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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도 '위로'도 없이 다시 돌아온 '노근리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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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도 '위로'도 없이 다시 돌아온 '노근리의 그날'

26일 노근리 위령제…'무초 서한'은 어떻게 됐나

노근리 학살이 상부의 명령에 의해 자행됐음을 증명하는 '무초 서한'이 발견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은 상황에서 '노근리의 그날' 이 또다시 찾아왔다.

노근리사건 피해자대책위원회(현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위원장 정은용)는 한국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밑에서 미군의 총탄에 학살된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위령제를 26일 사건 현장에서 갖는다.

199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번 합동위령제에서는 피해자와 유가족, 지역 기관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할 예정이다.
▲ 미국이 노근리 학살이 상부의 명령임을 증명하는 무초 서한(오른쪽)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는 가운데 노근리사건 56주기가 돌아왔다. ⓒ연합뉴스

이번 위령제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의 <AP> 통신이 지난 5월 29일 노근리사건이 일어나기 전날인 1950년 7월 25일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미 국무부 앞으로 보낸 서한을 공개하면서 노근리 학살이 상부의 명령에 의해 일어난 것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무초 대사는 그 서한에서 "만약 피난민들이 미군 방어선의 북쪽에서 출현할 경우 경고사격을 하되, 이를 무시하고 남하를 강행할 경우 (피난민들은) 총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피난민 대책회의의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01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근리사건이 현장 병사들에 의한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결론 내려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 왔다.

무초 서한이 공개되자 외교통상부는 5월 30일 서한의 존재 여부에 대해 미국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6월 7일 언론브리핑에서 "(무초 서한에 대해) 미국측과 확인중에 있고 알게 되는 대로 (국민들에게)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무슨 이유에선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미국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거나 우리 정부가 확인 요청을 제대로 안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초 서한은 특히 2000년 노근리사건을 조사하던 미 국방부 진상조사단의 조사 문서철 목록에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어서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하루도 걸리지 않는 사안이다. 따라서 2개월이 지나도록 답변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유족회의 주장이다.

따라서 유족회에서는 이번 위령제를 계기로 외교부를 통해 '무초 서한'의 확인 요청을 재차 촉구할 계획이다.

유족회는 또 백지화 위기에 놓인 추모사업을 둘러싸고 미국이 한국전쟁 양민학살의 축소를 시도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노근리 추모사업 예산 400만 달러의 사용기간이 오는 9월 30일로 만료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고, 외교부는 이를 공문으로 작성해 유족회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유족회는 미국이 노근리 추모사업 예산 400만 달러를 가지고 100여 건이 넘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 전체를 무마하려 한다며 지난 5년간 수령을 거부해 왔다.

유족회는 또 2003년 제정된 노근리특별법에 따른 우리 정부의 추모사업이 국무조정실 및 행정자치부 노근리 지원단의 업무 태만으로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강력히 문제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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