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크레인 농성 돌입으로 시작된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사태는 발생 11일만에 마무리됐다. 지역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중재가 이번 사태 마무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대 하이스코 사태, 3일 새벽 최종 합의 도달**
61명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노동자들의 고공 크레인 농성이 10일째로 접어든 2일 오후 5시경 최초로 광주지방노동청 등 관계기관의 중재로 노·사 직접 교섭이 열렸다.
순천시, 노동청,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를 외면했던 현대 하이스코 측이 마침내 대화의 창구를 연 것이다.
순천시 고용안정센터에서 열린 노·사 교섭에 참여한 단위는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노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이상 노동계)와 현대 하이스코, 하이스코 협력업체(이상 사측) 등이다.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소식은 "협상 전망이 밝다"는 것이었다. 비정규 노조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노조 인정' 및 '대화 제의 수용'이라는 낮은 수준의 요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돌았다.
하지만 교섭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2일 자정을 훌쩍 넘긴 3일 새벽 3시에 이르러서야 노사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잠정합의안의 내용은 △하청업체 결원시 실업자(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 활동 보장 △농성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잠정합의가 이뤄진 뒤 농성자들이 땅을 밟은 것은 다시 6시간 후였다. 노동계 협상 대표가 농성자들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합의 내용에 불만족스러워 하는 조합원들을 다독이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3일 오전 9시 농성자들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가'를 힘있게 부르면서 촬영을 위해 도열한 기자들과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들 앞으로 행진해 왔다. 이들은 곧바로 여수·순천 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
***사측 "노조와 단체협악 체결할 것"**
농성자들이 모두 내려온 뒤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정문 앞에서는 최종 합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용은 잠정 합의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양호 현대 하이스코 사내하청 대표는 "우려했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좀더 노·사 관계가 화목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우선 비정규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정훈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노조 위원장은 "(복직 시기와 관련) 구체적인 날짜를 합의안에 명시하지 않아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며 "하지만 위원장을 믿고 끝까지 함께해준 조합원에게 감사한다"며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노사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던 조충훈 순천시장은 "복직 날짜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날짜를 명시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주민과 관계기관이 모두 함께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합의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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