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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안 해요. 김문수 지사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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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런데 그걸 안 해요. 김문수 지사께서"

[도시, 욕망을 벗다②] 시장이 된 '청와대 대변인' 김만수 부천시장

2010년 6월 지방선거. 돌풍이 일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야권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당선이 됐다. 토호들의 독무대 같았던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신선한 인물을 택했다. 그렇게 민선 5기 출범 1년이 지났다. '신선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을까. 지역에서는 적잖은 도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주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할 말 많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실험의 현황을 들어본다. 프레시안은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방자치의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두 번째 만남은 김만수 부천시장이다. 그는 정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특히 김문수 지사에게. 다음은 지난 13일 부천시청에서 진행된 인터뷰다.<편집자>
▲ 김만수 부천시장. ⓒ프레시안(김하영)

#1. 도가 왜 있느냐 말야

김만수 부천시장. 부천시의원도 했고, 원혜영 민주당 의원(부천 오정. 전 부천시장)의 보좌관도 했다. '부천 사람' 맞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한다. 청와대와 부천시청,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청와대에서 하는 것과 비슷해요. 행정과 정치 모두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 핵심이니까요. 이건 기본이고 청와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쉽죠. 여러 각도로 검토된 의견들이 모아져 오죠. 그런데 여기서는 처음부터 부딪혀야 하거든요. 현장의 생생함은 있는데 몸은 피곤하죠. 하하하."

그에게 서울외곽순환도로 화재 사고 얘기를 꺼내면서 '화물차와 버스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생긴 일 아니냐'고 따지듯 질문을 던졌다.

"지당합니다. 갈 데를 정해주고 몰아야죠. 부천은 지금 노선 버스도 차고지 할 데가 없어서 추진이 안 돼요. 주민들이 반대하거든. 근본적으로 부천에 땅이 없어서 그래요."

이렇게 받아 친 김만수 시장이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럼 도는 왜 있느냐 말입니다. 경기도가 '광역행정'을 해줘야죠. 모든 도시마다 화장장 만들고, 모든 도시마다 소각장 만들고, 모든 도시마다 하수처리장 만들어야 합니까? 자치단체들이 자기네 거 아니면 안 받아요. 기피시설이니까. 그러면 윗단계인 광역행정에서 조정하고 중재를 해야죠."

부천시는 지난 5월부터 인천시, 부평구와 협약을 맺고 인천 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다.

"결국은 인천이랑 풀었어요. 김문수 지사한테 몇 번 얘기했는데, 각 시군에서 알아서 하라는 거예요. 김문수 지사도 하남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죠. 그 후에 손 턴 겁니다. 경기도에는 수원, 성남, 벽제(고양) 등에 화장장이 있는데 이걸 각 동네마다 다 지어야 합니까. 권역을 나눠서 이용하게 하든지, 화장장을 지은 도시에는 도에서 인센티브를 주든가 해야죠. 화장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화장장이 모자라지만, 각 시군마다 화장장 다 지으면 공급 과잉이 될 겁니다. 우리 인구가 3700만으로 준 다잖아요. 이런 낭비가 어딨습니까. 서울시 구청마다 소각장 지으라면 짓습니까? 이런 시설들은 광역화 하지 않으면 운영이 안 돼요. 소각장, 화장장이 너무 대규모화 돼도 안 돼요. 지어진 마을에 영향을 주니까. 최소 2~3개 기초단체가 같이 운영하고자 하면 소규모의 차단된 공간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안 해요. 김문수 지사께서."

그럼 인천과는 어떻게 협상이 된 걸까?

"마침 인천이 화장장 20기 추가 공사를 끝냈고, 우리를 받아줬습니다. 일단, 부천이 인천 계양‧삼산지구 하수를 처리해주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논리가 됐어요. '하수구 막겠다'는 배수의 진까지 치려고 했는데.(웃음) 다행히 민선 5기가 되면서 홍미영 부평구청장, 송영길 인천시장과 대화로 협의할 수 있었죠. 김포, 부천, 시흥, 안산 주민들에게 3기를 배정했어요. 부천의 화장 수요는 거의 해결했어요. 비용이 문제인데, 이용료가 인천시민은 6만 원인데, 타지 사람은 100만 원이에요. 인천도 재정 여건이 안 좋죠. 인천이 이용료에 손대기 어렵다고 해서 그럼 우리가 부천시민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고, 70만 원을 보조해주는 안이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요. 보조금이 1년에 17억이거든요. 화장장 하나 지으면 300억 들어갑니다. 거기다 화장장 지을 때 생기는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비용, 화장장 유효기간이 10년 인 점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따져도 효과적이죠. 그리고 시흥, 안산 등이 화장장 건립을 구체화 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인근 시와 공동화장장을 건립 하는 걸로 매듭지으려 해요. 그 쪽에서 땅을 대면 우린 돈을 내겠다는 걸로.(웃음)"

김만수, 김문수. 이름이 비슷한 이 두 사람은 지역 기반도 같다. 2004년 총선에서는 부천 소사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엔 김만수 시장이 여당 후보로 '힘 있는 일꾼'을 내세웠고, 야당 후보 김 지사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지금은 여야 입장이 바뀌었다. 김 지사와의 '호흡'을 물었다.

"민선 자치단체장에게는 정치와 행정, 두 가지 입장이 있고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그 분은 행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이 콩 밭에 가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대표적으로 뉴타운 문제 대응을 보면, 말로는 '책임진다'고 하는데, 도정이 움직이는 걸 보면 무책임해요. 앞으로 그 분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부천을 도와달라는 게 아녜요. 기초환경 시설 등에 대한 중복 투자를 조정해주고, 지역 간의 예산 낭비를 방지해주고 상생할 수 있는 룰을 만들고 코디를 해주는 게 도의 역할인데, 그런 게 안 보여요. 도가 존재감이 없어요."

#2. 부천에 뉴타운‧재개발이 100곳이에요. 100곳!

최근 김문수 지사가 "뉴타운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인정하면서 "사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시장이 취소 입안을 해줬으면 한다"고 하자, 김 시장이 "뉴타운 내 세부구역 사업 권한은 시장에게 있지만, 뉴타운 지구 취소 등 전체사업에 대한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며 "말로만 책임을 남발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뉴타운 사업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고 반발했었다. 다른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전임 단체장 시절에 우후죽순 추진되다 멈춘 뉴타운으로 부천시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천에만 뉴타운이 50곳, 재개발 지구가 50곳이라고 한다. 시청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가 200곳 가까이 된다는데, 부천도 100곳이에요. 100곳. 2009년에 이미 다 확정 된 거죠. 이미 조합이 구성된 데가 많아서 취소하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부천과 광명이 애를 먹고 있어요. 더구나 정부가 주도한 뉴타운은 그렇다 치고, 주민들이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일반 재개발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게 다 구도심에 설정돼 있어서 도심 재생사업을 하려고 해도 뭘 할 수가 없어요. 건물도 못 짓고, 도로도 못 내고, 주민들도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있어요. 이러다가 슬럼화 되는 거거든요. 도심 재생과 관련해 해법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전에 뉴타운‧재개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발목이 잡혀 있는 거죠."

이렇듯 '기초단체장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다'고 한다. 이 대목을 지적하자 김 시장은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프레시안(김하영)
"중앙 정부가 복지와 관련해 이런 저런 사업을 만들면 다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돼요. 그런데 사업을 줬으면 인력과 재원을 줘야죠. 중앙에서 복지사업 하나 내려오면 지방정부가 재원을 매칭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재정 투입하느라 우리 시에 필요한 복지 사업을 못 해요. 우리가 그런 사업에만 예산의 20~30%를 써야 하고, 부평은 60% 가까이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이건 횡포예요 횡포."

기초단체장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선언'도 준비 중이란다. 복지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하겠다는.

"시장들끼리 모이면 불만이 많아요. 복지 수요가 부평이 다르고, 부천이 다르고, 시흥이 다르고, 김포가 다른데, 중앙 정부에서 입안한 거 때문에 지역의 특색에 맞춘 복지를 하기 어렵거든요. 그리고 무상급식 같이 어느 지역이나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중앙 정부 예산으로 해줘야죠. 그래야 지역에서는 틈새를 찾아 디테일하게 복지 정책을 만들어 재정을 집행할 거 아닙니까."

얘기는 지방 정부 세원으로 까지 이어졌다.

"지방 정부 세입 대부분이 부동산 거래 관련 세목들입니다. 악화될 수밖에 없어요.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 된거죠. 더 이상 부동산 관련 세금이 나올 수 없어요. 앞으로 줄어들 텐데, 세목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지방 정부와의 상생이라는 얘기는 다 공염불이죠."

#3. '샌드위치' 부천에서 '양날개' 부천으로

인터뷰를 하던 날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기상청장 만큼 날씨에 민감한 사람이 기초단체장들이다.

"시장이 날씨에 민감한 직업이더라구요. 눈 오면 눈 치우고, 비 오면 물난리 안 나게 하고. 작년에 눈은 잘 치웠어요. 물난리가 걱정인데, 경인운하가 10월에 완공됩니다. 부천은 경인운하와 연결된 굴포천 물이 빠져줘야 수해가 안 나요. 그래서 어제 운하 현장에 갔다 왔는데, 말로는 그럽디다. 경인운하가 밀물 때는 갑문을 닫아 바닷물이 못 들어오게 하고, 썰물 때는 강물을 빼주기 때문에 저수지 역할을 한다고. 그래도 걱정이에요. 경인운하 공정률이 높아가면서 굴포천 수위가 계속 상승했어요. 예민하게 보고 있어요. 부천은 중동 신도시가 원래 저지대에요. 6미터를 복토해 만든 곳이기 때문에 서해 밀물 썰물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작년처럼 예측할 수 없는 물폭탄이 떨어지면 어려움이 있는데, 요즘처럼 꾸준히 오면 처리가 됩니다."

▲ 장마철 굴포천 현장방문을 하고 있는 김만수 시장. ⓒ부천시청

부천은 대형 사건사고도 제법 많았다. 그 중 서울외곽순환도로 화제도 있었다.

"작년 12월에 불이 났는데, 사실은 10월부터 TF팀 구성해서 고가도로 아래 공간 활용에 관해 도로공사와 협의 중이었어요. 아쉽게도 협의 중에 사고가 터진거죠.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고, 전화위복이 됐어요. 계양~송내 구간 지하화 계획이 있는데, 2~3년의 기간이 있어서 지금은 식물원 조성했어요. 고가도로 아래라 발상의 전환을 해서 그늘에서 자라는 72종의 음지 식물을 심었죠. 또한 족구, 테니스, 게이트볼 등 생활체육 시설들을 10월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경북 칠곡에서 터진 미군기지 고엽제 파문은 부천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우리 군이 쓰는 군 기지가 과거에는 '캠프 머서'라는 미군 주둔지였다. 부천은 신속하게 시민단체를 조사단에 포함시켰다.

"칠곡은 미군이 관할하지만 여기는 국방부가 관할하는데, 상대적으로 우리 국방부가 유연하더라구요. 바로 시민조사단이 구성됐죠. 부대 주변 수질 조사에서는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부대 내 토양조사 시료 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오는데, 거기서도 다이옥신이 안 나오면 상황이 마무리될 거라고 봐요."

부천시장으로서 기분 나쁠 질문도 해봤다. "부천을 부평하고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어습니다."

"그거에요. 샌드위치. 인천과 서울의 샌드위치. 위성도시, 베드타운 이런 게 오히려 부천의 그동안의 경쟁력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자족적인 도시로 발전하는 데는 족쇄가 되고 있죠. 앞으로는 이걸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부천은 샌드위치가 아니라 서울과 인천을 양날개로 끼고 있는 거라고 봐야죠. 우리가 콘텐츠만 잘 만들면 인천 280만, 서부 서울 500만 인구를 우리 시장,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어요. 그 콘텐츠는 우선 훌륭한 입지겠죠. 접근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 그리고 문화 콘텐츠 경쟁력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280만 인구의 인천이 부천을 부러워합니다. 지하철 7호선이 내년 10월 개통되는데, 인천과 서울 성산대교 서쪽의 강서, 양천, 구로, 금천에서는 볼거리나 예술을 즐기기 위해 부천으로 올 거라 기대합니다."

김 시장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가 15년이 됐는데, 대한민국 영화제는 부산, 부천, 전주로 정립이 됐어요. 그리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모델인 부천필이 20년이 넘었는데, 서울 예술의 전당 가서 공연하면 2000석이 예매가 돼요. 그래서 문화예술회관을 중앙공원에 지을라 그래요. 하드웨어만 갖춰지면 예술의 전당과 양분하는 클래식 공연 기지가 될 거에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8월에 열려요. 대한민국 만화가의 52%가 부천에서 활동합니다. 이현세, 허영만, 이두호 같은 작가들에 그 주변의 신진작가들까지 부천에 똬리를 틀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뽀로로 같은 산업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발굴‧육성할 능력이 갖춰져 있죠. 음악, 만화, 영화 3대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외곽순환도로 옆에 영상단지 10만 평이 있어요. 거길 관광단지 전환을 추진 중이에요. 호수공원까지 합하면 17만 평입니다. 기가 막힌 입지죠. 서울‧수도권 서부 인구 500만 명이 더 이상 에버랜드 안 가거든요. 길 막히니까. 그들이 여기로 오는 거죠. 그리고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축에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길 보고 서울로 가거나 돌아갈 때 여길 보고 공항으로 갈 수도 있죠.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파리의 퐁피두, 뉴욕의 모마, 빌바오의 구겐하임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게 하는 사업을 궁리 중이에요."

부천의 최고 브랜드는 '판타스틱 영화제'다. 부천의 브랜드 이름도 '판타지아 부천'이다. 혹시 영화제에 '김만수'라는 색깔을 넣고 싶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영화제는 관에서 지원만 하면 되지 간섭하는 순간 망가지거든요. 영화제가 한때 어려움을 겪은 것도 정치와 행정이 이상한 주문을 해서 망가진 겁니다. 영화제는 영화제의 논리가 있어요. 그걸 존중하고 뒷받침 해주면 되는 거죠. 작년에 제가 당선되고 나서 '부천 영화제가 복권됐다'고 표현도 합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받은 거에요. 그래서 영화인 60명이 레드카펫을 밟았어요. 복권을 축하해주기 위해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한거죠. 부천 영화제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자리 매김하는 원년이 될 겁니다."

#4. 주민참여예산제? 부천은 참여 인원만 2700명

그래도 이것만은 '김만수 표' 정책이다 싶은 게 뭐 있냐고 추궁했다.

"지하철 7호선 개통이 부천 역사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중동‧상동이 유일하게 지하철 없는 신도시거든요. 거기 관통하는 길이 길주로라고 하는데, 부천의 관문 거리로 만들 생각입니다. 서울하면 광화문, 강남 하면 테헤란로 있잖아요. 도시의 구심점을 형성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요. 부천이 부자할 때 '부'(富)에 내천할 때 '천'(川)이에요. 그런데 강이 없어요. 심곡천이 도시를 관통하는 유일한 하천인데 복개 돼 있거든요. 이걸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문화예술회관."

여기까지는 익숙하게 보아 온 '장밋빛 개발 이슈.' 그는 "소프트웨어 중에는 이것"이라면서 주민참여예산제를 꺼내들었다. 민선 5기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실시하고 있지만, 김 시장은 "부천이 단연 으뜸"이라고 자랑했다.

"다 부천에 와서 배워가요.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게 뭐냐면, 다른 데는 몇 십 명으로 위원회 구성하는데, 우리는 37개 동에 100명 이내로 구성했어요. 2700명 정도 되는데, 너무 많아 회의가 되겠냐고 하지만 출석률 100%에요. 자치위원, 통장, 자생단체 등 기존의 시정에 주로 참여하던 분들이 60% 되고, 시민단체, 사업체, 일반 시민 등 이번에 처음으로 시정에 참여하신 분들이 40% 됩니다. 이 40%가 주민참여예산제 때문에 부천 행정에 참여한 거에요. 그리고 시민공감단 운영하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나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올리면 찬성‧반대를 계속 붙여가고, 찬성이 높은 정책일수록 우선 순위로 올라와 채택하게 하는 방식인데, 300명 모집에 800명 넘게 와서 모두 참여시켰어요. 시장은 결정을 해주는 사람이잖아요. 대신 결정의 통로는 여러 가지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공감단은 갈수록 호응이 높아져요. 부천 시민 평균 연령이 37세입니다. 이들의 활력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핵심으로 봐요."

▲ 부천시장실에 걸려 있는 '시민의 바람' 메모들. ⓒ김현

김 시장은 지난해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 유렵 견학을 다녀온 바 있다. 뭘 배웠고, 뭘 이행했는지 물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영국과 핀란드 두 곳에 오래 머물면서 공공디자인과 사회적기업 육성 두 가지 테마로 공부했어요. 들어오자마자 유한대학과 공동으로 사회적기업센터를 만들었죠. 자치단체마다 사회적기업 사업 많이 하는데, 대학과 협력해서 만든 데는 우리가 유일할 겁니다. 유한대학이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대학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과 인프라가 있죠. 김영호 총장과 뜻이 잘 맞아서 유한대학이 공간을 내고 인력을 지원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부천의 사회적기업 빽은 유한대학입니다."

부천은 노동운동, 시민운동이 상당히 활발한 지역이었다.

"과거에 비해 노동운동의 흐름이 약화된 측면이 있고, 시민운동도 YMCA, 생협 등을 중심으로 온건해진 편이죠. 그리고 새롭게 나오는 흐름들이 남북평화운동을 통한 과거 진보개혁진영 재결집과 복지 담론을 전담하는 지역재단 만들기 운동 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국가의 포괄적 담론 보다는 생활정치 쪽 이슈가 강화되는 추세죠."

의회는 어떨까?

"'모자이크' 다수죠. 민주당 의원 2명이 사고로 빠져서, 한나라당 12, 민주당 12, 민주노동당 2, 국민참여당 1. 상당히 역동적이죠. 10월 보궐선거에서 힘의 역관계가 정리될텐데, 현재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연대하는 형태죠."

야권연대는?

"한 달에 두 번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대표들이 저와 모임을 가져요. 조례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만납니다."

다툼은?

"갈등은 있어요. 비정규직 문제, 학교급식 문제, 재래시장 보호 등 스펙트럼이 조금씩 다르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중앙정부에 쓴 소리를 내놨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광주의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가장 성의 있게 접근하던데, 지역마다 사정이 조금씩 달라요.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화할 때 총액 인건비 제도 같은 행안부 규제 때문에 갈등이 생겨요.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있는데, 위탁 업무 같은 경우에는 임금 수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구요. 그래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은 민주당 단체장들 모두 동일합니다."

#5. 2004년의 386들, 2010년의 486들

비슷한 세대의 비슷한 공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대거 시장실, 구청장실, 군수실에 진입했다. 경쟁은 없을까?

"경쟁이라 보지 않아요. 대신 지방행정 패러다임 전환에 도움이 될 거라 봐요. 민선 5기 단체장들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모두 한 세대로서 함께 평가 받는다고 봐야죠. 어차피 386세대는 비슷하거든요. 이번에 단체장 된 사람들은 세대 개념의 공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공동으로 노력해 성과를 내지 않고, 개별적으로 약진하거나 언론 플레이해서 각광을 받으면 다 같이 죽을 수 있죠."

ⓒ프레시안(김하영)

지금은 '486'이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386 세대'. 80~90년대 정권교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고, 실제 정권 핵심까지 경험했다. 그리고 2010년 대거 지방정부를 장악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력을 보여줘야 하죠. 386들이 2004년 대거 국회에 진출했잖아요. 그 때 많은 시도들을 했어요. 성과도 있었죠. 그런데 국민들 기대에 못 미쳤죠. 그 후 평가(2008년 총선)가 처참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기초단체장 진출한 세대가 같은 세대입니다. 주민들은 말로만 하는 거에 인색합니다. 성과로 보여줘야죠. 주민들은 '내가 사는 나라, 도시의 수준을 올려봐라'라고 하는데, 지방 행정 영역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무상급식 해라. 그러면 밀어줄게', '문화를 소수만 즐기는 게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봐라' 등 구체적인 요구가 오고 모두 답을 해줘야 해요. 자치단체마다 약간 불균등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평가 받을 겁니다. 수도권은 균질하기 때문이죠."

결국은 어디 시장은 몇 점, 어디 구청장은 몇 점이 아니라 '쟤들은 괜찮아. 형편없어' 식으로 함께 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주변 기초단체들과의 소통은?

"부천, 안양, 안산, 시흥, 수원, 김포까지 활발하게 만나면서 스크럼을 짜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번개 모임도 하고 그래요. 단체장들이 말 못할 고민들이 많거든요.(웃음) 서로 털어 놓고 주고받으며 보강되는 것들이 많아요. 좋은 사례도 신문에서 보는 것과 직접 구상한 사람이 얘기해주는 건 천지차이거든요. 보다 넓게 보면 대전에서 한 번 모이기도 했어요. 대전에 안희정 충남지사도 있고 지리적으로 가운데니까. 사례 발표 형식이었는데, 울산의 민노당 구청장도 왔죠. 조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례 발표회 수준까지는 정례적 모임을 갖자고 했어요."

끝으로 남은 3년 각오를 물었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3년 안에 끝을 보면 좋겠지만, 내 임기 동안 다 끝내겠다는 생각은 부천 같이 큰 도시에서는 위험합니다. 레일을 까는 심정으로 일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구체화 되는 것들이 많이 나오겠죠. 레일만 잘 깔아도 인정받겠죠.(웃음)"

[도시, 욕망을 벗다] 기획 시리즈 보기
① 김성환 노원구청장 "중랑천에 배 띄우겠다는 오세훈에 반대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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