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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랑천에 배 띄우겠다는 오세훈에 반대했더니…"

[도시, 욕망을 벗다①] '구의원에서 구청장까지' 김성환 노원구청장

2010년 6월 지방선거. 돌풍이 일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야권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당선이 됐다. 토호들의 독무대 같았던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신선한 인물을 택했다. 그렇게 민선 5기 출범 1년이 지났다. '신선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을까. 지역에서는 적잖은 도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주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할 말 많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실험의 현황을 들어본다.

첫 번째 만남은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다. 인터뷰 분량이 많아 대화 주제별로 정리했다. 프레시안은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방 자치의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편집자>

▲ 김성환 노원구청장. ⓒ프레시안(최형락)

#1. "백척간두진일보"

지난 11일 찾아 간 서울 노원구청. 김성환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百尺竿頭進一步"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중국에 장사라는 스님이 있는데, 하루는 제자가 와서 '옆 동네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백척이나 되는 대나무 꼭대기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한 겁니다. 그래서 스님이 '진짜로 깨달은 것이 아니다. 진짜 깨달음은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중들을 구제하는 것이 진짜 깨달음이다'라고 가르친 이야기가 '백척간두진일보'입니다. 노원의 화두입니다.(웃음)"

1965년생으로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태어나 서울에 유학 중인 형을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지낸 그는, 연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고시 서적을 팔아치우고 소위 '운동권'이 돼 80년대 한복판을 관통해왔다. 1992년 신계륜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1995년 노원구 의원이 됐고, 1998년 최연소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청와대에 들어가 정책조정비서관까지 지냈다. 그리고 2010년 노원구청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민주화운동부터 정권교체, 청와대라는 최고 권력기관까지 경험한 김 구청장에게 노원구청장은 갑갑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각각의 역할이 있겠죠. 제 위치처럼 행정의 말단 기관에서 주민들과 밀착해 있으면 현장을 훨씬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반면, 권한이 크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복지나 노동이 제도적으로 불비 돼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는 결국 국가적 의제로 풀어야 합니다. '한나라당 영남 단체장과 민주당 호남 단체장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역 토호에 둘러싸여 있어 의미 있는 동네 차원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죠. 지금은 여러 단체장들의 새로운 실험 덕분에 그런 구분법이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지방자치의 성공은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체의 의미 있는 진전은 장차 총선과 대선에서도 작은 근거와 모범이 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궁극적으로는 국가권력 방향에 따라 제도를 진전시키게 돼 훨씬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상호 시너지를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진보진영의 새로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중앙 권력을 갖기는 했지만, 권력 운용 능력이 부족하고 대중적 토대도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유능한 사람들이 단체장이 됐고, 뿌리가 강화되면서 총선과 대선을 맞기 때문에 연합과 연대의 가치를 중심으로 총선과 대선을 임하면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좌절과 과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은 기초단체장"이라지만 '진일보'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필요하면 작은 한 걸음이라도 책임의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진보 진영 자치단체장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만, 권한이 적다고 탓만 하고 있으면 전진을 할 수 없어요. '백척간두진일보'의 가르침처럼 우리도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한 발이라도 전진해서 주민들의 생활을 고쳐보고자 노력하는 것이 노원구의 화두입니다."

#2. 지역난방비를 낮추다

그렇다면 그가 지난 1년 동안 이뤄낸 '진일보'는 무엇이 있을까? 김 구청장은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SSM 규제. 김 구청장이 지난 7월 취임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일이었다.

"구청장 권한이 많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삶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권한 범위 내에서 준법 단속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회의 SSM 관련 법안 제정에 약간의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때 '구청이 서민들과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구민들에게 준 것 같습니다. 갈등을 빚던 SSM은 주민들이 합의해줘서 결국 입점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대기업의 점포 지분율 50% 이하면 중재 대상이 안 된다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허위계약 등 국가 법률 제도적 보완점이 남아 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출신답게 답변은 국가적 아젠다로까지 확장됐다.

"차제에 규제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업종 전환, 직업 재훈련, 실업수당 보장 등을 통한 적극적 노동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쓰는 예산이 독일, 네덜란드 등의 1/10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조 조직률도 상당히 취약합니다. 이 부분을 빨리 보완해야 합니다."

둘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원구는 2013년까지 250명 수준인 비정규직 중 일시 근로직과 고령자 퇴임 예정자를 제외한 169명의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중 50명은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하려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단체장이 한나라당이어서 정작 지역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었습니다. 그 때 기획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지역난방비 인하. 김 구청장은 이 대목을 가장 뿌듯해 했다.

"처음에 계기가 됐던 것이 중계3동 임대아파트의 플래카드였습니다. '더 싸고 깨끗하다'더니 거짓말이라면서 지역난방을 중단해달라는 겁니다. 노원구와 도봉구·중랑구 일부가 서울시 에너지사업단의 쓰레기 소각장 열을 받아 지역난방을 하고 있었는데, 지역난방공사가 들어가 있는 강남보다 열 요금이 더 비쌌던 거죠. 이전에는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서울시 소관이라면서 이첩만 하고 있었죠. 갈등을 빚다 통장 한 분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습니다. 난방비 인하는 제 공약이기도 했고, 취임 뒤 추진단을 구성해 조사를 해보니 강남보다 17%가 비싼 걸로 조사됐습니다. 덜 따뜻한 건 차치하고, 난방이라는 것이 통신사처럼 선택할 수 없는 공공재아닙니까. 전기요금·수도요금은 기준이 다 같은데 난방비가 달라서야 되겠습니까."

노원·중랑·도봉 외에도 서울시 에너지사업단의 열을 받는 양천·강서 지역의 요금도 내려갔다고 한다.

"서울시로서도 당장의 원가 절감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대응했습니다. 지난 겨울 유독 추웠잖아요. 언론도 많이 도와줬죠. 그래서 임대아파트는 당장 지역난방공사 요금 수준으로 인하했고, 분양아파트는 3년 동안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노원구 총 21만 세대 중 9만6000세대가 혜택을 보게 됐습니다."



#3. "복지 전담 인력 배치, 악용되면 어쩌나"

이전 구청장들은 "뉴타운 지정"이 최대 치적이었다. 민선 5기 야권 단체장들은 기존의 '토건 개발' 패러다임을 버리고 '복지·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치적이라면 지역난방비 개선이 주민들에게 체감도가 가장 높은 것이었고, 복지 전달 체계를 개편한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복지가 구 단위에 머물러 주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웠거든요. 동 별로 복지협의체를 만들고 복지 전담 인력을 3명씩 내려 보냈습니다. 이들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복지 서비스를 합니다. 사실 기초생활 수급자와 홀몸 어르신들이 구청까지 와서 서비스 신청하고 그러는 거 어렵거든요.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집도 둘러보고 하면 관공서에 앉아서 일하는 것과 느끼는 부분에서 차이가 엄청 큽니다. 그리고 서류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도 금방 눈치챌 수 있죠."

ⓒ프레시안(최형락)
우려되는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노원구 사례를 다른 기초단체에서 벤치마킹도 해가고, 국무회의 때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다고 하데요.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모범 사례로 꼽아 현장 방문도 한다는데,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 오용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 사회의 복지 수요는 너무나 많은데, 복지직 공무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앙정부에서 인력 충원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다른 행정직 조직개편을 통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에 배치한 것인데, 중앙 정부에서 복지직 공무원을 증원하지 않는 걸로 결론 내려 버릴까봐 걱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교육영향평가'라는 제도도 '치적'으로 꼽았다. 도로나 조경, 건축 사업을 할 때 교통이나 환경영향평가처럼 교육에 끼치는 영향을 미리 평가 받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중심 녹색도시'라는 슬로건을 걸었을 정도로 노원구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지만, 교육의 1차 책임기관이 교육청이기에 구청이 나름대로 짜낸 '학교 밖' 교육 사업인 셈이다.

"자치단체가 하는 일이 페인트칠 등 학교 교육경비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선진국들을 보면 학교 안과 밖을 다 교육공간으로 여깁니다. 학교 안은 교육청 중심으로 가되, 학교 밖 공간도 교육 공간으로 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교육영향평가 제도를 만들었는데, 도로나 조경 등의 구청 사업에도 선생님들이 참여하게 하는 겁니다. 당현천을 생태하천으로 가꾸면서 고수부지 조경 공사를 했는데, 기존의 사업 계획은 그냥 보기 좋게 꽃을 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영향평가를 통해 선생님들이 사업에 참여했고, 초등학교 교과서를 다 분석해 교과서에 나오는 꽃과 식물들을 심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생태학습 체험장이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노원구 전체를 아이들의 창의·인성을 가르치는 체험장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구청 버스는 출퇴근 시간 외에는 노는데, 아이들을 체험장에 태워다 주는 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여러 가지 네트워크를 통해 가난한 학생들을 학원에 무료로 연결해주고, 학업중단 청소년 문제도 조기에 개입하는 등, 근본적으로 구 전체가 교육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 조직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2012년부터 학교 주5일제 수입이 본격화되는 것을 대비해 사교육 부담으로 흐르지 않고 행정이 최대한 이 수요를 흡수해 아이들이 건강한 여가 문화와 창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창의.인성 체험활동 파티쉐 교실에 직접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빵을 만들고 있는 김성환 구청장. ⓒ노원구청

#4. 야권연대, 성적표는?

지난 지방선거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야권연대'였다. 당 중앙 차원에서의 야권연대가 지지부진하자 지역별로 자생적 야권연대의 흐름을 이뤄냈다. 노원구도 그 중 하나. 김 구청장은 '노원구청장 선거연합에 대한 4당 합의 이행현황 요약'이라는 제목의 문서 한 장을 내밀었다.

"두 달에 한 번씩 정책협의회를 열고, 그 사이 달에는 실무회의를 합니다. 7월 6일에 열린 6차 회의에서 야권연대 당시의 정책 합의안 전체 점검을 했는데, 거의 다 실현했거나 추진 중입니다.(앞서 언급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복지전달 체계 개편, SSM 규제 등) 자화자찬이지만, 노원구는 상호 신뢰에 기초해 안정적으로,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공동지방정부를 운영 중입니다. 핵심은 권한과 이익의 배분인데, 100% 다 잘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연합에 참여하지 않았던 진보신당까지 정책협의회에 참여해 사업 참여하는 등 공간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원구에 야당만 있는 건 아니다. 노원구는 민선 지방자치 기간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차지해왔다.

"노원구도 직능단체가 한나라당 중심으로 두터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이 지역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인간적인 유대가 있습니다. 민주당 구청장이라도 옳은 일을 하면 동의하고 함께 해주십니다. 문제는 의회였어요. 의석 분포가 한나라당 11명, 민주당 11명이다보니, 새로운 복지제도 실험이 잠시 지체됐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한나라당 구의원 한 분이 의원직을 상실해 의회의 문턱을 못 넘던 교육복지재단 사업안이 최근에 통과됐습니다."

정치적 환경은 그렇고, 제도적으로 '이런 권한 정도는 구청장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지방자치법에는 조례를 정할 수 있는 범위가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걸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으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어도 법이 없으면 아예 조례를 못 만들어요. 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자율권이 필요합니다. 법 체계 근본을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자율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육과 행정이 분리돼 있는데, 비효율이 큽니다. 통합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5. 구청에서 바라 본 오세훈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기초단체장으로서 광역단체장인 오세훈 시장과의 관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프레시안>이 주최한 취임 직전 좌담회에서 "민주당 구청장이라는 작은 물고기들이 함께 큰 고래 그림을 그려 오세훈이라는 고래와 비전 사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잘 되고 있을까?(☞관련기사: "'좌클릭' 민주당과 '우클릭' 민노당, 역사를 써라" )

"한다고는 하는데, 고래 그림까지는 아니고 상어 그림 정도 그린 것 같아요. 서울이 큰 형님이고 저희가 동생이라…. 재정자립도 27.3%의 노원구는 재정적으로 서울시 의존도가 심합니다. 큰 형님한테 잘 못 보이면 나올 돈도 안 나오죠. 민주당이 대부분 가난한 지역 구청장을 맡고 있어 시장에게 대놓고 무슨 얘기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무상급식 등 여러 가지를 구청장협의회를 통해 발언은 하고 있지만, 수위나 내용 면에서 애초에 그리려했던 고래 그림에는 못 미치죠. 초반에 몇 번 들이받았다가 고생했습니다.(웃음)"

ⓒ프레시안(최형락)
무엇을 들이 받았을까?

"오세훈 시장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GTX처럼 서울을 격자형으로 도시고속도로를 내겠다는 스마트웨이라는 걸 발표했는데,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했죠. 또 서해뱃길 사업 일환으로 중랑천에 배를 띄우겠다고 했어요. 구청에 공문으로 의견을 물었길래, 반대했죠. 그런데 다른 구청도 다 반대할 줄 알았더니 노원만 반대했나봐요. 물관리본부 쪽에서 반대 공문 취소해달라 전화가 오기도 했어요.(웃음)"

민주당 구청장들과 오세훈 시장의 갈등 최전선에는 무상급식이 있다. 김 구청장은 오 시장의 선택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시대를 거슬러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오 시장은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얼마나 똑똑합니까. 지금은 양극화 줄이고 복지 늘리는 보편적 복지 초입 단계이고, 무상급식은 상징적 정책입니다. 국민들은 직관적으로 압니다. 거대한 복지 쓰나미를 맨 몸으로 막겠다는 것인데, 시대를 읽는 눈이 있어야죠."

정치적 비판도 더했다.

"오 시장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소위 '박근혜 대항마'가 돼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시장 될 때 도움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도 있겠지만 이 대통령의 실정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친이계의 등에 얹혀 대권도전 해보려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의원이 밀려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민심은 그런 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국민들 마음 속에 들어가 옳은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민심을 얻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아쉬워요."

그래도 오세훈 시장이 잘 한 것은 없냐고 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정책을 대책없이 만들어 '거품 희망'을 많은 사람들에게 줬죠. 특히 강북 지역 사람들에게요.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게 거의 드러났는데, 오 시장이 1기 때 더 이상 확대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라 평가합니다. 그리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장기전세주택으로 틈새 계층의 주거 안정 대책을 추구한 것 정도는 치적이라 평가해줄만 하죠."

당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질문할 계획은 없었으나, 주민들 '민심'을 묻자 이 대통령 얘기가 나왔다.

"구민들 입장에서는 경제 문제가 가장 클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청계천 복원을 통해 교통보다 환경이라는 미래 아젠다를 택한 것과 대중교통수단 환승제를 통해 서민들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것이 클 것입니다. 핸디캡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서울시장 하는 걸 보니 서민들이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가 있었죠. 그런데 청계천에 대한 지지를 과신해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 붙이고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으로) 끝까지 밀고 가고, 서민들의 배고픔은 나몰라라 부자 감세를 하고, 전셋값은 뛰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아온 남북관계, 민주주의 다 후퇴시키고. 이를 다 목도하지 않았습니까. 어디 가서 대통령 말도 못 꺼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6. "작아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인터뷰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녹색성장'이라는 화두와 함께. 10월에 노원에코센터 완공을 앞두고 있다.

"녹색 진지를 구축하려 합니다. 기존의 폐쇄된 수영장 관리동을 리모델링해 태양열과 지열로 등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합니다. 건물 자체로 교육적 가치가 있는 CO2제로 하우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노원구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체계적인 환경 교육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녹색추진단을 만들어 가능한 모든 공간에 나무를 심어 CO2를 줄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강동구가 잘하고 있는 건데, 도시농업 지원센터를 만들어 21만 세대 모두에게 1세대 당 3.3㎡(1평)의 도시텃밭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베란다, 옥상, 짜투리 땅, 산자락 등 가능한 공간에 유기농 채소를 심어서 먹을 수 있게 해볼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일상 생활을 CO2로 환산해 오늘 얼마, 1년에 얼마 발생시키고 있고 노력해서 줄인 양은 얼마인지, 생태 발자국 측정할 수 있게 시스템을 짜볼 생각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연말정산 얼마, 저축이 얼마, 주식이 얼마 평가를 하듯이 내 생활 양식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 평가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도시형 지속가능한 시스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죠."

김 구청장은 취임 1주년 기념 행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대신 노원구 직원들에게 1주년 소회를 담아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수양이 덜 돼서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일 때가 있었는데, 마음의 상처가 됐다면 제가 부덕해서 그러니 마음에 두고 계시지 말라"고. 독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진보가 단체장이 됐을 때 무엇이 다른가. 이런 저런 공약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더라. 거기서 거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작아도 의미 있는 전진을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주민들과 잘 소통하면서 일해볼까 합니다. 프레시안이 진보 진영에 기여하는 몫이 큰데, 함께 잘 소통해서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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