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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북핵 국면 타고 정계개편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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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 북핵 국면 타고 정계개편 쥐락펴락

'DJ 그늘'에 盧-고건 자리는 없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는 형국이다.' 북핵 국면을 타고 순식간에 정치판의 대마를 장악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와 반비례해 하강 곡선을 그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궤적은 이렇게 설명된다.

북한 핵실험 이후 소위 범여권의 정치적 흐름은 DJ 노선이냐 아니냐를 준거로 확연히 갈라졌다. 특히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군불을 때고 있는 '통합신당론'에는 공통적으로 'DJ 노선'을 등에 업은 노무현 배제론이 녹아 있다.

우리-민주 'DJ 뿌리' 확인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는 우선 북한의 핵실험 직전에 이뤄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대선 때) 찍어준 사람들에게 승인받은 적이 없다. 표 찍어준 사람들은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고 분당 책임론을 거론한 것에서 확인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성 발언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정치권에선 양당이 다시 합치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북한의 핵실험이 터지고 난 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마에 오르면서 김 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았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햇볕정책' 적자 경쟁은 역으로 두 당이 한 뿌리임을 확인해줬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이 대선정국의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햇볕정책 비판을 성토했다. 양당이 각각 정계개편의 중심을 자부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긴 하나,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양새가 확인된 셈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양대 주주인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잇따라 우리당 창당 실험의 실패를 자인한 대목은 김 전 대통령의 분당 책임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이 많다.

김 의장은 23일 "민주당 지지자들이 분열된 것이 비극의 씨앗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정 전 의장은 24일 "민주세력이 분열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지난 7월 "조순형과 추미애, 나아가 한화갑 대표를 끌어안지 못한 것이 이 정권의 한계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대에서 '21세기 도전과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

'DJ 노선'=脫노무현

북핵 사태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이같은 흐름은 곧바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이건, 제3의 공간에 새로 집을 짓건 'DJ 햇볕정책'을 고리로 한 통합신당이 필연적 흐름으로 굳어진 셈이다. 이 움직임의 핵심은 '탈(脫)노무현' 현상이다.

특히 햇볕정책은 여권이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도록 정당성을 부여해준 거의 유일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내지 못한 노 대통령과 우리당 대권주자들의 차별화 수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역시 외피는 김 전 대통령이 제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당일 "현정부가 대북송금 특검을 무리하게 강행해 수많은 희생을 냈다"고 말했었다. 또한 핵실험 이후 청와대에서 대북 포용정책 수정론이 제기되자마자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햇볕정책으로 긴장이 완화됐으면 완화됐지 나빠진 게 없다. 그런데 어떻게 포용정책 수정을 말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그 뒤 천정배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를 불러온 것은 포용정책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라고 비판했고, 김근태 의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을 "남북관계 신뢰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같이 전례없이 직설적인 김 의장과 천 의원의 발언은 고건 전 총리, 정동영 전 의장이 주춤한 사이에 호남의 대표주자 자리를 햇볕정책 계승 의지를 통해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고건-한화갑 자충수?

한편 우리당 대권주자들의 탈노무현 현상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고건 전 총리와 한화갑 대표가 DJ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건 전 총리는 북한 핵실험 당일인 지난 9일 "평화공존 구도를 뒤흔든 폭거"로 규정하며 "온정적인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선을 긋자는 차원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라 호남이 정치적 기반인 고 전 총리로서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전 총리는 9일 발언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당 내에선 아직까지 고 전 총리도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완성 차원에서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고 전 총리가 여전히 2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무시 못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햇볕정책을 보는 시각 등 노선의 적합성 여부와는 무관한 공학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우리당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고 전 총리가 독자행보를 할 수 있는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15%로 본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고건 변수가 급속히 자동 해체되거나, 오픈프라이머리의 틀 내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우리당은 북핵 정국에서 엉뚱한 길을 택한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추이를 살피며 당분간 그와의 통합 논의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북핵 정국의 고비에서 김 전 대통령과 엇박자를 냄으로써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미국과의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한 한 대표의 주장에 호남여론이 반발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심재권 전 의원 등이 "햇볕정책의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한 대표는 궤도 이탈 나흘 만에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햇볕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원위치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오락가락한 행보는 재보선 이후, 특히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관련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 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DJ 정치장악 어디까지…

DJ를 중심으로 한 이같은 범여권의 질서 재편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보선 직후인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김 전 대통령의 목포 방문이 예정돼 있어 호남발(發) 'DJ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내달 2일에는 연세대가 주최하는 김대중 도서관 후원 행사에 참석한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8일부터 이틀간 부산으로 날아가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교통장관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11월 중순에는 충남 공주대 특강을 계획해 놨다.

내외신 기자회견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종횡무진 행보가 한동안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향후 정치구도의 풍향계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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