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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10년 집권, 막상 지방살림 맡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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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10년 집권, 막상 지방살림 맡아보니…

[도시, 욕망을 벗다⑤] 시장으로 돌아온 국회의원 복기왕 아산시장

2010년 6월 지방선거. 돌풍이 일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야권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당선이 됐다. 토호들의 독무대 같았던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신선한 인물을 택했다. 그렇게 민선 5기 출범 1년이 지났다. '신선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을까. 지역에서는 적잖은 도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주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할 말 많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실험의 현황을 들어본다. 프레시안은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방자치의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섯 번째 만남은 복기왕 아산시장이다. 1968년생인 그는 서른일곱이던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최연소 국회의원이었고, 마흔셋이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구청장을 제외한 최연소 기초단체장으로 당선되는 등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그런데 '최연소' 타이틀보다 흥미로운 건 그가 자민련-자유선진당으로 이어지는 지역색이 강한 충남권에서 나름대로 선전해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1일 아산시청에서 진행된 인터뷰다.<편집자>

▲ 복기왕 아산시장. ⓒ아산시청

#1. 천안? 아산? 눈부신 성장과 성장통

인터뷰를 위해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쾌활한 분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아들, 사위 '뒷담화'가 시작됐다.

"아니 글쎄 또 차를 바꿨지 뭡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 새 차 나오면 휙휙 바꾸고 그러는데 그럼 안 되죠. 우리 때야 차가 안 좋으니까 20만(km) 타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차도 잘 나오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손님?"

맞장구를 쳐드리려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생각이 나 "그래도 사람들이 차를 자주 바꿔야 아산 경제도 나아지고 그러죠"라고 농을 쳤다.

"아, 그건 그렇죠."

대화는 싱겁게 끝이 났다. 대다수의 지방 자치단체들이 산업단지 유치 부진, 인구감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산은 '해피'해 보일 정도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있고, 세계 최대 LCD 생산단지라는 삼성전자 아산공장도 있다. 인구는 2001년 18만 명 수준이었으나 10년 사이 28만 명을 돌파했다. 복기왕 시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작년 7월 취임할 때 인구가 26만7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8만1000명 됩니다. 지역의 소득에 대해서는 자료화된 게 없는데, 1인당 생산성은 아산시가 자치단체 중에 제일 높아요. 2009년 조사에서 5만7000달러였어요. 현대차가 들어오면서 관련 부품업계도 들어와서 자동차 부품업계 집약도가 가장 높은 곳이 아산입니다. 거기에 삼성도 들어왔으니까요."

무엇보다 수도권이 팽창하고 교통이 발달되면서 아산의 입지조건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안, 아산, 당진은 거의 수도권 취급을 받습니다. 아산 위가 평택인데 접근성은 다를 바 없고 지가는 더 유리하죠. 요즘 아산처럼 도로공사 많이 하는데 없을 겁니다. 남북으로 고속화도로 뚫리고 천안과 당진을 잇는 동서간 고속도로도 하나 뚫리고, 아산시 우회도로도 3~4년 내에 개통돼요. 화성에서 내려오는 서해안 복선전철이 현대차 옆으로 지나가게 됩니다. 접근성은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가고 있는 도시지만, 커가는 만큼 부작용도 있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성장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고 한다. 성장통이다.

우선 자동차 부품업체 얘기가 나왔으니, 유성기업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장이 밀집해 있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분규가 일어났을 때 처음으로 현장에 방문한 사람이 저일텐데요. 노조 관계자도 뵙고 가족들도 제 방에 모셔서 대화도 나눴어요. 원칙은 노사 자율타협이긴 한데 사 측이 워낙 강고합니다. 사 측에서 일괄복귀를 반대하는데, 개별복귀라는 것은 협조적이지 않은 노조원은 받지 않겠다는 거 아닙니까. 안희정 충남지사님도 오셔서 노사민정 회의를 열었는데 사 측에서는 안 오더라고요. 오죽하면 경찰이 용역 폭력 사태와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해 용역의 부당함까지 파보겠습니까. 그래도 결국은 회사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재산권 영역이니까 저희가 어떻게 할 방도가 없습니다. 답답하죠. 조합원들은 우리 시민들이거든요. 그 분들이 직장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대립이 장기화돼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 하나는 천안과의 관계다. 그 상징이 KTX '천안아산역'의 이름이다.

▲ KTX 천안아산역. 뒤에 보이는 아산역은 장항선과 수도권 전철역. ⓒ아산시청

"KTX 역사는 행정구역상 아산시 땅입니다. 열차가 들어오면서 철로 구간이 넓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곳 6% 정도가 천안에 살짝 걸쳐 있어요. 그런데 경부선 철도가 원래 천안으로 다니고 천안이 유명하니까 KTX역 이름도 천안으로 하려 한 겁니다. 2003년도에 아산에서 5000명이 버스 타고 올라가 과천청사 앞에서 데모하고 난리였죠. 중앙정부에서 볼 때는 대표적인 행정낭비이자 지역 이기주의로도 볼 수 있는데, 아산 입장에서는 아산이라는 도시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역 이름을 빼앗길 수 없었죠. 아산이 전에는 온양온천이 유명했지, '아산' 하면 마산인지 안산인지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 '천안아산역'으로 타협이 됐죠."

천안아산역은 '택시 전쟁'으로도 유명하다. 아직까지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천안아산역 행정구역이 아산시이기 때문에 천안 택시는 역에서 영업을 못 해요. 그런데 승객 절반 이상은 천안으로 가는 승객이거든요. 반대로 아산 택시는 천안에서 영업을 못해요. 아산 택시는 KTX 역에서 손님 태우고 천안 가면 빈 택시로 나와야 합니다. 천안에서는 KTX 역사를 공동영업구역으로 하자고 합니다. 아산에서는 '그래? 그럼 주민편의를 위해서라면 천안과 아산을 다 합쳐서 공동영업구역으로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천안에서 이건 또 반대하거든요. 천안이 인구는 2배, 택시는 2.5배 많습니다. 그러니 자기들 시장 내주기는 싫은 거죠. 이런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문제를 풀기 쉽지 않아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거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KTX 역세권의 영업권 조정을 할 수 있게 시행령을 원포인트 개정을 한 겁니다. 기초단체 차원에서 조정이 안 되는 거는 광역이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긴 한데, 천안 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우리가 긴장하고 있죠. 혹시나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정이 될까봐."

#2. 아산에서 벌고 천안에서 쓴다

택시 영업권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아신신도시 일부 지역의 행정구역이 천안이데, 천안 쪽이 먼저 개발이 됐습니다. 아산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죠. 천안아산역 바로 옆에 있는 주상복합단지도 천안 쪽은 66층짜리 건물이 올라갔는데, 실개천을 사이에 둔 아산 쪽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요. 백화점도 들어서려다 취소되고. 그래서 설계변경도 하고 건물 높이도 조정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천안 쪽 건물 분양 받은 사람들이 아산시에 와서 설계변경 허가해주지 말고 원래 높이대로 건물을 올리게 해달라는 거예요. 자기들 집값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도시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성장통이기도 하고 지방자치의 성장통이기도 하죠."

▲ 천안아산역 앞에 있는 66층 짜리 초고층 건물. ⓒ프레시안(김하영)
하나 더. '사람들이 돈은 아산에서 벌고 쓰기는 천안에서 쓴다'고 한다. 삼성전자 아산공장 앞에는 일정액에 천안 시내를 오가는 계약된 택시들이 운행된다.

"신도시 지역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요. 삼성전자 직원들이 회식을 천안에 가서 많이 합니다. 신도시 주민들이 아산 구도심에서 소비하도록 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고민입니다. 욕심을 좀 부리자면 구도심과 신도시 지역 대중교통 수단을 더 확대해 천안에 보다 아산으로 오게 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아산 와서 술을 한 잔 하면 대리운전 안 불러도 대중교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대중교통 여건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

버스터미널도 새로 짓는다. 많은 지자체가 도시의 규모에 비해 큰 터미널을 지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아산의 성장세를 보면 그럴 걱정은 없어 보였다.

"아산에 아직 영화관이 없어요. 이 정도 규모 되는 도시에 영화관이 없으니 대형 극장들이 서로 입점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게 있다. 교육 환경이다. 삼성전자 직원 중 상당수는 서울이나 대전에 거주하며 출퇴근한다.

"기숙사에 사는 미혼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삼성 디스플레이 단지 앞의 직원용 아파트 단지에는 직원들이 이주를 꺼린다고 해요. 교육과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니까. 서울만큼은 못 돼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이제 막 개발되는 도시다 보니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 아산의 위치. 동쪽으로는 천안시와 남쪽으로는 공주시, 서쪽으로는 예산군 북쪽으로는 경기도 평택시와 접하고 있다. ⓒ아산시청

복 시장은 교육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고, 고민도 깊은 것 같았다.

"천안이라는 큰 도시 옆에 있어서 득 보는 것도 있는데, 피해를 보는 가장 큰 것이 교육 문제입니다. 홍성, 당진 같은 경우에는 통학거리가 머니까 지역 인재들이 지역 안에서 초중고를 나와요. 아산은 지리적으로 천안과 가까우니까 옛날부터 공부 좀 하는 친구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천안으로 가는 문화가 있어요. 요즘은 아이가 유치원 취학할 때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 천안으로 이사 가는 젊은 부부들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어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관내 고등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상위 10%내 중학생의 관내 고등학교 진학률이 50%미만이었는데, 최근 2년 사이에 75%를 넘었어요. 내신 비중이 높아지고 지역균형선발 등의 길이 뚫린 이유도 있는데, 시에서 미래장학회라는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주고, 관내 고등학교를 나와 우수한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장학금을 주는 장려책이죠. 제가 추가한 게 장학금 지급을 5%에서 7%로 확대하고 학교장 추천과 저소득층 복지장학생도 확대했죠. 일종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인데 이게 참, 제 가치와 충돌되는 건데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에게만 투자를 하느냐'면서 저를 지지해준 시민단체들이 1인 시위도 하고 그랬습니다. 제 교육 가치와는 잘 맞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제가 7남매 중 여섯째로 아산고를 나왔는데 초등학교 동창이 그러더라고요. '공부 좀 잘하지 그랬냐.' 상처가 되더군요.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그런 상처를 받지 않게 하고 싶었고,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길도 뚫고 기업도 유치해야 하듯이 교육도 단지 교육철학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이름난 대학의 진학률, 학업 성취도 같은 걸로 교육 환경을 따지기 때문에 이 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늘어놨죠. 그래도 '준비물 없는 학교'를 하기 위해 시범학교 몇 개 선정해서 잘 운영하고 있고, 사교육이 닿지 않는 마을에 '찾아가는 방과 후 학교'를 열어 아이들 교육도 하고 상담도 하는 등 교육복지 정책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찾아가는 방과 후 학교는 아마 아산이 전국 최초일겁니다. 이런 거에 대한 칭찬은 못 해 주시더라도 너무 야단은 안 치셨으면 하는 합니다.(웃음)"

교육 정책이라는 게 참 쉽지 않아보였다. 기업들이 많은 특성을 살려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발전시켜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마이스터고를 신설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니까 교육청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고, 그러면 현재 인문계 학교를 마이스터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환하면 경쟁력이 있는 학교도 있겠다 싶은데 명문고는 인문계라는 인식이 있어서 지역 주민들과 동문들이 반대해요. 삼성전자에서 전폭 지원한다고 해도요. 아직은 시민들과 토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복 시장도 교육 행정이 교육청과 분리돼 있는 점을 답답하게 생각했다.

"대부분이 위탁이죠. 이런 사업에 써주십쇼라고 교육청을 통해 하는 거니까. 찾아가는 방과 후 학교나 인재육성프로그램은 학교와 시청이 직접 진행하기도 하는데, 지방자치가 성장하면서 교육행정과 일반행정도 철학이 같은 런닝메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도 시장과 교육감의 철학이 따로 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3. 기업만 많아지면 뭐 합니까. 농업도 같이 성장해야죠.

아산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안'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온천'과 '농촌'이라는 전통적 배경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아산 면적의 대부분은 농토다. 우선 아산에서 유명한 유기축산단지 얘기부터 꺼냈다. 쌀과 콩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이를 토대로 유기 사료를 만들어 소를 키우고, 소의 배설물을 다시 퇴비로 쓰는 생태순환농업이 이뤄지고 있다.

"푸른들 영농조합이라고 '한살림' 생산자 조합이 있는데,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쪽에 대한 반감이 있어요.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그렇게들 싫어해요. 제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하니까, 무상급식은 좋은데 그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빼라는 거예요. 친환경 무상급식은 친환경 농산물로 급식을 하는 것일 뿐이고, 전혀 정치적인 용어가 아닌데,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있어서 아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농업 광역단지 조성을 위해 농식품부에 사업 신청을 해놨습니다. 아마 받아들일 걸로 예상하는데, 100억 원 예산을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해 투자할 겁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필요한 채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유기농 시범 마을을 두 개 정도 만들고, 그 쪽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수도권이랑 가깝잖아요. 도고에 있는 선도농협이 서울 성북구 학교급식센터에 김치를 공급해요. 친환경 농업 하시는 분들에게 이런 좋은 팔로가 어딨겠습니까. '제가 열심히 노력할테니 친환경 농업 확대에 힘써 주십쇼'하고 있어요. 농협까지는 동의가 됐어요."

농업에서도 '입지조건'은 큰 혜택이다.

"아산이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데, 아산만큼 식량 자족성이 훌륭한 도시가 없어요. 우리가 생산하는 쌀의 3분의 1이 아산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다 팔려나갑니다. 그리고 농심의 쌀가루 만드는 공장이 있어서 2만 톤 정도를 쓴다고 해요. 수도권이 가까워서 물류비용이 적게 들거든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친환경 농업을 강화하면 다른 지역과의 경쟁력 확보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산의 농업인구가 3만5000명입니다. 농업이 죽으면 아산시 전체가 성장해도 균형있는 성장이 아니잖아요. 각 지역마다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이 쪽에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 온양온천역 광장에 새겨진 행궁 전도. ⓒ프레시안(김하영)

온천 관광도 아산 지역의 전통적 산업 중의 하나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로 '아산'이 떴지만, 지금도 '아산'하면 모르고 '온양'해야 어디인지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저는 '통행금지'가 뭔지 모르고 자랐어요.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여기는 관광특구여서 통금이 없었어요. 개도 만 원 짜리 한 장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관광산업이 활성화 돼 있었죠."

그런데 지하수의 온도가 섭씨 25도 이상이면 온천으로 인정해주다보니 온천 개발이 쉬워져 전국에 온천이 난립하게 되면서 온양온천의 명성도 예전만하지 않아졌었다. 그러나 요즘은 전철이 개통되면서 온양온천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철 뚤리고 나서 일평균 7000명이 전철로 온양온천에 온다고 집계가 됩니다. 어르신들한테 1만 원짜리 관광코스거든요. 전철이 공짜니까 아침드시고 1만 원짜리 한 장 들고 나와서 전철 타고 오면 4000원으로 목욕하고 점심까지 먹습니다. 어르신들은 온양온천 하면 청춘의 추억이 담긴 장소죠. 교통망이 워낙 안 좋던 시절에는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낮 시간에는 시민들이 목욕 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오후 3시쯤 되면 피부가 뽀얗게 된 어르신들이 대거 전철역으로 향하는 풍경을 보게 됩니다."

온천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친환경 농업처럼 온천도 아산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아산시에만 온천이 세 개 있어요. 온양온천은 조선시대에 임금이 행궁을 차려놓고 정사를 봤던 데고, 도고온천은 유황온천인데 보양온천으로 지정될 정도로 효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아산 스파비스는 현대식 물놀이 온천입니다. 더운 물 귀하던 시절 목욕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어르신들 옛 추억을 되새겨 보고, 겸사겸사 건강도 체크하고, 젊은 사람들 피부미용과도 연계시켜볼 생각입니다. 대전대와 MOU를 체결해서 도고 파라다이스에 한방 시설을 설치해 목욕 전에 건강 체크하고 어떤 탕이 좋은지 간단한 목욕 설계를 해주면 훨씬 더 마음 편하게 목욕도 하고 건강도 챙기는 의료온천을 시도하고 있어요. 올해 말이면 시범실시가 될 것 같아요. 옛날 온천은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 했지만, 경쟁력 있는 온천을 만들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겁니다. 온천수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작지만 친환경 마을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아산은 넓은 땅이 있음에도 공동주택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새 입주는 거의 공동주택이라고 보면 되죠. 개발 여건이 있으니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투자를 하고 있고, 주민들도 편리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하죠. 일장일단이 있는데, 제가 고민하고 있는 건 거산초등학교라고 폐교 직전에 공립 대안학교가 된 학교인데, 인기가 좋아요. 그 학교 보내려고 위장전입을 할 정도로 경쟁률이 세요. 그런데 부모들이 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친환경 마을이 어떠냐고 했죠. 좋다고 하네요. 전통적인 황토집도 만들고,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게 하고 정화시설도 자체적인 환경시스템으로 갖추게 하는 친환경 마을 모델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송악, 도고 이 쪽에 은퇴하신 분들이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들을 많이 합니다. 거의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수요를 친환경 마을 조성으로 유도해볼 생각입니다."

#4. 중앙 10년 집권했지만, 지방에 와보니

도시와 농촌, 공장과 논밭, 빠른 성장. 토박이와 이주민. 인구구성도 다양할 것 같았다.

"신도시 지역 같은 곳에는 도시 행정의 개념이 들어가야 하고, 읍면으로 가면 아르신들 말씀 잘 듣고 어르신들과 술 한 잔 할 수 있는 면장, 읍장이 필요하죠. 그런데 20~40대 비율이 50%입니다. 지방 치고는 놀라운 비율이죠. 이분들은 가차없이 비판하고 효율성 중심으로 사고하시는 분들입니다. 자칫 그 쪽으로 쏠리면 '시장이 젊은 놈으로 바뀌니 어른들하고 농촌은 신경도 안 쓴다'고 꾸지람 들으니 두 가지 다 잘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 '청년회장'을 하는 농촌에서 보자면 복 시장은 한창 어린 축에 속한다. 무시 당하지는 않을까.

"오히려 어르신들께서 제가 민망할 정도로 예의와 격식을 차려주세요. 권위주의 시대를 사신 경험 때문인지, 그래도 제가 짧게나마 국회의원 했던 경력이 있어서 어린 나이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웃음)"

ⓒ아산시청

복 시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중도하차했었다. 시민들에게 다시 선택 받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다.

"글쎄요. 아산 시민들이 사람보는 눈이 있으신거죠.(웃음) 농담이구요. 제가 재충전을 위해 1년 유학한 거 외에는 계속 지역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당을 계속 끌어갔구요. 중도하차했지만 사람들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일을 하려면 계속 지역민들과 호흡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을 예쁘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아산시청에 오면서 만난 택시기사에게 "아산시장 잘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잘 하면 국회의원 될 수 있겠죠"라고 말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회의원을 시장보다 높게 바라본다. 그런 관점에서 복 시장은 강등된 거나 마찬가지다.

"관선 단체장 시대에는 시민들이 뽑는 대표는 국회의원이었잖아요. 국회의원과 시장은 감히 같은 상에도 못 앉았죠. 국회의원은 아무래도 중앙 무대에 서는 정치인이니까 급이 높다고 보는데 제 개인적으로도 시장 출마는 모험이었습니다. 읍면동 지역에서는 어르신들이 여론주도층인데, 50%나 되는 젊은 세대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누군가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준비를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시골 정서에서는 '시의원이든 시장이든 선배가 먼저 하니 나는 10년 뒤에 한다' 같은 정서가 있는데, 기업들 입주하고 신도시 생기면서 토착민들과 새로 온 시민들을 조화롭게 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젊은 목소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수도권에서는 이명박 정권 중간심판 성격이 가미되면서 민주당이 휩쓸었다. 그런데 아산은 충남이다. 자유선진당이 버티고 있다. 아산의 정치적 특색은 뭘까.

"아산은 충남의 다른 지역보다 도시화, 수도권화 돼 있는데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론화 될 수 있는 조건이 없었어요. 여전히 드러나는 목소리는 보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젊은 시민들의 요구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죠. 거의 수도권화 되고 있는 곳이 아산입니다. 이에 부응할 지도자가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약했어요.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한 세대 아니겠어요. 저도 젊은 교수들과 얘기하는 게 우선은 마음이 편한데요. 젊은 시장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죠. 이건 비단 아산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봐요.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민주당, 충청도에서는 선진당을 해야 뭐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볼 때는 저 사람은 민주당을 선택해 도전하면 자기의 정치적 주가도 높일 수 있을 것 같고 충분히 당선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전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아요. 낙선이라는 불명예에 대한 두려움이 큰 거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제대로 준비를 한 사람들이 출마를 했으면 좋은 성과를 거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틀에 갇혀 본인들의 꿈도 피우지 못하는 거 많이 봤어요. 지방에서는 지역 내 위계질서, 선후배 구조에 깔려 있는데 과감하게 벗어나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아산처럼 성장하는 도시는 그런 도전적인 리더십을 갖춰야 구질서 속에서 덩치만 커지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전형을 만드는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산을 충청도 안에서 그런 전형이 될 수 있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안 지사는 도움이 될까.

"일단 정신적 의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웃음) 안 지사님도 많이 힘들 겁니다. 도의회 구성도 그렇고. 사실 지방선거 때 시도의원 후보 찾기도 굉장히 어려웠으니까요. 그래도 이전에는 나소열 군수 혼자였는데, 이번에는 저도 있고, 논산 황명선 시장도 있죠. 현재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보수적인 선배들과의 충돌을 최대한 작게 하면서 작은 변화들을 조금씩 추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안 지사님 하고자 하는 정책을 아산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굳이 말로 주고받지 않아도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 같아요."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른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친 '386세대'들이 대거 자치단체에 진출했다. 복 시장은 이른바 '탄풍'이라 불리는 2004년 17대 총선에 이어 2010년 지방선거 바람까지 모두 탄 인물이다.

"바람을 얘기하기에 앞서, 기회라는 건 누구에든 옵니다. 준비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다르죠. 2004년에는 (중앙권력의) '상징'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준비를 했었다면, 이번에는 바닥에서 변화를 이끌지 않으면 상징의 변화만 갖고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상징을 바꾸는 데만 몰두했죠.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거쳐 왔지만 동네에 오니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예요. 충청도가 특히 더 했던 게, DJP연합 때문에 민주당 했던 사람들은 더 찬밥이었거든요. 시의원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러니 시정에 의견을 반영시키기도 어려웠죠. 저희가 그동안 상징을 바꾸기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실질적인 현실과 싸우는 거라고 봐요. 국회의원선거는 정치적 목소리로 얼마든지 승부를 볼 수 있는데, 지방선거는 살림살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와 근거로 설득해야 하거든요. 국회의원 선거는 '너한테 상징을 줘볼테니 중앙에 가서 한 번 해봐라'라면서 투표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실수하면 안 되는 살림살이를 맡기는 겁니다. 선택하시는 분들이 무척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어렵더라구요. 거대담론은 자신 있는데 미시담론은 약하다는 게 우리 세대에 대한 평가 아닙니까. 2004년 총선에서는 거의 걱정 안 했어요. 정치 논리로 모든 걸 풀어나갈 수 있었으니까. 수도권과 저희는 다릅니다. 바닥과의 접촉면이 뒷받침 돼야 하거든요. 이번에는 많이 준비했어요. 2004년 총선이 정치적 바람이 80%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스스로의 노력이 반 이상 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는 안희정 지사와 복기왕 시장. ⓒ뉴시스

그는 '준비'와 '도전'을 거듭 주문했다.

"안희정 지사님의 당선도 바람이 있긴 했지만, 본인이 수차례 보궐선거 차출 요구를 받으면서도 충청도지사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준비를 해왔잖아요. 도민들에게 '이 사람이면 충청도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구나'라는 희망과 신뢰를 준거죠. 안 지사님이 중앙 정치만 바라봤으면 선택 받지 못 했을 겁니다. 천안과 아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고 있는 도시인데, 예전에는 항상 투표율이 최하위였어요. 선택할 정치 지도자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택할 뭔가가 생긴 겁니다. 지난 지방선거는 앞으로 준비된 지도자들이 많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변화'를 강조했다.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변화를 시켜보라는 기대 속에 저를 선택해주신 것 같아요. 민선 6,7기로 갈 수 있는 디디기 쉽고 안전하고 튼튼한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색깔이 다른 분이 시장이 돼도 이 기반에서 성공할 수 있게요. 나중에 '그 때 복 시장이 놓은 징검다리가 튼튼하고 좋아서 여기까지 쉽게 건너올 수 있었다'는 평을 받는 게 제 소망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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