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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땅 내주고, FTA에 경제 내주고…"

미군기지 확장 예정 팽성 주민촛불 600일 기념 문화제

600일이 지났는데도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낮에 내린 기습적인 폭우와 이어져 찾아온 황사, 쌀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23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엔 주민들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노동자, 민주노동당원 등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주민촛불 600일 기념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이 가작 '역정'을 낸 것은 국방부가 대추리, 도두리 일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용역으로 안 되니 경찰을 부르고, 경찰로도 안 되니 이번에는 군대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이냐"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도대체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냐,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냐"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김지태 이장은 "정부는 우리를 '불법'으로 몰아세우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는다"며 "민주주의는 결국 민중의 승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방부가 아무리 폭력을 앞세워 주민들을 탄압하지만 우리에게 무릎 꿇고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땅에 이어 경제도 내 줄 것인가

▲ 23일 대추리에서 열린 '주민촛불 600일 기념 문화제'. 이날 행사에서는 한미 fta가 또 하나의 관심사로 떠올랐다.ⓒ프레시안
최근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비판도 미군기지 확장 문제와 함께 이들의 큰 관심사였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신자유주의 침략세력에게 (미군기지 등) 국토를 내주더니 이제 경제까지 내주려 한다"며 "대한민국 호가 침몰하려 하고 있다"고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김용한 민주노동당 평택시위원장은 "언제부터인가 dda니 wto니 잘 알지도 못할 말들이 들려오며 우리 농민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졌는데, 이제 fta까지 우리 농민들을 못 살게 굴고 있다"며 "여기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미군기지 문제까지 정말 이 땅에 농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팽성 땅이 진짜로 필요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숨어 있을 것이 아니라 미국대사를 데리고 직접 대추리에 내려와 김지태 이장님과 시민사회대표인 문정현 신부와 담판 지으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밀리면 한반도는 미군 병참기지 된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한반도의 병참기지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게 울려 퍼졌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은 광양에 군수 기지창을 요구하고 있고, 광주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 군산에는 비행장 확장, 제주도에는 군항을 요구하고 있다"며 "또한 평택에 큰 미군기지를 갖겠다고 하고, 이 모든 것은 미국이 한반도를 동북아 전장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렇게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미군은 한반도를 제 집 드나들듯 드나들며 세계 여기저기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반도가 이렇게 전쟁에 이용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을 주민이 직접 재배한 쌀로 빚은 인절미가 제공되고, 사물놀이와 노래패 등의 각종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등 흥겹게 행사가 진행됐다.

'황새울 사진관', "주민들의 순박한 웃음 뒤엔 거대한 국가 폭력이"

▲ 노순택 씨의 '황새울 사진관' ⓒ프레시안

이날 특히 사진작가 노순택 씨가 카메라에 담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모습이 큰 반향을 불러모았다. '황새울 사진관'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이날 사진 영상물이 그것. '낭랑 18세' 같은 노래에 맞춰 등장하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활짝 웃는 모습에 참가자들도 덩달아 행복감을 느끼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환한 웃음의 이면에는 아주 큰 아픔이 서려 있다. 마을 주민들은 사진 속에서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지난 3번 국방부 용역과 경찰이 '영농활동을 못하게 하겠다'며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앞세워 들녘을 해집고 다닐 때는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고 한다.

참가자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환하게 웃는 모습에 환호를 보내고 배경 음악을 따라부르며 즐거워했지만, 저 웃음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일.

한 참가자는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평생을 이 땅에서 살아 온 이 순박한 사람들을 내몰려 하는가"라며 "국가적 폭력 앞에 한 개인의 삶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혀도 되는 것인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영상물을 보는 내내 그는 얼굴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촛불과 연등을 들고 k-6미군기지 철조망을 따라 행진을 하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평택 범대위는 24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추리 도두리 일대 군사보호구역 설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제4차 대집행'에 대비한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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