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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노근리사건 재조사하고 공식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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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노근리사건 재조사하고 공식 사과해야"

[인터뷰] '무초 대사 서한' 발굴한 란즈 연구원

"개인적으론, 우리 군대의 군사행동으로 희생된 민간인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보상에 내가 내는 세금이 쓰이는 데 대해 좋다는 생각이며, 미 정부가 공식 사과하는 것을 검토했으면 한다."

6.25 때의 노근리 학살 사건과 관련, 피난민 대책회의에 관한 존 무초 당시 주한미대사의 서한 공개로 주목받은 미 역사학자 사르 콘웨이 란즈는 1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피난민에 대한 발포 정책은 없었다는 (미 당국 조사의) 결론은 무초 서한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은 것(unlikely)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국립기록보관소 닉슨 대통령 기록 책임자인 란즈는 대책회의에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데 따른 한국 정부의 책임 부분에 대해선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데 동의하지만, 이 문제는 깊이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초 서한을 다룬 란즈 연구원의 저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노근리 사건만 다룬 게 아니다.

이 책은, 전쟁 중이라도 무고한 비무장 민간인은 군사표적으로 삼지 않는다(immunity)는 미 정부의 대원칙이 전쟁의 심화로 파괴활동이 격화됨에 따라 실제론 간과ㆍ무시되거나 가장된 채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량 희생시킨 역사적 사례들을 좇음으로써, 2차대전 후 원자폭탄 등 군대의 대량살상력이 크게 증대한 상황에서 전쟁의 위험을 경계한 것이다.

이 책은 그 대표적 사례로 20여 페이지가 넘게 한국전에 할애해, 미 정부가 초기엔 한국전 참전이 소련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메시지를 소련에 주기 위해 매우 제한적인 군시설만 파괴목표물로 삼다가, 중공군 개입을 전후해선 "적군에 교훈을 주기 위해" 신의주 등 북한 지역 도시들을 초토화하는 공습을 단행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하기도 했다.

란즈는 이 책에서 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맥아더 장군 등 한국전 당시 미군 지휘부의 '군사적 목표물(military targets)'에 대한 개념이 확장돼 민간건물을 포함해 모든 인공구조물이 공습과 포격 대상이 돼 2차대전 때와 마찬가지의 혹독한 파괴가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란즈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997년부터 조사연구에 착수, 지난 4월 출판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미국의 외교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이 책을 쓴 목적은.

"교전상태에서 민간인 희생의 문제와 전쟁의 인적 비용에 더 많은 주의를 끌기 위해서다."

- 노근리 사건을 대표적 경우로 선정하게 된 것은.

"내 책은 한국전과 핵무기 시대 초창기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조사한 것이었는데, 한국전을 연구하다가 노근리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 노근리 사건에서 민간인 희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쉬운 해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문제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게 됨으로써 이 문제를 다루는 좋은 방법이 나오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론, 민간인 전쟁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가 낸 세금이 내 나라 군대의 군사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민간인 전쟁 희생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에 쓰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 미 국방부가 조사보고서에서 무초 서한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고의적인 누락이라고 생각하나.

"고의로 그랬다고 믿지 않는다. 추측컨대 그냥 빠뜨렸을 것이다."

- 무초 서한에 따라 한ㆍ미 정부가 노근리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특히 미국 정부가 노근리 학살 희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를 검토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기로 한 당시 결정은 피난민에 대한 발포 정책이 없었다는 결론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무초 서한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한ㆍ미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온 뒤 2001년 1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한국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며 한국 정부측은 이를 사과로 간주했다.)

- 발포 지침이 결정된 피난민 대책회의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는 것은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뜻인가.

"한국 정부가 노근리 학살 사건에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내가 이 문제는 깊이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 대책회의 한국 정부측 참석자 명단 기록도 있나.

"유감스럽지만 참석자 이름을 모른다. 기록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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