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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이행은 커녕 노조 사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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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이행은 커녕 노조 사찰까지?"

현대하이스코 갈등 재점화…"노동부 행정지도 소흘" 지적도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해결한 '모범사례'로 유명한 현대하이스코의 갈등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갈등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노조가 세 차례에 걸쳐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노사정 대타협을 끌어내면서 순천 현대하이스코 공장에는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란 역시 요원한 것이었을까? 최근 순천 공장 안팎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이미 한 차례 확약서 파기의 사례가 있었던 데에다 단계적 복직을 합의했던 사측이 노동자들을 원래 일하던 곳이 아닌 경비 업무로 복직을 시키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노조가 지난 19일 노조 활동 및 간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내용이 담긴 수첩을 발견하면서 사태는 더 악화됐다.

노조는 23일 이 수첩을 공개하면서 "2차 합의서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회사는 노조 무력화 및 파괴에 여념이 없다"며 "이번 사태를 연출한 정몽구 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경비업무에 배치된 37명의 노동자를 즉각 조업현장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와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순천 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오랜 갈등 끝에 지난해 5월 마무리 된 현대하이스코의 노사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속을 두 차례나 어긴 것은 회사다"
▲ 회사의 1차 확약서 불이행으로 인해 지난해 2월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논현역에서 현대 하이스코 본사까지 5보1배를 했다. ⓒ프레시안

노조는 회사가 순천시의 중재로 맺은 2번의 합의를 모두 어겼다고 주장했다.

2005년 11월 맺은 1차 협약과 이를 지키지 않아 2006년 5월 맺은 2차 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회사는 2차 합의에서 3단계에 걸쳐 해고자 108명 전원을 다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1단계로 지난해 7월 32명의 노동자가 복직했으며, 2단계로 올해 1월 32명이 다시 복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 가운데 37명을 기존의 일하던 현장이 아닌 경비업무에 배치했다.

회사는 "조업현장에 인력 여유가 없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경비직으로 복직시킨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회사가 비정규직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업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복직시킨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경비직은 원래 일하던 곳보다 30만~40만 원이나 임금이 낮아 해고 이전의 상태로 복구해주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경비직에 배치해 보수가 줄어들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회사로 옮겨 노조가 와해될 것이라는 치밀한 계획 하에 회사가 벌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노조 사찰·협박에 미행감시까지…"
▲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가 공개한 노조 사찰의 내용이 담긴 수첩.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

노조는 지난 19일 발견한 수첩도 회사가 사실상 합의서를 파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수첩에는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노조 간부와 노조원 20여 명의 구체적인 움직임과 시간, 이동 경로 및 차량번호까지 아주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심지어 노조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빨간 파카'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회사는 "노조가 지난 3일 기자회견 도중 기습적으로 공장에 진입한 사태 이후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이 역시 노조와해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와 사찰은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반인권적이고 비신사적인 행위"라며 "과연 현대하이스코가 합리적인 노무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양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한 기업윤리가 있는 기업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지경이 되도록 합의 주체인 순천시와 정부는 뭐했나"
▲ 오랜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풀었던 현대하이스코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동안 순천시청 등 정부는 무엇을 했냐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노동계에서는 현대하이스코에서 벌어지는 일이 단순히 개별기업의 문제를 넘어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 공장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갈등 해결의 모범으로 꼽혔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이스코는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힘든 사내하청 문제를 순천시의 중재를 통해 합의로 풀었다는 점에서 당시 노동계 안팎을 비롯해 모든 언론에서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한 차례 파기된 뒤 다시 체결된 합의서마저 이행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단계적 해결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합의서 이행에서 회사가 잡음을 만들고 있는 것은 노조를 더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합의 이행에 대한 순천시와 노동부의 행정지도 및 감독 의무의 소흘 역시 이번 사태를 불러온 심각한 원인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통해 회사의 합의서 불이행을 바로잡아야 할 시청과 노동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약속은 지키기 위해 맺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중재를 위해 애를 썼던 순천시의 노력을 인정해 불만족스럽지만 합의를 했는데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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