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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포스코 점거농성, 9일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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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포스코 점거농성, 9일만에 종료

노조원들 밤새 농성장에서 철수…지도부는 체포

지난 13일부터 포스코 본사에서 포항 지역 건설노동자들이 벌여온 점거농성이 21일 새벽에 마무리됐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 토요일을 유급휴무로 하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임금 15% 인상 등을 요구하며 8일 넘게 농성을 계속해온 건설노동자 2천여 명이 20일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잇따라 농성장을 빠져나왔으며, 남아있던 노조원 일부와 노조 지도부를 경찰이 체포하면서 '포스코 점거농성'은 종료됐다.

위원장 등 지도부 체포…"정부의 강경대응과 농성 장기화로 노조원들 지친 듯"

경찰은 21일 새벽 5시께 전날 밤부터 노조원들이 농성장을 빠져나와 상황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노조원 대부분이 농성장을 나오자 경찰은 건물 전체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고, 이지경 포항지역 건설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 8명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 대부분을 검거했다.

경찰은 또 새벽 4시 이후에 건물에서 나온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자진해산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등 총 128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을 인근 경찰서들에 보내 조사한 뒤 불법행위 가담 정도를 따져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당초 20일 밤 노조 측이 자진해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 본사 건물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경찰은 오후 8시 30분께 4층과 5층 사이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4층에서부터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노동자들도 한때 5층에서부터 바리케이드를 철수해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노동자들이 바리케이드를 다시 쌓으며 저항 의사를 보였고, 이어 9시께 노조 측이 '경찰이 약속을 깼다'며 자진해산 결정을 철회한다고 전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10시 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노조원들과 경찰의 대치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경찰이 건물 주변 곳곳에 대거 배치시켰던 병력의 일부를 철수시킴에 따라 점거농성이 다시 하루를 넘기는 듯 했다.

밤 11시 30분께부터 노조원들이 건물 내 배관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새벽까지 한 번에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30여 명씩 농성장을 빠져 나왔다.
▲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농성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왼쪽). 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에 신원과 농성가담 사실에 관한 확인서를 쓰고 있다(오른쪽. ⓒ 프레시안

농성장에서 내려온 이들은 신원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을 거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농성장을 나온 한 노조원(56)은 "지도부에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나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농성 지도부가 농성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철회하고 다시 농성을 이어가기로 결정했음에도 노조원들이 잇따라 농성장을 빠져나오게 된 데는 농성이 일주일을 넘겨 8일째 이어지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농성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청와대까지 강경대응을 언급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농성이 길어지면서 노조원들이 지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건설노조의 점거농성이 종료된 21일 "더 이상 불법적인 노조활동으로 인해 국민경제가 볼모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법을 선동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훼손한 데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민형사 상의 책임이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라며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진해산 약속 철회', 경찰의 '약속파기'가 원인"
▲ 건설 노동자들이 빠져나간 후 포스코 본사 농성장에 남겨진 장갑과 조끼들. ⓒ 프레시안

한편 한때 자진해산과 현장복귀를 선언했던 노조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자진해산 철회'를 밝히고 나선 것은 경찰이 노조와의 약속을 뒤집은 데 대한 반발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농성장의 노조 지도부는 20일 밤 '농성 고수'를 밝히면서 현장의 기자들에게 '경찰이 농성 지도부와의 약속을 파기해 다시 투쟁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포항 남부경찰서의 형사2계장은 '사법처리 최소화, 손배가압류 금지, 교섭기간 중 지도부 신변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측에게 손배가압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항은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지도부가 '자진해산' 입장을 경찰 측과 노동자들에게 밝혔으나 이같은 협의의 책임자였던 경찰 측 당사자가 "나로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와 노조 측이 '해산 철회'를 선언한 것이라고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설명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당초 '자진해산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방송했으나 나중에 '단순 가담자에 한해서 선처하겠다'라고 방송 내용을 바꿨다"며 "처음 말이 노조 지도부에 대해서도 선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경찰은 "확인 결과 그런 사실도 없으며 실무자가 약속으로 방침을 변경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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