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사갈등 해결은 불가능한 것인가? 지난해 노사정 간 합의로 종식된 현대하이스코 사태가 사태 해결 6개월만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장 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전개했다. 다만 경찰의 신속한 병력 투입으로 인해 농성에 돌입한 지 불과 7시간 만에 전원 진압됐다는 점만 지난해와 다를 뿐이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 돌입 7시간 만에 전원 연행**
이날 새벽 5시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은 공장 안에 설치된 '천정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으나, 농성 돌입 7시간 만에 완전 진압됐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찰과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농성장인 공장의 철제 문을 뜯고 들어가 불과 1시간여 만에 진압을 끝냈다.
이 과정에서 농성 노동자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은 물대포로 맞서는 등 충돌이 벌어졌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농성에 들어갔던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한편 이날 오후 금속노조 광주전남본부 소속 노동자들은 경찰의 강제진압에 반발하며 현대하이스코 공장 정문 밖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휴지조각난 확약서…"노사정 합의,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이날 7시간의 공방은 지역 차원의 노사정 간 합의와 그 합의의 이행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노사갈등이 진행될 경우 지역 지방자치단체, 지역 노동청이 개입하는 행위 자체에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예이기도 하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4일 '해고자 원직복직,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11일 간 농성을 벌였다.
그때는 농성이 장기화되자 순천시, 광주노동청 등이 적극 개입해 그동안 교섭장에 나오지 않던 현대하이스코 사측을 끌어내 '고용보장 확약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확약서' 체결과 동시에 농성을 끝냈다.
확약서에는 △협력업체 결원시 실업자(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 활동 보장 △농성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었다.
당시 언론과 노동계는 지역 노사정 합의를 통해 장기 노사갈등을 해소한 보기 드문 예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확약서' 체결에 동참했던 현대하이스코와 이 회사의 협력회사들은 확약서 이행에 소극적이었다. '확약서' 체결을 끌어냈던 순천시와 지역 노동청도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는 현대하이스코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내용이었음에도 지역사회를 믿고 '확약서'에 서명하고 농성을 끝냈지만, 정작 '확약서' 체결 이후 6개월이 넘도록 확약서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금이라도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체결한 사회적 합의 '확약서'를 무조건 이행한다면 농성을 당장이라도 풀 것"이라며 "약속만 지켜진다면 목숨을 걸고 크레인 농성을 하며 생산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노사정 간 합의로 노사분쟁을 종식시킨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았던 현대하이스코 사태가 이제는 지역 노사정 간 합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정적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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