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를 5년래 최저수준으로 붕괴시킨 주범은 기업분식회계 사태다. 그러나 지난 6~7월 미국증시의 하락세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급락세였다. 반등할 이유도 없는데 갑자기 반짝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침체장에서 하락세를 가파르게 하고 증시를 널뛰게 하는 주범으로 지금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곳이 다름아닌 헤지펀드다. 허위로 대량 매도 주문을 낸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사들이는 공매도 수법으로 증시를 교란시켰다는 의혹이다.
***헤지펀드, 지난 2년여간 가장 높은 수익률 올려**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미국 프로야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를 최근 인수한 존 헨리는 지난 1.4분기에 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13.2%나 하락했다.
미 언론들로부터 투기의혹을 사고 있는 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락하는 증시는 아무래도 헤지펀드가 유리한 환경"이라면서 "나도 미국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주가 하락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계에 5천억달러가 넘는 헤지펀드가 국경을 넘나들며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미국증시가 2년반이 넘도록 침체장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헤지펀드만은 두자리 수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의 황제인 조지 소로스는 74억달러 자산의 퀀텀 펀드로 지난해 13.8%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 1.4분기 수익률은 3%에 그쳤지만 다우지수나 나스닥의 폭락장과 비교하면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골드먼삭스와 같은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헤지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특급 펀드매니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주식이 연 10~15%의 수익을 낸다면 헤지펀드는 매달 2%의 수익을 냄으로써 연평균 20~25%의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처럼 목표치가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high-risk, high-return)상품이다. 통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70% 이상이 3년안에 망한다. 따라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투기에 가까운 자금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22억달러 유입돼 있어**
우리나라도 헤지펀드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단기성 국제투기자본인 헤지펀드는 그 규모가 22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재정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규모는 21억9천만달러(약 2조6천700억원)로 전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2.3%로 파악됐다. 규모는 작아 보이나, 이들이 주로 판돈의 수백배로 거래가 이뤄지는 선물ㆍ옵션등의 시장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규모다.
국내에 투입된 헤지펀드 자금은 주로 미국계 자금이며 이외 영국,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에서 흘러들어온 자금도 일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교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헤지펀드의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어 그동안 미국으로 흘러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미 금융기관들은 전세계에 투자됐던 자금을 회수하게 되고, 이러한 자본 재편과정에 헤지펀드가 극성을 부려 금융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 음모론은 과장"**
그러나 헤지펀드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우존스는 26일(현지시간)자 보도에 따르면, UBS 워버그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이네이첸은 "헤지펀드가 투자운용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으며, 뮤추얼펀드나 생명보험펀드 등 대형 투자운용사들의 유동성 감소로 시장 침체가 초래되고, 생명보험펀드나 연기금이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도에 나섰기 때문에 하락세가 커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20~30조 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투자운용 자금 가운데 헤지펀드는 많이 잡아야 6천억달러에 불구해 시장의 대세에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 하락세를 가속화한 주범으로 꼽히는 공매도 펀드의 경우 자산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전체 투자자금의 0.11%인 6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작금의 사태의 본질은 미국기업의 분식회계와 미국금융기관들의 분식회계 공모에 있는데, 헤지펀드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계에서는 혼란기에 큰 수익을 올려온 헤지펀드들이 지금같은 대혼란기에 가만 있을 리 없다고 판단하며 이들의 움직임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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