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위기 세계시스템-<7>세계화의 사생아, 검은 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위기 세계시스템-<7>세계화의 사생아, 검은 돈

연간 1조달러 검은 돈 세탁

9.11테러 이후 미국정부는 큰 딜레머에 빠졌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지난 9월24일 단행한 테러혐의자 및 단체 27개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 즉 ‘테러리스트들의 금융기반에 대한 폭격’이 초래한 자기모순이다.
테러집단의 자금을 추적하다 보니, 할 수 없이 미국뿐 아니라 서방 각국의 은행계좌를 까야 하고 더 나아가 헤지펀드 등 그동안 눈감아 온 투기성자금시장까지도 뒤져야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검은 돈’의 추적에 대해 대단히 미온적 입장을 보여왔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발에 이어 98년 9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도산으로 세계금융계가 위기에 봉착하자 유럽을 비롯해 국제금융기구들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이른바 ‘더티 머니(DIRTY MONEY)’의 자금이동에 대한 감독 및 돈세탁 방지에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유독 미국만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민간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할 경우 쥐 잡으려다가 장독 깨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미 금융당국은 그동안 99명이하 주주로 구성되는 헤지펀드에 대해선 금융당국에 대한 거래보고 의무를 제외시켜주는 등 검은 돈의 흐름을 방조해왔다.

해마다 GDP의 4.5%에 달하는 미국의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다각도로 외국자금의 유입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미 정부의 입장은 친(親)자본적 성격이 강한 부시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강화돼, 9.11테러 발발 전까지만 해도 은행계좌와 헤지펀드 거래내역을 뒤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노릇이었다.

***국제 더티 머니, 연간 1조달러**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지구상에서 세탁되고 있는 자금의 규모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이보다 높게 잡아 해마다 국제은행시스템을 통해 세탁되고 있는 자금의 규모를 최고 1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UN은 자금세탁의 주된 고객인 마약거래 자금만 연간 4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단일산업 규모로는 세계최대’라는 게 이들 국제기구의 주장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가 세계 주요금융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미 정부가 울며 겨자먹기로 테러자금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국제자금 흐름에 당장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스위스프랑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스위스프랑은 9.11테러 발발 열흘사이에 달러화에 대해 5.9%나 값이 상승, 전세계 화폐 가운데 달러화 대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스위스프랑의 상승세는 서둘러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강세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헤지펀드 등 투기성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와 보다 안전한 스위스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스위스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13%에 달하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으나, 국제금융계의 지배적 시각은 니혼게이자이의 음모론적 해석에 보다 가깝다.

***스위스에서만 세계 더티 머니의 3분의 1 거래**

당연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스위스에 대한 시각도 곱지 못하다. 조세 회피지(Tax Haven)를 찾는 세계자금의 약 3분의 1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스위스의 은행비밀법을 폐지 또는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지난달 19일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테러범의 자금원을 규명하고 차단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스위스가 EU에 가입하기 위해선 은행비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위스정부는 은행비밀법 폐지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스위스의 주된 수익원중 하나가 금융부문이기 때문이다. '취리히의 작은 악마들’이라고 국제금융계에서 불릴 정도로 스위스의 검은 돈 거래는 악명 높고 유례도 깊다. 한 예로 스위스은행들은 제2차 세계대전중 독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나치에게 유태인들의 금융자산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 때문에 전후 유태인들에게 12억5천만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이들 취리히의 금융마피아는 지금도 전세계 부패정치인들의 비밀금고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필리핀 국내외의 거센 반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위스 금고에 있으며, 얼마전에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 명의의 계좌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비자금 스위스 예탁의혹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자금세탁 방지 노력,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 높아**

자금세탁 국제감시기구인 자금세탁경보(MLA)는 그러나 “9.11테러로 자금세탁 방지 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자금세탁 방지 운동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미국이 더 이상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 것이며, 스위스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금융계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강경한 태도는 9.11테러에 따른 일시적 반작용일 가능성이 높고, 스위스도 결코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나 스위스 모두가 국제금융자본의 지속한 유입 없이는 생존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금융계에 밝은 한 외국계 펀드머니저는 “냉전종식후 민간자금 이동 규모가 급속히 커져 국제금융 불안이 증폭되면서 이들 자금의 움직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투기성자금과 미국 등의 이해관계가 동전 앞뒷면 관계에 있어 실제로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마도 이들 자금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려면 지난 1929년 세계대공황이후 독점기업 및 독점금융에 대한 대대적 규제가 가능했듯, 세계경제가 한차례 심각한 홍역을 겪은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