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상부의 명령에 따라 피난민들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AP> 통신의 보도에 대해 당시 민간인 학살사건이 일어났던 충북 영동 노근리의 희생자들을 대표하는 대책위원회는 29일 "미국 정부가 발표했던 노근리사건 진상보고서가 왜곡됐음을 확인하는 기사"라며 강력 항의했다.
'노근리 미군양민학살사건대책위원회(노근리대책위)'는 이날 정은용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군 고위층 사격 명령 없이 우발적으로 노근리사건이 발생했다는 종전의 진상조사 결과는 잘못된 것이고, 노근리 사건은 미 제7기병연대가 미8군 사령부의 피난민들에 대한 사격을 허용하는 정책에 따라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1년 1월 노근리사건에 대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유감 성명과 함께 국방부에 의해 진행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참전 미군들이 상부의 명령에 따른 학살이었음을 증언했다고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 조사단은 이를 우발적인 사건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노근리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과 인권을 존중하는 미국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학살을 지시했던 군 상급지휘부의 책임을 참전 미군 장병들에게 전가하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또 "그간 사건의 진상조사와 성실한 해결을 부탁하는 청원서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여러차례 제출했다"면서 "답장 한번 없이 수수방관해 왔는데 이제는 미국 의회가 나설때가 됐다"고 촉구하며 청문회 개최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어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인류의 기본적인 가치인 인권문제이자 정체성과 국가 자존심의 문제로 여겨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방국인 미국의 부도덕성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한미관계의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구도 노근리 대책위 대변인은 미 국방부 조사단의 결과 조작에 대해 미 사법당국에 고소하는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에 노근리 문제를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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