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1시 58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23場ㆍ끝> 沈沒하는, 巨大한 <에필로그>
<김정환의 '읽는 영화' - 임옥상 그림> 전태일에 대한 명상
울산 현대중공업 앞 백화점 지하 식품점 안의 꽤 넓은 술집, 아니 밖으로 노출된 술터다. 순대국 끓는 솥이 김을 내뿜고 소주와 막걸리 병들이 각 자리마다 여러 병씩 놓여있다. 가스렌지에 고기를 굽는 축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주된 손님들이다. 사실 이곳은 퇴근
김정환 시인
2003.01.03 08:51: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22場> 憎惡의 監獄
흩어지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아주 느리게 나오면서 영상들이 겹쳐지고 이어진다. 고층건물 옥상 통풍구에 유인물을 쌓아놓는 친구1.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그. 고층건물 옥상에서 무수히 날리는 유인물들. 정지 ‘독재정권 타도하자’, ‘타도하자 박정희!’ 다
2003.01.02 09:18: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21場> 藝術의 獨白
환상을 깨며 철문 열리면 골목길이다. 골목길에 물고기가 들어차고 골목길 변하여 수족관, 그것이 줄어들면, 아주 고급스러운, 실내가 밝은 레스토랑이다. 카메라가 레스토랑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친구1의 음성. 그거야 맨날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어울려 노니 되나? 지금은
2002.12.31 09:10: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20場> 現實과 幻想
노동자1이 갑자기 창문으로 올라가 외쳤다. 물러가지 않으면 뛰어내릴 거야, 씹새끼들! … 좆까네…. 경찰 쪽에서 그런 소리가 튀어나오던 순간, 노동자1이 정말로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으악! 노조원들 비명소리. 어, 어, 당황한 형사의 외침이 뒤섞였다. 남자와 여자는
2002.12.27 16:44: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9場> 죽음, 記憶을 파괴하다
하하하…. 여럿의 웃음소리가 나며 골목이 흑백화하고 사람들로 채워지면, 평화시장 건물 2층 경비실이다. 평화시장 주식회사 업주들과 형사 한 명이 낡은 소파에 앉아 담소를 하고 있었다. 초겨울이라 난로 위에 주전자가 끓고 연통에 검댕과 이물질이 잔뜩 묻어 지저분하고
2002.12.26 18:46: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8場> 疾走2
좆 겉은 세상, 야, 이, 씨팔놈들아!... 길거리다. 취객이 그렇게 삿대질을 하고 남자를 스쳐 지나가고 남자는 스스로 허깨비처럼 거리 속을 스며들듯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등만 보였다. 남자가 흠칫, 했다. 그 중 한 등의 외모가 여자의 등을 빼다
2002.12.25 08:25: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7場> 유토피의 監獄2
기록필름이 완연 흑백화되면서, 태일의 음성. --그렇게 재미있게 같이 듣던 전축의 째즈곡이 아무런 음향을 나타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같이 이 상태로 같이 살 수는 없을까? 누님이 나의 아내가 되는 길은 없을까? 그 하얀 손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잡히면 나는 어
2002.12.21 08:45: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6場> 先輩
우산이요, 우산. 지우산이요... 지하도입구에 우산 파는 여자. 정지 흑백으로 화하면서 앙칼진 여자 음성. 우산!... 국제극장 앞이다. 비가 오고 있다. 어린 태일이 지우산을 팔고 있다. 그가 한 걸음에 3층까지 올라간다. 3층은 당구장이다. 그 입구에, 계단 바로 위에 거드
2002.12.20 08:42: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5場> 머나먼 墜落
남자가 허둥지둥 내려오다가 후문에 이르러 옷매무새를 갖추고 가까스로 태연을 가장했다. 그 앞에 놓인 길은 멀고 막막했지만, 터벅터벅 대는 걸음걸이보다 정적이 더 무겁고 무서웠다. 차라리 나도 잡혀갈 것을... 남자는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 길을 택한 터였다.
2002.12.17 09:09: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4場> 親舊
자네는? 행사 진행? 굿패 동원됐나?... 그렇게 좀 윽박지르듯 친구2에게 선배는 물었다. 물론, 친구2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예, 될 겁니다... 다른 거는?... 선배도 그가 느끼는지 아닌지 관심이 있는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친구2의 말은 좀 생뚱맞기까지 했
2002.12.16 14: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