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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당'을 아십니까?

[도시, 욕망을 벗다④] '리틀 김두관?' 정현태 남해군수

2010년 6월 지방선거. 돌풍이 일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야권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당선이 됐다. 토호들의 독무대 같았던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신선한 인물을 택했다. 그렇게 민선 5기 출범 1년이 지났다. '신선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을까. 지역에서는 적잖은 도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주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할 말 많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실험의 현황을 들어본다. 프레시안은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방자치의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네 번째 만남은 정현태 경남 남해군수다. 수도권 밖에서 만난 첫 기초단체장이다. 당연히 도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과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네 번째 출마한 2008년 군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0년 다시 당선된 재선 군수이다. 그는 또한 김두관 지사의 계보를 잇는 야권 성향 무소속 단체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남해군청에서 진행된 인터뷰다.<편집자>

▲ 정현태 남해군수. ⓒ남해군청

#1. 一点仙島 남해. '보물섬'이라는데

남해. 남해 밖 사람들에게 남해의 첫 인상은 관광지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2만2600원에 편안한 우등고속을 타고 가니 4시간 30분이라는 거리에도 KTX를 타고 부산이나 목포를 가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 남해군청에서 운영하는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namhae.go.kr)는 일일 방문자가 1만6000명이 넘는다. 남해 자랑을 부탁했다.

"남해는 초록 보물섬입니다. 480년 전 조선 중종 때 남해로 유배 온 자암 김구 선생이 경기체가의 '화전별곡'(花田別曲)이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일점선도(一点仙島)'라고 한 점의 신선이 사는 섬이라 했고, '천남승지(天南勝地)'라고 하늘 남쪽의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고 했습니다. 깨끗하고 청정하다는 이미지가 살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섬이지 않은 가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녹색성장 모범 기초단체에 주는 '생생도시'를 연속 수상하고 있습니다."

휴가철 제1 관광지로 꼽힌다. KBS <1박2일>에 방영된 이후에는 '독일마을', '보리암' 등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독일마을이라는 곳은 원예예술촌이 있는 곳입니다. 원예를 주제로 정원을 가꾸는 분들이 동호회를 만들어 정착을 했습니다. 집집마다 테마가 있습니다. 탤런트 맹호림 씨는 집을 핀란드식으로 지었는데, 정원을 핀란드 정원으로 꾸미는 겁니다. 최근에는 탤런트 박원숙 씨도 카페를 열었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습니다. 남해군에서 마을을 기획하고 전문가 그룹의 의견과 잘 맞아서 발전한 케이스입니다."

▲ 독일마을 전경. ⓒ뉴시스

<1박2일>에서 나왔던 것처럼 독일마을 아무 데나 가서 자장면을 배달 시켜 먹는 사람들 때문에 쓰레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 관광 명소의 발전 패턴이 있다. 숨겨진 비경이 미디어에 소개가 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후죽순 개발이 이뤄지면 고유의 경치는 사라지고 만다. 남해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계단식 논으로 유명해진 다랭이 마을은 막차 놓치면 하루 자고 와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였습니다. 농토가 좁고 어업도 발달하지 않아 소득도 적은 곳이었습니다. 다랭이 논은 계단 자체가 둑이기 때문에 해마다 물을 대고 언덕을 다져줘야 튼튼한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으니 논이 밭으로 변하고 둑에 개미가 생기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관광객들이 소 쟁기질도 하고 논둑도 다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주차장이 좁아요. 그렇다고 주차장 지을 땅도 부족하고. 그래서 산을 뚫어 주차장을 만들자고 합니다. 개발 욕구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연과 생태적 가치가 돈의 가치로 이동하면 난개발의 위험이 생깁니다. 조금 불편해도 있는 그대로를 즐길 수 있어야죠. 다랭이 마을에 1년에 20만 명이 오는데,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 다랭이 마을에서 써레질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 잔디에, 마늘에, 송아지에, 나비까지

'관광', '휴양' 등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남해가 내세우는 것 중에는 "수많은 천연잔디 운동장"도 있다. 천연잔디 운동장만 축구장이 7개. 야구장이 3개다. 김두관 군수(현 경남지사) 시절부터 스포츠 전지훈련장이라는 특화된 사업을 전개해왔다. 남해에는 왠만한 학교에는 운동장에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1998년 스포츠파크를 조성했습니다. 1년에 150개 팀이 오고, 10개의 전국대회가 남해에서 열립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덴마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나이지리아 축구팀과 쿠바 야구팀이 전지훈련을 했습니다. 작년부터는 MBC 꿈나무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립니다. 숙박, 음식점, 전통시장 등 지역 경제에 영향이 크죠. 심지어 노래방까지 술렁술렁 합니다. 요즘은 선수들 가족들을 대상으로 남해투어 패키지 상품도 개발돼 있습니다. 갯벌체험 등도 상당히 인기가 좋습니다."

▲ 전지훈련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남해 스포츠파크. 대회 기간을 피하면 일반인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뉴시스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섭씨 0도를 넘는 남해의 운동장은 4계절 푸른 잔디다. 꼭 프로팀이나 학교 운동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대여해 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잔디 산업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다른 지자체는 운동장에 잔디를 깔면 관리까지 전문 업체에 맡기는데, 우리는 군 공무원들이 다 합니다. 잔디산업팀이 있어요. 잔디 아카데미를 열어서 농민들에게 기술 전파를 했습니다. 작년에 겨울 한파 때문에 골프장 잔디들이 많이 죽었잖아요.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웃음) 마을과 쌀이 평당 2만 원 번다면, 잔디는 평당 10만 원 수익이 납니다."

남해는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이라는 자연 조건을 활용해 잔디 뿐 아니라, '흑마늘'도 남해 고유의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마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경북 의성, 충북 단양 등 추운 지방에서 나는 마늘과 전남 무안이나 남해처럼 따뜻한 지역에서 나는 마늘. 이걸 흑마늘로 만들면 부가가치가 10배가 뜁니다. 흑마늘은 남해가 최고죠. 전국 평균 일조량이 176일인데, 남해는 203일입니다. 전국 최고 일조량이어서 남해 농작물의 당도가 2배 이상 높습니다. 마늘도 그렇죠. 남해 흑마늘은 인공 첨가물을 안 넣고 자연 그대로입니다."

이런 노력은 친환경 농수산업으로 이어진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100억 짜리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사업이 있습니다. 그동안 친환경 농업은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해왔는데, 광역화 하자는 겁니다. 그걸 남해군에서 따왔습니다. 이를 밑천으로 군에서도 4년간 200억을 투입해 2014년까지 섬 전역을 친환경 농업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건 단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해는 섬이고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생태 순환 농법을 통해 땅을 살리면 갯벌도 살아나고 바다도 살아납니다. 친환경 농법을 많이 보급하니까 작년에 꼬막 수확이 10배 늘었습니다. 또 한 가지. 과거에는 여기서 지은 농수산물을 서울까지 내다 파니 물류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개념을 남해안 지역을 제2의 수도권으로 보고 이 지역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서 남해군이 생명 창고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한우도 유명하다. 구제역에 전국 지자체가 수많은 길목을 지키느라 고역을 치를 때도 남해는 남해로 들어가는 다리 두 곳만 철저하게 검역하면 된다.

"6년 연속 소비자 선호도에서 1등을 했습니다. 섬 지역은 자연적, 문화적 조건이 독특해 잘 살려야 합니다. 섬이고 청정지역이다 보니 구제역이 없습니다. 남해는 1000킬로그램 넘는 한우를 키워냅니다. 이건 절대로 사료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종자 관리를 10년 넘게 해왔습니다. 1만 두 이상의 DNA 계보가 정리된 곳은 남해 밖에 없습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육종업무 MOU를 맺을 정도입니다. 우수한 종자를 관리하고 키워내다 보니 남해 송아지를 사려고 전국에서 몰려옵니다."

▲ 다랭이 마을 전경. ⓒ뉴시스

이밖에 마늘 연구소에 친환경농업추진위원회까지, 친환경 농업을 위한 시스템을 노하우가 상당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추진' 단계라고 한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이 좋긴한데, 원가가 비쌉니다. 유기퇴비보다 미생물로 땅을 살려야 합니다.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땅이 까만 흙입니다. 핵심은 땅을 살리는 겁니다. 이게 최소 3~5년 걸립니다. 이 작업만 되면 유기농업의 확실한 기반이 생깁니다. 곤충산업도 발전시켜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곤충을 이용한 천적 농법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농약이 아니라 천적농법이 될 때 가장 환벽한 친환경 농법이 정착되는 겁니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3학년은 배추흰나비의 일생을 공부합니다. 곤충은 천적농법 말고도 학습용, 애완용으로도 파생되는 분야가 많습니다. 비전이 있습니다. 지금은 선노동을 육성하는 단계입니다. 이 분들이 함평 나비 축제에 나비를 팝니다. (웃음) 이를 기반으로 응용력이 커지면 생명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는 기반도 됩니다."

최근에는 친환경농업의 '블루오션'이 형성되고 있다. 바로 수도권의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의 전제조건으로 '친환경'이 붙으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지자체 간의 도농 상생 프로젝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치고 나가니까 우리가 생산하는 양보다 수요가 더 많아진 겁니다. 그래서 친환경농업 구상을 5~10년 정도 앞당기고 있습니다. 금천구와 동대문구가 자매도시입니다. 금천구는 일일 구청장 교환을 하면서 농산물을 갖다 팔았는데, 가져간 물건 다 팔고도 모자라 나중에 택배로 보내주기까지 했습니다."

#3. 거제와 여수 사이에서

정 군수의 입에서는 "전국 최초", "전국 최고" 등 남해 자랑이 쉼 없이 이어졌다. 남해가 천혜의 자연의 환경 속에 풍요를 누리는 곳처럼 보이지만 나름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여느 '지방'처럼 개발에 대한 욕구다. '부자 남해'를 슬로건으로 걸고 있다. 남해의 지리적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남해는 북쪽으로 하동과 이어져 있는 남해대교, 동쪽으로 사천시와 이어져 있는 삼천포 대교 두 곳의 다리가 놓여진 섬이다. 서쪽으로는 여수와 광양이 있다. 여수는 차로 1시간 10분이 걸리지만 배로는 20분이 걸릴 정도로 가깝다. 여수엑스포를 대비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여객 터미널도 만들 정도다. 남해대교를 건널 때는 광양제철소의 굴뚝들이 시야에 한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사천시와 통영시 거제도가 남해안을 끼고 이어져 있다. 거제와 여수는 남해안 1,2위를 다투는 산업단지가 됐다.

▲ 남해군 주변 지도. 서쪽으로는 광양제철소와 여수산단이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거제도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는데, 남해군은 1만 달러 수준입니다. 과거 거제도가 남해보다 못 살았다는데 지금은 조선소 덕에 4만 달러 수준입니다. 경제적으로 남해군민들의 박탈감이 큽니다. 남해의 서쪽 땅, 남해 전체 면적으로 보면 1%가 안 되는 93만 평을 2007년부터 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건너에 광양제철소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있어서 주민들은 우리는 공해만 마시고 관광지 개발도 안 되니 이 쪽 만큼은 산업단지 해서 조선소 유치하자고 합니다."

이와 같은 조선소 유치 붐은 남해뿐만이 아니었다. 2007년 조선업 활황 당시 경남 사천, 고성, 통영, 전남 신안, 목포, 해남, 고흥 등의 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땅을 수십~수백만 평씩 내놓으며 유치 경쟁을 벌였었다. 남해도 전임 하영제 군수 시절 이 경쟁에 뛰어 들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남해는 특화된 전략을 세웠다. 이른바 '미래형 조선소'라는 크루즈, 요트, 카약 등의 해양 레저 선박 조선소 유치다. 해양레저는 아직 생소하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에서 조정 특집을 하는 등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점점 관심이 높아지는 분야 중 하나다.

"'부자 남해'에서 '부자'만 목표인 게 아니라 '행복한' 부자 남해가 목표입니다. 행복은 물질적 행복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교육, 문화, 복지가 어우러져야 정신적 충만감이 생깁니다. 남해의 청정 환경을 바탕으로 미래 녹색산업을 유치해야 합니다. 남해를 요트와 카약의 일번지로 만드는 겁니다."

쉼 없이 배만 찍어내는 조선소가 아니라 '문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에 남해는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을 꾸준히 열고 있다. 올해에는 8월 12~15일 제6회 대회가 열린다. 남해가 해양 레저 스포츠 쪽으로 조선산업을 특화시키고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천연잔디 구장'을 통한 스포츠팀 전지훈련 유치의 경험도 작용했다. 스포츠 마케팅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에 환경농업도시 외에도 '스포츠·휴양' 도시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1960년대 프랑스는 인구의 2/3가 파리 중심에 몰려 있었다고 합니다. 드골 대통령이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하면서 니스 같은 남해 지방을 집중적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그 때 창조도시 전략을 썼습니다. 소피앙트폴리스('과학과 지혜'라는 슬로건을 걸고 만들어진 도시)라는 도시도 그 때 만들어졌죠. 새로운 해양레저가 발전하고 있는데, 그 때 컴퓨터·반도체·문화예술 등 창조적 직업 종사자들이 많이 이주했습니다.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 받았죠. 남해는 비단결 같은 원단과 같은 곳입니다. 아름다운 기획, 미래창조적 기획을 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선 산업 경기가 하향세를 타면서 조선소 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단지 자리에 화력발전소 제안이 들어오면서 시끄럽다. 정 군수는 "화력발전소의 기술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남해의 이미지를 봤을 때 업종이 안 맞는다"면서도 "중대한 문제이고 발전소 측에서 제안이 들어온 만큼 공론화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절박한 일이기도 하다. 수능시험장 유치가 "화합의 기적", "역사적 쾌거"가 되는 곳이다. 남해군수의 인사말에는 항상 '50만 내외 군민 여러분'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이 중 35만 명은 부산에 사는 출향민이고 10만 명이 타 지역, 남해군민은 5만 명이다. 남해군은 요즘 인구증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해군청

"인구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유지가 안 될 정도입니다. 이러면 장사가 안 됩니다. 군민들은 한 쪽에서는 10년만 환경을 보전하면 세계적 명품 보물섬이 될 거라고 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10년 가기 전에 공동체가 무너진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주장 속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4.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니다. '남해당!'

인구가 줄면 예산도 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이 정권 차원의 화두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부분 후퇴했다는 비판이 높다. 남해군 역시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감세, 국토균형발전·지방분권의 후퇴, 4대강 사업이 시작됐는데, 가장 큰 고통은 지방 재정의 고갈입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 95억이 줄었습니다. 종부세 4조 원 중 2조3000억 원이 지방으로 내려가는데 이게 끊겨 버린거 아닙니까. 복지 빼고 모든 것을 다운사이징 해야 했습니다. 주던 예산 안 주면 어떻게 합니까. 지방정부 전부 빚 투성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고 한다.

"복지 대상자들은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바람막이를 해주지 않으면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예산을 줄이는 건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남해의 특성에 맞는 복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해는 60세 이상이 37%인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이 분들이 어릴 때 동생들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배움의 기회를 놓쳐 이제는 뭔가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높습니다. 노인대학이 엄청 활성화 돼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바깥에 나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교통 바우처 제도를 통해 군에서 일정 비용을 지원해줍니다. 제가 복지 담당자들한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이 헌신봉사 하는 대신에 여러분의 복지는 제가 책임지겠다'고. 그랬더니 선진 지역 견학을 보내달라 그러기에 보내드렸습니다.(웃음)"

▲ 남해대교. 다리 건너가 남해군이다. ⓒ프레시안(김하영)

이명박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시군 기초단체를 마구잡이로 70개로 통합한다? 전혀 안 맞습니다.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광역단체를 통합하는 건 맞습니다. 충청권, 호남권 묶고 영남은 부울경, 대경권으로 묶고. 그런데 기초단위는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하는 공간입니다. 창원시 통합도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후회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통폐합 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지역의 역사성.' 남해는 특히 특이한 전통, 혹은 정치색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김두관 지사는 1995년 서른일곱의 나이에 야권 성향의 무소속으로 첫 민선 남해군수에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반면 국회의원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5선을 한 지역이다. 정 군수는 이를 '남해당'이라고 한다.

"남해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없습니다. 남해당이 있습니다. 남해당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대표고 여상규 의원이 원내대표고, 제가 사무총장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뛰고 있습니다. 박희태 의장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정현태가 제일 행복한 군수야. 중앙정부 일은 나와 여상규(남해·하동 현역 국회의원)가 봐주고, 지방 일은 김두관이 봐주고.'(웃음) 박희태, 여상규 두 분은 한나라당이고, 김두관 지사와 저는 무소속의 같은 색깔이고. 화합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인구 5만도 안 되는 곳에서 당으로 갈라지고 선거로 갈라지면 발전은 없습니다. 배는 한 쪽으로만 노를 저으면 제자리에서 빙빙 돕니다. 양쪽 노로 저어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김두관이라는 '최연소 군수'를 배출한 남해. 정 군수도 마흔 다섯에 군수에 당선됐다.

"우리 군민들은 1등 군민입니다. 당을 보지 않고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높은 정치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일꾼들을 선택해줍니다. 군수를 하고 나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키워줍니다."

민선 1,2기 김두관 군수는 경남도지사가 돼 있고, 민선 3,4기 하영제 군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산림청장, 농림부 차관을 거쳐 현재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5. 리틀 김두관?

정 군수는 민선 3,4기에 출마했다 하영제 전 군수에게 내리 패배하고, 하 전 군수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군수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로 마침내 남해군수가 됐다. 약력만 놓고 보면 그는 진주고-서울대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1980년대 대학 시절 총학생회 대변인을 했고, 전교조 회보 국장을 하는 등 이른바 '운동권'이었다.

"청년이 서야 나라가 선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는 말입니다. 청년의 열정이 살아 있는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시절 가장 보람 있게, 가장 뜨겁게 살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침 직선제도 되고, 통일 문제도 많이 진전됐습니다.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세계관과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인생인지 대학시절 배웠습니다. 제가 사범대를 나왔습니다. 교단은 좁지만 천하를 꿈꾸는 교사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졸업하는데 10년이 걸렸는데, 발령 받는데도 10년이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교단에 갈 성적이 됐는데도 당시 전교조 결성 후 교원 보안 심사가 있어서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교단에 못 갔습니다. 교육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치가 잘못돼서 그렇다고 생각해 '정치를 바로잡고 교단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두관 지사가 창간한 <남해신문>의 편집국장과 대표이사를 거쳤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 행정관도 했다. 가히 '리틀 김두관'이라 불릴만 하다.

"김 지사님은 네 살 위의 지역 선배입니다. 저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시작했는데, 젊은 청년으로 만났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학생운동을 하고 있을 때 김 지사님은 먼저 지역으로 내려와 뿌리를 내렸습니다. (김두관 지사는 1987년 스물여덟에 귀향해 남해농민회 사무국장과 이장을 하고 1989년 서른에 <남해신문>을 창간한 뒤 1995년 남해군수에 당선됐다. 편집자) 수도권에는 일할 활동가가 많은 반면 운동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시골에서는 깨어 있고 젊은 열정을 갖고 일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김 지사님이 신문사를 만들고 군수가 됐는데, 군수 때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판단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역이 앞으로 미래의 공간이고, 지방자치의 나무를 키우면 대한민국의 큰 나무가 되겠다는 생각에 내려와 힘을 합쳤습니다. 1996년 12월 30일 가족과 함께 이사를 왔습니다. 그 때 와서 남해신문 기획실장을 맡아 6개월 일하고, 편집국장으로 3~4년 일했습니다."

▲ 2010년 6.2 지방선거 유세 당시 조우한 김두관 지사와 정현태 군수. ⓒ뉴시스

그는 사실 대학 때부터 '언론협의체 의장', '전교조 회보 국장 및 편집위원' 등 언론인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치와 언론은 강의 양 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여론이 넘치지 않게 잘 막아주죠. 그러면서도 강둑은 둘이 나란히 강이 바다로 가게 이끌어줍니다. 언론의 영역, 정치의 영역에서 바라본 것 전부 소중한 경험입니다."

국어교육과를 나온 정 군수. 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8년 군수 취임 후부터 남해군 홈페이지에 '군정일기'를 올리고 있는데, 군정일기 곳곳에는 여러 시들이 인용돼 있다. 중국 자매도시 방문 때는 한시로 인사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남해문학기행도 하고 남해유배문학관도 만들었다. "남해를 유배문학이 꽃 피는 아름다운 문학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다짐도 한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한 마디를 부탁했다.

"군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 군민들이라는 마음 한 시도 잊지 않는 다는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 국제해양관광도시, 스포츠휴양도시, 환경농업도시 3대 비전을 실현해 남해를 반석에 오르게 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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