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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생아' 헤지펀드, 제2의 전성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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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생아' 헤지펀드, 제2의 전성기 맞다

일반인.기관투자가도 앞다퉈 헤지펀드로 몰려

미국 증시가 2년반이 넘도록 침체장을 벗어나지 못하자 헤지펀드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뮤추얼펀드 자금을 회수하는 대신,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90년대초 전성기를 맞았다가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지불유예)사태로 큰 타격을 입고 수면밑으로 잠수했던 헤지펀드의 '제2의 전성시대'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서방언론 앞다퉈 '헤지펀드의 부활' 보도**

요즘 서방언론들의 지대한 경제 관심사중 하나는 단연 '헤지펀드의 부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미국 야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새로운 소유주 존 헨리가 S&P 500지수가 13.2% 하락하는 올 상반기에만 헤지펀드 거래로 외환시장에서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중 하나인 HFR 자산운용의 조셉 니콜러스 대표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투자를 할만한 고객이라면 헤지펀드 투자가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대다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상당 기간 주식 활황장세가 지속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는 항상 오른다'고 믿었으나 지금은 이 믿음이 신화에 불과했음이 명백해졌다"면서 "그동안 헤지펀드의 우수성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헤지펀드의 운용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평균 4%의 수익률을 올렸다. 별 것 아닌 것처럽 보이나, 지난해 대표적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가 12%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양호한 수익률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에서 "지난해 헤지펀드 수익률을 나타내는 CSFB트레몬트 지수는 4.4%를 기록해 뮤추얼펀드 투자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중산층, 대학연기금 등으로 헤지펀드 고객 확대**

이렇게 헤지펀드의 투자수익률이 높자,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려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헤지펀드의 성적이 뮤추얼 펀드를 능가하자 백만장자급만 상대하던 헤지펀드 고객이 중상류층, 대학연기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코치스 피츠 투자자문사의 그레그 시크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내지 1년전만 하더라도 헤지펀드 고객은 최상층 부자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기관투자자 모두가 포트폴리오에 헤지펀드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층이 다양해지다보니 헤지펀드업계의 자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

헤지펀드자문사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5천6백30억달러로 전년도의 4천8백억달러에 비해 18% 가까이 늘어났으며 올해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져 이미 6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헤지펀드들도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다.

기존의 헤지펀드는 1백명을 넘지 않는 소수고객들로부터 1인당 최소 1백만달러 이상을 투자받는 대신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고객숫자가 1백명 미만인 펀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체의 제재를 받지 않는 미국 금융규제의 헛점을 교묘히 이용한 운용방식이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 펀드 같은 몇몇 헤지펀드들은 최근 1인당 최소투자액을 5만달러 선으로 대폭 낮춘 두 가지 헤지펀드를 개설했다. 대중에게 개방하는 데 따른 금융당국의 규제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헤지펀드의 투기성, 불투명성 우려대상**

그러나 이처럼 헤지펀드가 대중화되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투자 위험이 높을뿐 아니라 연간 수수료와 함께 적어도 20%가 넘는 성과금을 펀드매니저에게 줘야 한다는 점에서 소액투자자에게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헤지펀드는 투자기법이 철저하게 비밀로 붙여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윌 캐피털매지니먼트의 커트 윌 대표는 "헤지펀드업체 중에서 수수료보다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헤지펀드는 이론적으로 증시 등락과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올려주는 투자기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헤지펀드는 투기적 성격이 강해졌다. 특히 주식시장보다 단기변동성이 더욱 심한 외환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파생금융상품(디리버티브스)의 95%가 환율연계 상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등락이나 달러의 급등락은 헤지펀드의 투기적 자본 이동 때문"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헤지펀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헤지펀드는 주식시장에서 소위 공매도라는 위험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매도 기법이란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 주가가 떨어지면 훨씬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주가가 계속 오르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이론적으로 헤지펀드란 주식을 살 때 다른 투자종목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전통적 방식을 따르도록 돼 있으나, 실제 운용에서는 전통적 방식 대신 보유자금의 몇배를 빌려 투자하는 투기적 방식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많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헤지펀드는 '위기의 사생아'**

유명 헤지펀드매니저 존 메리웨더가 설립한 JWM 파트너스에는 10억달러의 자금이 몰렸으며 올해도 6%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그는 98년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계에 일대위기를 몰고 왔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출신의 매니저이다. LTCM 파산 4년만에 국제금융계에 다시 화려히 복귀한 것이다.

메리위더는 소위 '상대적 가치투자'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대등한 가치를 지닌 두 종류의 환차익을 노린 투자로 채권이 주된 투자 대상이다. 그는 판돈의 1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지렛대) 투자를 즐겨하고 있어, 실제 거래액은 1백억 달러에 이른다.

LTCM에서 일할 당시 그의 레버리지가 20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기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의 투기성은 여전히 금융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다. 또한 LTCM처럼 하루아침에 세계금융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파괴력도 상존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본디 '위기의 사생아'이다. 헤지펀드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세계경제계가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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