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이 잇따라 '창당 실패론'을 언급한 데 대해 당내의 친노직계 그룹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계개편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줄서기'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 핵실험 정국을 거치며 범여권의 차기주자들 가운데 '탈노무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정치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문제를 창당실패로 돌리는 것은 오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22일 "새천년민주당 지지자들이 분열된 것이 비극의 씨앗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 창당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라며 이른바 '창당실패론'을 제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친노직계 의원들이 "현재 열린우리당의 문제를 모두 창당 실패로 돌리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개혁당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주 의원은 23일 "우리당이 창당 이후에 민주당의 지지층을 결합하지 못했다는 반성은 수용할 수 있으나 분당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런 발언이 그간 당을 이끌어 온 사람들에게서, 게다가 아직 재보궐 선거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서 나왔다는 것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정동영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참정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동영 전 의장의 발언은) 매우 자의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 전 의장은 철거전문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다른 친노세력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 소속의 최재성 의원도 "결과론적인 사고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며 "깊게 고민해야 할 사안에 대해 당장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데에만 주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가치까지 소멸됐느냐는 좀 더 인내하며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권주자로 DJ에 줄서기 하는 거냐"
친노 그룹은 특히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대권 주자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줄서기 하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장 등의 발언이 김 전 대통령이 최근 제기한 '분당 책임론'에서 연유했다고 보기 때문.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북핵 정국을 타고 넘으며 현실 정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김형주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민감한 시기에 그간 가지고 왔던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자신의 파워를 드러내는 것 아니겠냐"며 "김 전 대통령의 분당 책임론은 당에 대한 것이기 보다 근본적으로 노 대통령 비판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대선 후보로서의 포지셔닝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아니냐"며 "정계개편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서서히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기에 동조하는 데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정연 소속의 이광철 의원도 "당시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적으로 요구됐던 정치 담론과 정당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도 여전히 지역주의 극복, 정당 민주주의 확립 등 열린우리당의 창립 정신, 정치개혁의 화두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어떤 정당도 담보해내지 못했다"며 "우리당은 정치공학에 충실하지 못해 문제를 겪는 것일 뿐 정치개혁과 당내 개혁을 잘해 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참정연과 의정연은 내달 중순께 토론회를 열어 정계개편 및 우리당의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에 대한 반대 입장과 '진보적 실용주의'라는 친노그룹의 이념적 슬로건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일정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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