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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도 꿀꺽 봄도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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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도 꿀꺽 봄도 꿀꺽

[살림이야기] 김치콩나물국·봄동김치·냉이바지락밥·냉이된장국

김치가 한창 맛있을 때 김치를 이용해 다른 음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치를 더 이상 맛있게 먹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걸 이용해 하는 음식들도 있다. 알맞게 익어 맛있게 먹던 김장김치는 정월대보름을 지나면서 맛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 이렇게 해 먹으면 좋다.

팔방미인 김치

김치는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의 부재료와 함께 버무려져 시간과 함께 익는다. 취향에 따라 숙성 정도가 다른 김치가 밥상에 올라가기는 하지만 김치는 하나의 완성된 음식으로 밥과는 또 다른 밥상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김치는 다른 음식을 조리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식재료가 되기도 하니 무척 아이러니하다.

우리 집에서 해마다 담그는 호박김치가 그러하고, 절여서 씻은 배추를 항아리에 소금과 켜켜이 담아 설 무렵에 개봉하는 배추짠지가 그러하다. 배추짠지는 구정이 가까워져 오면 꺼내 송송 썰어 만두를 빚는다. 배추짠지에 뜨거운 밥을 올려 쌈으로 먹어도 좋다. 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 잡스러운 맛이 하나도 들지 않은 깨끗하고 청량감 넘치는 맛이다. 이 김치는 처음부터 아예 만두를 하기 위해 갈무리하는 식재료임에 틀림없다. 처음엔 김치였으나, 식재료로 바뀌는 경우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 냉이 손질은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냉이를 캐서 다듬었는데 무쳐서 상에 내놓으니 한 줌밖에 안 되는 거 있죠. 가족들은 한입에 다 먹어 버리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리산 동네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는 정종윤 씨는 오늘도 냉이를 다듬는다. ⓒ류관희

잘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 삶은 국수와 함께 담아내면, 김치는 그저 김치말이국수의 고명이거나 맛을 더해 주는 부재료의 하나일 뿐이다. 시큼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보리밥에 넉넉히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열무김치는 더이상 김치가 아니고 비빔밥에 들어가는 콩나물이나 도라지 같은 재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봄이 가까워질수록 김장김치는 시어져서 그냥은 입에 대기 어려워지고 군내마저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김치의 속을 털어내고 물에 씻어 들기름을 두르고 볶아 상에 올린다. 파와 마늘향이 살짝 도는 볶은 김치의 맛이 참 별미라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된다. 묵은 김치에 된장을 넣고 흐물흐물해지게 푹 끓여 밥숟가락에 척하니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묵은 김장김치를 겨울 아닌 때에 먹는 별미로는 여름에 싸는 묵은김치쌈을 빼놓을 수 없다. 오이 외에 별다른 김치 재료가 없는 시기인 여름에 땅속 항아리에 남아 있는 묵은 김장김치를 꺼내 먹으면 별미이다. 깨끗하게 씻은 후 물에 담가 묵은내를 충분히 빼고 꼭 짜서 보리밥을 한술 얹고 고추장으로 싸는 쌈인데 풋내나는 채소만 있는 계절이라 더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음식으로서의 김치, 다른 음식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식재료로서의 김치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계절을 보내면서 우리가 해 먹는 김치와 김치를 이용한 음식을 살펴보면 그 경계의 중심에 계절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계절이 담기지 않은 김치는 건강이 담기지 않는다. 또 사실 건강 이전에 제대로 철든 맛이 없다. 맛있는 김치를 먹으려면 계절이 담긴 김치를 먹어야 한다.


겨울에게 이별 고하는 김치콩나물국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콩나물 키우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싹이 안 나온다느니, 뿌리가 너무 길다느니, 머리가 파래졌다느니 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새삼스레 잘 키운 콩나물이 먹고 싶어져서 시루에 키워 본다. 뿌리는 가늘고 비리비리하지만 콩나물머리는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사다 먹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맛이다. 콩나물 키워서 먹어 본 사람들은 콩나물 머리를 다듬어 버리는 따위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할 수 없다. 그 아까운 맛을 어쩌려고.

콩나물 키워 먹다가 애매하게 남은 것은 김치 송송 썰어 넣고 국을 끓인다.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들과 겨우내 말라 쪼그라든 표고버섯을 멸치와 함께 넣고 국물을 우린다. 먹다 남은 두부가 있다면 국물과 함께 훌훌 잘 넘어가게 날려 썰기를 해서 마지막에 대파와 함께 넣으면 좋다. 같이 밥을 먹던 식구가 한 숟가락 입에 넣더니 "해장국이네"라며 김칫국을 끓여 준 내게 말로 보답한다. 김장김치가 남아서, 콩나물이 있어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계절에 국으로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김치콩나물국

재료
김치 2컵, 콩나물 100g, 대파 1뿌리, 다진 마늘 1큰술, 새우젓 1큰술, 두부 1/2모, 맛국물 6컵

만드는 법
① 김치는 송송 썬다.
② 콩나물은 껍질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③ 대파는 송송 썰고 마늘은 다져 놓는다.
④ 냄비에 맛국물과 김치, 콩나물을 넣고 10분간 끓인다.
⑤ 두부를 얇게 날려 썰어 넣는다.
⑥ 대파와 마늘을 넣는다.
⑦ 모자라는 간을 새우젓으로 한다.




몸에도 봄이 온다, 봄동김치


반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에 시달린다. 밖은 새싹이 나고 만물이 생동하는데 나는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나른하고 힘들다. 어쩌면 겨울 동안 너무 과하게 활동한 탓에 이 봄에 이렇게 힘든지도 모르겠다. 겨울엔 좀 쉬면서 몸을 다스렸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한다.

힘들다고 계속 늘어져 있으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어깨가 무거워도 훌훌 털고 일어나 친구를 불러내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 좋다.

푸석해지면서 아삭한 맛이 부족해진 사과를 준비하고 파릇한 기운 넘치는 봄동 몇 포기면 다 된다. 마당 꽃밭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달래 몇 뿌리로 파와 마늘을 대신해 버무리면 봄도 같이 버무려진다. 아삭한 봄동에서 푸른 봄이 씹히고 푸석한 사과 안에 감미로운 봄이 느껴진다. 바로 해서 따끈한 밥에 얹어 먹으면 부러운 것 없는 최고의 밥상이다.

봄동김치

재료
봄동 300g, 달래 50g, 사과 1개
무침 양념 : 멸치액젓 3~4큰술, 고춧가루 3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은 참깨 1큰술, 참기름 1큰술

만드는 법
① 깨끗이 씻은 봄동을 손으로 먹기 좋게 자른다.
② 달래는 뿌리 쪽을 깨끗하게 다듬어 씻어 놓는다.
③ 사과는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봄동과 비슷한 크기로 썬다.
④ 볼에 멸치액젓을 넣고 고춧가루와 파, 마늘을 넣고 잘 섞는다.
⑤ 준비해 둔 봄동을 무침장에 잘 버무린다.
⑥ 버무린 봄동에 사과와 달래를 넣고 고루 섞는다.
⑦ 참기름과 깨를 넣고 마무리한다.
* 상큼한 봄동김치를 원한다면 참기름을 빼고 설탕 1큰술과 식초 2큰술을 넣고 버무린다.

손님 초대에 안달 나게 하는 냉이바지락밥

바지락에 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냉이의 푸른 봄 향이 나를 몸살 나게 한다. 찬바람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바구니 하나 들고 들로 나가고 싶은 날이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아 들판에 앉아 냉이를 캐다가는 주인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어 장으로 나간다. 지리산 산골이라 재료 수급이 편치는 않지만, 그나마 오일장이 있어 참 다행이다. 냉이와 바지락을 한 바가지 사와 밥을 해 솥째로 상에 올리니 모양새가 더 난다. 달래 송송 썰어 넣고 만든 간장으로 비벼 한 숟가락 먹으니 입안에서 봄이 논다. 봄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고 밥상에서 찾는 것이다. 배불리 먹고 나앉아 매화차 한 잔 앞에 놓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저녁이다. 내가 전순의가 아니라도 <산가요록> 한 권 쓰고 싶어진다.

냉이바지락밥

재료
쌀 2컵, 냉이 100g, 바지락 육수 2.5컵, 청주 1큰술
바지락 맛국물 : 바지락 300g, 물 2.5컵

만드는 법
① 쌀을 씻어 체에 밭쳐 30분간 불린다.
② 바지락을 소금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서 해감을 한 후 바락바락 비벼 씻는다.
③ 냄비에 바지락과 물을 넣고 바지락이 입을 열 때까지 끓여 체에 밭쳐 두고 맛국물은 따로 담아 둔다.
④ 냉이는 깨끗하게 다듬어 모래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어 건져 놓는다.
⑤ 냄비에 불린 쌀과 바지락 맛국물, 청주를 넣고 센 불에서 밥을 한다.
⑥ 밥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밥물이 자작하게 될 때까지 더 끓인다.
⑦ 밥물이 자작하게 잦아들면 손질해 둔 냉이를 2cm 길이로 썰어 밥 위에 얹는다.
⑧ 건져 두었던 바지락을 밥 위에 얹는다.
⑨ 불을 최대한 약하게 줄이고 15분간 뜸을 들인다.
⑩ 뚜껑을 열지 말고 2~3분간 후뜸을 들여 밥을 푼다.

냉이하면 된장국이지

밥을 하려면 쌀을 씻어야 한다. 뽀얀 쌀물인 쌀뜨물이 나오면 첫물은 버리고 세 번째쯤 물을 따로 받아 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끓일 때 쓰면 국물이 구수하니 좋다. 재료들의 잡내를 없애는 역할도 하므로 요긴하다. 쌀뜨물을 받아 두고 쌀을 불린다. 30분쯤 걸릴 것이니 그 사이 된장찌개를 끓여 상에 올리면 딴 반찬 필요치 않다. 바지락을 물속에서 손으로 바락바락 주무르면 "바지락 바지락"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일 게 분명하다. 냄비에 바지락을 한 줌 물과 함께 넣고 불에 올리면 이놈들이 입을 벌리면서 맛난 물을 내놓는다. 그 물을 받아 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끓이면 바지락 하나가 맛국물로 충분하다. 뚝배기면 더 좋다. 쌀뜨물과 함께 바지락에서 나온 물을 함께 넣고 두부랑 양파랑 이런저런 재료들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마지막에 냉이와 달래를 수북이 얹고 건져 두었던 바지락도 함께 올리고 상에 내놓는다. 상에서도 뚝배기의 된장찌개는 봄과 함께 보글보글 끓는다. 그 소리에 침이 꿀꺽 넘어가고 봄도 같이 목으로 넘어간다.

냉이된장국

재료
냉이 100g, 달래 30g, 두부 1/2모, 대파 1/2뿌리, 양파 1/4개, 된장 4큰술, 바지락 1컵, 물 1컵, 쌀뜨물 3컵

만드는 법
① 바지락은 맹물에 담가 해감을 한 후 비비면서 깨끗하게 씻는다.
② 냉이와 달래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③ 두부는 깍둑썰기를 한다.
④ 냄비에 바지락과 물 1컵을 붓고 바지락이 입을 벌리면 불을 끄고 체에 걸러 국물과 바지락을 따로 둔다.
⑤ 뚝배기(또는 냄비)에 쌀뜨물과 바지락 끓인 국물을 함께 붓고 끓인다.
⑥ 국물이 끓어 오르면 된장을 푼다.
⑦ 두부, 냉이, 달래, 대파, 바지락을 넣고 소금으로 모자라는 간을 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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