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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을 기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KTX 승무원 단식 11일째날 파업 500일 맞아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서울역 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한지 13일로 열하루가 됐다. 시작할 때는 31명이었던 단식 농성단이 하나 둘 씩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남은 사람은 13명이 됐다.

뜨거운 뙤약볕과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전히 말라가는 몸으로 버티다 보니 이날이 파업 500일이란다. 승무업무 외주화를 거부하고 함께 단식을 하고 있는 새마을호 승무원도 이날로 투쟁 209일을 맞았다.

"돌아보면 그렇게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민세원 KTX서울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이날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500일은 기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진 새마을호승무원 대표는 "외주화를 반대하며 투쟁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KTX 승무원 300일 문화제에서 '축하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그런데 어느덧 우리도 200일을 훌쩍 넘겨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 KTX여승무원의 파업이 13일로 500일을 맞았다. 이들이 기념 문화제를 하는 서울역 광장 무대 뒤로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500일 기념 문화제에서 얘기하고 있는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장(왼쪽)과 이은진 새마을호승무원대표(오른쪽). ⓒ프레시안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209일이든, 500일이든 돌아보면 쉬운 나날이 아니었다. 이은진 대표는 "그 시간이 그렇게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다"며 "솔직히 지금도 너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 'KTX·새마을호 승무원 직접고용하라!' ⓒ프레시안

이들의 500일 기념 문화제에는 이날로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농성 14일 째를 맞은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도 참여했다.
▲ 한 사람은 20대, 한 사람은 40대. 세대도 다르고, 다니던 직장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이 두 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비록 비정규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니던 직장에서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몸이다.ⓒ프레시안

한 사람은 20대, 한 사람은 40대. 세대도 다르고, 다니던 직장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이 두 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니던 직장에서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몸들이 됐다.
▲ 어느덧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갈등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 반이상이 비정규직"인 시대가 됐다. 지난 1일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비정규직법이 시행됐지만 곳곳에서는 오히려 법을 피해가기 위한 사용자들에 의해 계약해지와 외주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단식 처음 31명이었던 승무원이 11일 만에 13명으로

승무원들은 지금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길 위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젊긴 하지만 여성의 몸으로 곡기를 끊은 지 어느덧 열흘이 넘었다.

시간이 길어지니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날도 두 명의 승무원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 승무원들이 곡기를 끊은지 이날로 열하루가 됐다. 시작할 때 31명이던 단식자는 어느덧 13명으로 줄었다. ⓒ프레시안

이날 승무원들은 의료진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은 사람들도 혈당과 혈압이 지나치게 낮다고 의료진은 걱정했다고 한다. 이날 문화제에서 만난 민세원 지부장도 부쩍 마른 얼굴이었다.

민세원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잘 먹어야하는데 단식은 제 살을 깎아내는 투쟁이라 개인적으로 참 싫었다"고 말했다. 민 지부장은 "그렇지만 단식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어떻게든 이번에 꼭 해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단식 중인 승무원들의 손짓 하나가 힘에 겹다. 문화제 중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는 승무원들. ⓒ프레시안

하지만 단식이 쉽게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의 문제를 놓고 집중 대화를 벌인 철도노사의 교섭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철도노조, 임시대대 통해 "이철 사장·김천환 본부장 퇴진 투쟁" 결의

철도노조는 이날 제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이철 코레일 사장과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의 퇴진 투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들은 대의원대회에서 채택한 특별결의문에서 "우리는 한시바삐 이 투쟁을 끝내야 한다"며 "오늘 우리 철도노조 대의원·간부 일동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KTX·새마을호 승무원의 장기 투쟁을 끝장내고 현장으로 되돌려 보낼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 철도노조는 이날 제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이철 코레일 사장과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의 퇴진 투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프레시안

철도노조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조만간 사장 불신임투표 일정을 공고하고 찬반투표에 들어갈 것"이라며 "대의원대회에서 단 한 사람의 반대 토론도 없었던 만큼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이철 사장의 불신임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장이 당장 물러나야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철 사장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사장 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1년을 훌쩍 넘긴 이들의 싸움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이 일하던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 노조가 '사장 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1년을 훌쩍 넘긴 이들의 싸움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이 일하던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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