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민생회담'과 관련해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법개혁관련법안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의 '빅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우리당 "당론대로"…탈당파 "논의해봐야"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화가 이뤄져 본격적인 대화정치의 재개라는 국민의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사법개혁과 사립학교법 등 "일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법안에 대해선 우리당의 당론이 있는 만큼 당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특히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말한 것인 만큼 내부 토론은 한 번 하겠지만 당론을 변경하면서까지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생각대로 할 것이다. 대통령이 말한다고 우리가 다 받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이끄는 탈당파의 대변인인 양형일 의원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민생 문제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합의 내용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스럽지만 앞으로 그 내용이 실체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에 있을 때 당론으로 정해진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용한다"면서도 두 법안의 빅딜 시 동의 여부에 대해선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하지 말라.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우리당 대변인은 "탈당파가 사학법에 한나라당의 편을 들 경우 그분들 작살난다. 한민공조(한나라당 민주당 공조)도 욕먹었는데 그게 되겠느냐"고 견제했다.
민노-민주 "사학법-사법개혁이 민생이냐"
한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민생회담이라는 거창한 겉치장이 무색한 속빈강정 회담, 빈수레 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박 대변인은 "사학법과 사법개혁법의 빅딜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지 않는 두 법안을 서로 주고받는 정치적 타협을 위해 민생을 밥상의 식탁보로 사용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지금 진행되는 협상의 문제점과 파행에 대해선 아예 눈감고 있다"며 "나라 곳간 열쇠와 국가 주권을 통째로 내줄 우려가 확연한 협상을 체결하는 일에 대통령과 원내 1당 대표가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사법개혁관련법과 사학법이 민생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대통령과 원내 1당 대표가 민생회담 한다고 만나 결국은 정치협상으로 마무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사기그릇 같은 합의는 우려스럽다"면서도 "합의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해 끝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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