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21일 성명을 통해 "검찰의 권력남용과 노조탄압을 위한 대책반 공작만행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고, 참여연대도 "민주정부라면서 독재시절의 구습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건설연맹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어서 검찰 보고서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 정당하지 않음을 고백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검찰 자료에 대해 "검찰이 검찰권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에까지 절대권력을 휘둘렀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정수사'라는 본연의 역할을 팽개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탄압대책'을 세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검찰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도중 사망한 하중근 씨의 부검 장소를 옮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를 것을 유족들에게 설득하라고 경찰에 지시한 내용도 들어있다.
민주노총은 "검찰의 보고서를 보면 책임당사자인 정부와 검찰이 하중근 조합원의 죽음에 대해 묵묵부답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은 "보고서 첫 장에 '대외적으로 공개될 경우 검찰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쓴 것은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점거 농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은 70명의 구속과 200여 명의 불구속 입건자가 나오는 등 노동자의 파업 관련 국내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법처리 대상자가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후 단일사건 최대의 구속자가 나온 것은 야만적인 노동탄압을 보여주는 국제적 망신"이라며 "검찰 보고서에는 이를 검찰수사의 성과로 치장하고 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법질서 확립은 공정한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월권행위"라며 "검찰은 수사방침 수립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영장실질 심사시 피의자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은 과거 독재정권시설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횡행했던 공작수사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례적인 사법처리 결과가 파업참가자의 행위의 경중을 떠나 구속을 목적으로 한 검찰의 기획된 수사방침의 영향인 것이 밝혀진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검찰은 보고서 작성 경위를 조속히 밝히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편파적이고 부당한 수사는 단지 이번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며 "독재정권 시절 공권력의 구습이 민주정부가 된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상명 검찰총장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을 책임지는 것이 검찰의 기능과 역할이라 밝힌 바 있다"며 "이같은 기능과 역할에는 공정한 수사가 전제돼야 할 것이며 부당하고 부적절한 수사로 인해 과도한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은 법질서 확립과 사회 갈등 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검찰에 경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당시 노조 동향에 대한 내부문서를 경찰이 포스코 쪽에 제공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 포스코 노무관리에 정부는 무슨 '기여'를 했나?)
당시 경북지방경찰청은 내부 보고서를 포스코 측에 넘긴 행위가 드러났다며 한 경찰관을 직위해제하기도 했지만 노사 간 분쟁에서 중립을 견지해야 할 경찰이 공정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