ 김치 양념을 만든다.
④ 김치 양념에 미나리를 고루 무친다.
⑤ 미나리 줄기 하나씩 돌돌 말아 그릇에 담는다.
※ 미나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무쳐도 된다.

기를 북돋는 부추로 부치는 전

우리 집 마당의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서도 머위, 산부추, 방풍, 잔대, 삽주, 움파, 더덕, 돌나물, 더덕, 도라지 등의 수많은 싹이 저마다 쑥쑥 올라오고 있다. 일부러 심지 않아도 절로 퍼져 나는 것들까지 합하면 지금부터 우리 집은 채소를 사러 장에 가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풍성한 먹을거리의 향연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부추를 일러 게으른 사람들이 가꾸는 채소라 하셨다. 특별한 농사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한 번 심어 놓기만 하면 혼자 잘 자랄 뿐 아니라 저절로 잘 퍼지기 때문이란다. 부추의 또 다른 이름 '구채'의 구(韮)는 땅에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하니, 부추는 정말 한 번 심어 놓으면 혼자서도 무성하게 잘 자라는 것임을 그 이름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 집 뒤란에도 벌써 십여 년을 방치해 둔 부추 화분이 하나 있는데, 해마다 봄이 되면 삐죽삐죽 싹을 내밀더니 올해도 변함없이 반가운 얼굴을 내밀었다. 그저 미안하고 반갑다.

오늘은 기를 북돋워 준다 하여 '기양초'라고도 일컫는 부추를 한 줌 잘라다가 전을 부쳐 밥상에 올린다. 춘곤증으로 묵직한 내 몸이 절로 기지개를 켤 것이다.

부추연근전

재료

부추 100g, 연근 300g, 바지락살 100g, 멥쌀가루 3~4큰술, 소금 약간, 식용유
양념장 : 간장, 식초

만드는 법
① 부추는 다듬어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송송 썬다.
② 바지락살은 3%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빼고 잘게 다진다.
③ 연근을 강판에 갈아 쌀가루를 넣고 잘 섞어 농도를 맞추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④ 연근 반죽에 송송 썬 부추를 넣고 잘 섞는다.
⑤ 팬을 달구다가 중약불로 줄이고 반죽을 떠서 부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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