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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포스코 조사에 무슨 자료가 더 필요한가?"

9개월째 방치된 '오성' 사건…공정위 "자료가 부족해서"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열린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이승희 의원(민주당)이 한 공정위 직원의 음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틀자 국정감사장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 정도면 직권조사 하기에 충분하다"더니…

이 테이프에서는 "연봉 수십억 원짜리 변호사가 덤빈단 말이에요", "포스코한테 정치자금 안 받은 국회의원이 누가 있겠어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포스코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한 한 중소기업 대표와의 대화였다.

국회의원들은 당장 '국회 모독성 발언'이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당장 출석시키라"고 호통을 쳤다. 흥분한 국회의원들 앞에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국정감사장을 한바탕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이 '녹음테이프 사건'은 대기업이 분쟁이나 소송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벌이는 로비의 범위와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기관의 실상 등의 공공연한 비밀을 표면화하는 계기였다.

이 사건은 올해 초 포스코의 한 납품업체인 '오성'이 포스코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해 자사가 회생불능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공정위에 포스코를 상대로 직권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오성'의 정성훈 대표는 "올해 초 담당 공정위 직원과 면담을 하면서 정식 신고절차를 밟을 건지, 아니면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할 건지 등을 놓고 논의를 했다"면서 "그러나 면담 이후 지금까지 공정위 측은 이렇다 할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 1월 21일 공정위 독점심사팀의 한 직원과 만나 포스코의 불공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포스코와의 거래내역 문건 등 다수의 문서를 건넸다. 당시 공정위 측은 "신고 방식을 통한 조사는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직권조사 방식을 취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까지 했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또한 지난 6월 말경 정성훈 대표는 공정위에 추가자료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 6월경 공정위에서 자료를 좀더 보내달라고 해서 포스코 실무간부와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제출했다"면서 "당시 공정위 직원은 '이 정도면 직권조사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사건 접수 후 9개월째 조사 개시도 안 한 공정위

그러나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20일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처음 인지한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9개월째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납품 물량 등에 관한 포스코 측의 '구두약속'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직권조사를 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모이지 않았다"면서 "정 대표의 입장에서는 모든 자료가 제출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부족한 자료는 우리가 조사하면서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업무과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그냥 흘려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국정감사 과정에서 폭로한 이승희 의원 측은 공정위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승희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정성훈 대표는 지난 1월 이미 포스코의 불공정행위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9개월이 지나도록 공정위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월경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공정위에 이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 중에서 공정위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음을 의미하는 '조사착수서'와 같은 문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공정위가 적극적인 조사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훈 대표가 주장하는 포스코의 불공정행위란?

오성과 포스코 사이에서 벌어진 분쟁의 시발점은 무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스코는 자사가 판매한 냉연강판을 산 구매처로부터 잇따라 클레임(불만)이 제기돼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문제는 냉연강판을 마는 강철 슬리브(Sleeve)에 있었다(냉연강판은 두루마기 화장지처럼 강철 슬리브에 돌돌 만 상태로 보관, 운반된다). 이에 포스코는 다른 제품을 납품하고 있던 오성에 강철이 아닌 종이로 슬리브를 개발해주면 납품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오성은 기존에 납품하던 상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종이 슬리브 개발에 몰두한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새로 개발된 종이 슬리브는 기존 강철슬리브가 갖고 있던 부식이나 무거운 무게, 높은 단가 등의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점이 인정돼 특허로 출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한 약속 중 일부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종이 슬리브만 개발하면 매달 1만~1만5000 개의 물량을 사겠다고 포스코가 구두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정도만 포스코가 납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또 포스코 측이 1만~1만5000 개의 물량을 납품하려면 오성이 공장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해 공장까지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오성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정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농락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포스코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번 일로 인해 회사도 망했고 가족마저 흩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스코 측은 정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종이 슬리브 개발을 의뢰한 것은 사실이지만 납품 물량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성이 일부 공급한 종이 슬리브 제품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의 고위 간부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제품에 문제가 없었다면 발주 물량을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불공정거래라는 정 대표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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