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98년도식 위기돌파는 어려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98년도식 위기돌파는 어려워

신경제 신화 붕괴 그린스펀효과 증발

지금 미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초미의 관심사는 전례없이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을 통해 과연 당면한 세계공황적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이다.

지난 98년 9월, 지금과 비슷한 위기상황이 있었다. 98년 9월말 러시아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사태가 발발했다. 그 여파로 미국의 앞뜰인 브라질 등 중남미가 크게 흔들리더니, 예기치 않게 뉴욕 안방에서 세계 3대 헤지펀드중 하나였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까지 파산했다.

LTCM은 미국 금융회사들로부터 1천2백50억달러를 차입 형식으로 맡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해 파생금융상품에 1조달러를 투자했다가 원금의 92%를 까먹고 파산했다. 1조달러를 움직인 LTCM의 98년초 자본금은 48억달러에 불과했다. LTCM사태가 발발하자 세계에는 2차 세계공황 발발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미 연준은 이에 골드만 삭스, 트래블러스, 메릴린치 등 월가의 큰 손들을 모아 35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제공해 월가의 동반 붕괴를 막았다.

연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준은 9월29일 단기금리를 5.5%에서 5.25%로 인하한 데 이어 10월25일과 11일17일에도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 이와 함께 무디스등 월가의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등 파산국가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토록 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한국 등에 대한 기존의 초고금리정책을 초저금리정책으로 바꾸도록 했다. 범지구적 규모의 ‘유동성 장세’를 연출해낸 것이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극적으로 파국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98년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올 연초에 월가는 자산규모가 6천4백20억달러(6월말 현재)로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파산 임박설로 크게 흔들렸다. 중남미 투자 및 캘리포니아 전력회사에의 대출이 대거 부실화되면서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BOA 파산설이 나돌자 미 연준은 98년말 LTCM사태때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재연했다. 아울러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 등은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전파했다. 지난 4~5월 잠시 주가가 오르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반짝’ 호전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리라던 미 연준의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 들어 도리어 경기침체가 심화됐고,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인 9.11사태로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연준 단기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여덟 차례에 걸쳐 3.5%포인트나 인하를 거듭한 결과 현재 3.0%까지 낮아졌다. 이는 94년이래 최저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더욱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표>

***‘타이타닉호 최후의 선장(?)’**

이 과정에서 한때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연준 의장 ‘그린스펀의 신화’도 붕괴했다. 98년말 위기때에는 정보통신(IT)산업의 무한성장을 전제로 한 저인플레-고성장의 ‘신경제 신화’가 뒷받침됐기에 그린스펀의 공격적 금리인하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미 연준이 풀어놓은 돈은 봇물터진듯 나스닥 및 거래소시장으로 몰려들어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미국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 주가가 올라 자산소득이 생기리라는 착각에 빠져 마이너스 저축을 기록하면서까지 흥청망청 소비를 늘렸다. 이 과정에 미 소비자들이 진 카드빚만 7천억달러(우리 돈 9백조원)를 넘는다.

그러다가 2000년 들어 9년째 계속되던 미국경제의 파티가 끝났다. 지난해 3월을 분기점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경제 신화가 붕괴한 것이다. 지금 미국은 도리어 과거 신경제 신화가 초래한 과도한 IT 중복과잉투자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IT산업은 지난 95년이래 2000년까지 미국 전체 투자의 50%를 독식할 정도로 과잉투자가 심각했다. 따라서 거품이 빠지기까지에는 앞으로도 최소한 1~2년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무한정 돈을 풀어 미 경제를 버팅기려 하는 그린스펀을 ‘타이타닉호의 선장’에,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빚을 내 소비하던 미국 소비자들을 ‘그린스펀 베이비(그린스펀의 아이들)’에 비유하고 있다.

과연 그린스펀 의장이 타이타닉호의 선장,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이 타이타닉호의 승객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가능하다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주위에 너무나 많은 빙산덩어리가 떠돌고 있다는 데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