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들은 왜 전경버스에 불을 질렀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들은 왜 전경버스에 불을 질렀나?"

현대하이스코 사태의 배경

현대하이스코의 전남 순천공장 사태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합원 3000여 명이 공장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경찰버스 2대가 전소되고 4대가 반소됐다. 몸싸움으로 경찰과 조합원 모두 70여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조합원 27명은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시위가 과열양상을 띠자 관할 경찰서는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한강택 전남지방경찰청장은 26일 "불법시위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적극가담자는 전원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후속조처로 경찰은 25일 시위에서 투석, 쇠파이프, 죽봉 등을 이용한 조합원을 사법처리하기 위해 시위장면 사진 판독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지난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지회장 박정훈)의 조합원 28명이 공장 안에 있는 20여m 높이의 크레인 7개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면서 촉발됐다.

현대하이스코 사태가 크레인 점거농성과 경찰버스 2대의 전소에 이르기까지 극렬한 양상을 띠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장폐업 논란과 노조탄압 의혹**

이번 사태는 사측과 노조간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그 본질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사측의 지속적인 방해와 하청업체의 위장폐업이 이번 사태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올해 초만 해도 13개의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6~8월 사이에 4개사가 잇따라 폐업을 선언하면서, 해당 업체 노동자 140여 명이 실직하게 됐다. 당시 폐업 업체들은 하나같이 "경영상 이유"라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폐업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폐업 업체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폐업에 앞서 노조간부 등을 전출시키는 등 노조탄압의 소지가 있는 일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정훈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지회장이 몸담고 있던 한 하청회사는 지난 7월 7일 경북 경주로 방 지회장을 인사 발령했다. 또다른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이병용 사무국장도 같은 날 경기도 시화로 전출당했고, 또다른 노조 간부도 경북으로 전출당했다. 곧이어 노조의 수석부위원장, 총무부장, 문화부장, 대의원 등 9명의 간부들은 직무정지 조치를 당했다.

이들 회사는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이후 같은 달 18일, 29일 잇따라 폐업을 결정했다.

전출, 직무정지, 폐업 등 노조를 겨냥한 가시적 탄압이 있기 전에도 사측의 정신적, 육체적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속노조 전남동부지구협의회 박상욱 의장은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측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건설하려 하자 각종 탄압을 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원 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노조탈퇴 등을 강요하고, 이에 어떤 조합원의 아내는 유산을 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전후사정으로 봤을 때 지난 7월 하청업체의 폐업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노조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역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노조의 의혹제의에 공감**

노조의 이같은 의혹제기는 순천 시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남 순천 시의회는 지난 9월 30일 임시회에서 "현대하이스코가 건전한 상식과 도의에 바탕을 둔 기업윤리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회사가 놀랄만한 흑자를 낸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을 극복하고 땀흘려 일한 결과"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와 순천 YMCA, 순천 환경운동연합, 순천 KYC(한국청년연합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현대하이스코는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순천 시의회 성명서 채택에 참여한 서동욱 시의원(민주노동당)은 27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순천 지역에 대기업이라고는 현대하이스코 하나뿐인 상황에서 지역 청년들이 대량 해고된 사실에 대해 시의회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 기본권인 단결권이 순천 지역의 대기업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대 하이스코 사태에 대한 순천 시의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 의원은 이어 "시의회와 순천시가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현대 하이스코는 여전히 제3자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더구나 위장도급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하이스코의 현재 태도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사태의 원인이 현대 하이스코 측의 노조탄압 의혹과 대화 거부에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일치된 견해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하이스코, "남의 회사 일에 간섭할 수 없다"……하청에 대한 사용자성 부인**

한편 노동계와 지역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현대하이스코 사측은 "남의 회사(하청업체) 일에 하이스코(원청업체)가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먼저 위장폐업 의혹에 대해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협력(하청)업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자 협력업체 스스로 타산이 안 맞다고 판단해 폐업을 한 것"이라며 "우리 회사(현대 하이스코, 원청)이 폐업을 조장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에 대해 "우리 회사가 개입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며 "협력업체의 일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은 협력업체의 인사·경영권에 대한 침해인 만큼 참으로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비정규 노조원 28명이 공장 내 크레인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분들 스스로 조용히 내려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일"이라며 "왜 남의 회사 크레인에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위장도급 사건 빈발하는데, 정부는 도대체 뭐하나"……정부, 적극적 조치 뒤따라야**

한편 현대하이스코와 같은 사태가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도급 관행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현대하이스코와 같은 제조업 대공장의 경우 지속적으로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노동부는 노동계의 진정 등 직접행동이 있기 전에는 수수방관해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정부는 위장도급(불법파견) 결정을 내리고 난 뒤에도 현행 법에 원청회사를 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위장도급 진정등의 과정에서 현대 하이스코 사태처럼 위장폐업 등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문제제기한 노동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어쩔 수 없다'는 수준 이상이 아니었다.

예컨대 최근 2년동안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울산·전주·아산공장, 하이닉스·매그나칩 청주공장에서 있었던 불법파견 논란과 이에 따른 노사갈등 격화 양상은 정부의 무대책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비정규 노동 전문 연구소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김성희 소장은 이와 관련해 "불법파견을 결정한 후나 전이나 정부의 무대응은 마찬가지"라며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위장도급에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