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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학법 파행'…'마지막 본회의'도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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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사학법 파행'…'마지막 본회의'도 일촉즉발

'강대강' 충돌, 주택법 등에도 불똥 튈 듯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치 속에 5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에 관해 열린우리당의 '백기 항복'을 요구하며 5일 의사일정을 보이코트 했기 때문. 이날 본회의 상정 예정이던 71개의 다른 안건 처리도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입장 선회가 전제되지 않으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키로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어서 사학법 대치에서 비롯된 국회 파행이 주택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 처리에까지 여파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월 임시국회는 6일 마지막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사학법 대치 쟁점은?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양당 간의 최대 쟁점은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 문제. 한나라당의 안은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와 종단이 각각 2배수를 추천해 이사회가 최종선임하자는 주장이다.
  
  종교사학의 경우 종단에도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회와 마찬가지로 개방형이사 추천권을 주자는 것. 또한 만약 열린우리당이 이같은 추천주체의 확대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의 재개정안과 한나라당 수정안을 놓고 표결에 붙이자는 것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2배수 후보 가운데 종단이 직접 1배수로 압축하고 이를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학운위나 대학평의회가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때 건학이념에 맞는 사람을 추천토록 한 시행령을 모법으로 승격시키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개방형 이사 추천주체의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종단 추천 이사로만 개방형 이사가 선정될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결국 한나라당의 안이 학운위 또는 평의회와 종단에 각각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당의 안은 학운위 또는 평의회가 추천한 후보자를 종단이 추인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나라 "원칙대로 하자" 강경론 회귀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종단 사학과 비종단 사학을 나누자는 것도, 표 대결을 통해 결정하자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성의 있는 태도를 끌어내기 위해 5일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이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지난 달 27일의 양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에선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4월 국회로 넘기는 방안도 제기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택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학법 논쟁 속에 무산될 경우 제기될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감에서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생각을 조금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여야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이번 회기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안 되면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4월 국회로 넘겨 국민들에게 욕을 먹지 않고 (처리를) 할 법안이 있으면 해 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명실공히 제1당이 됐다"면서 "열린우리당을 공격하기는 쉽지만 이미 여당도 아닌데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있는가. 차라리 우리가 주도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전략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경원 대변인은 "지도부가 절충안을 낸 것 자체가 옳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을 정도로 사학법에 관한 한 당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되고 대선공약으로라도 내걸고 제대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다수의 강경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경재 의원은 "사학법이 이번에 통과돼야 하는 절박감이 있는 것은 알지만 추천 주체에 종단만 들어가게 하는 것은 비종단 사학과 비교해 차별이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한나라당의 절충안조차 거부했다.
  
  김기춘 의원도 "종단 사학과 비종단 사학을 분리한다면 평등권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적당히 타협하면 오히려 비난을 받을 것이다. 원칙대로 하자"고 말했다.
  
  우리당, 강경론 속에 내심 여유
  
  반면 열린우리당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소속의원 전원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모든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 임시회 소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리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쟁점이 아닌 법안처리도 안 하겠다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 왜 출마했냐고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우상호 의원은 "한나라당의 반민생적 행태에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장향숙 의원은 "장애인 450만 명이 가슴 설레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되는 오늘 본회의를 기다려 왔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했고, 강기정 의원은 "노후에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노인들께 용돈 드리자는 기초노령연금법도 처리하지 않으려는 한나라당은 불효자당"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또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주택법 개정안, 장애인차별금지법, 기초노인수발법 등 민생3법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6일에도 주택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 정파들과 함께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들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종교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본회의 무산 뒤 정세균 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는 임채정 국회의장을 찾아 주택법 개정안 등의 6일 본회의 직권상정, 3월 임시국회 소집 등을 요구했다.
  
  이같은 강경론에는 사학법 대치의 장기화가 부담될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종교계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한 절충안을 마련함으로써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종교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했다는 자체 판단 때문.
  
  국회 교육위 소속인 정봉주 의원은 "종교계에서도 점차 우리가 내놓은 수정안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가장 큰 문제가 해결 된 셈"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국회 교육위 간사를 맡고 있는 유기홍 의원도 이번 수정안에 대해 "기본적인 추천권을 학운위와 대학평의회에서 갖기 때문에 개방형 이사제의 정신이 살아 있으며 종단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라며 "위헌의 소지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민노 등 "한나라당 민생을 인질로 사학법 개악 요구하나"
  
  이런 가운데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노동당은 국회 파행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원칙과 명분도 없이 밀실거래를 통해 사학법과 주택법을 연계시키더니 이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민생을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하며 우리당도 한나라당과 밀실 담합에 대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본회의 불참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한나라당과 '사학법 절충'을 시도해 온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민노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민생법안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던 한나라당이 민생을 인질로 사학법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민생 인질극 정치는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몰아쳤다.
  
  이 부대표는 "표리부동, 조삼모사에도 한계가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제1당이 아니냐"면서 "당파를 떠나 기본적 정치도의조차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이 부대표는 "어제까지만 해도 한나라당과 밀실에서 개혁후퇴 밀거래를 시도하다가 오늘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에 진정한 민생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즉시 한나라당과의 '사학법 야합' 중단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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