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6일 1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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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별주부전이 사찰 이야기인 이유
[최재천의 책갈피]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재작년 여름 흑룡강성인대상위(人大常委)부주임 리센강(李显刚)과 서울에서 저녁을 함께하게 됐다. 나이가 토끼띠로 똑같았다. 별주부전을 차용해 '오늘 술을 마시려고 간을 빼서 양지 바른 곳에서 말려 두었다가 다시 집어넣고 왔다.'라고 했다. 인도 어느 해안가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잠보나무가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도 살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원숭이가 던져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70주년 맞은 영원한 고전, <어린 왕자>
[최재천의 책갈피] <어린 왕자>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간쑤성 둔황의 막고굴을 자주 오가게 된다. 그곳은 사막이고, 둔황은 오아시스 마을이다. 어느 날 둔황 시장과 만찬자리에서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잠재워두었던 이 문장이 스스로 깨어났다. 그래서 내가 둔황을 사랑하는 이유로 이 문장을 차용했다. 물론 저
로마는 늘 새롭게 다시 읽어야 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황제들의 로마>
"한편, 조금 우울한 기분도 든다. 이제 로마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짙은 아쉬움에서 비롯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이다. 더구나, 21세기 프랑스의 베이비붐 세대는 고대문화에 대한 교양이 몹시 부족하다. 그 또한 열정으로 극복해야 한다. (저자)질 샤이에는 이런 열정을 나누고 싶어 했다." 브르타뉴 옥시당탈 대학 (로마사 담당 교수)베르트랑 랑송
일본을 알려면 조선과 가톨릭을 보라
[최재천의 책갈피] <일본인 이야기>
"가톨릭과 조선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보면, 16~17세기 전환기의 일본을 지금까지보다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다. 첫째, 가톨릭이다. "저는 16~17세기 이후에 제작된 일본 문헌, 그리고 오늘날에도 전국시대와 에도시대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문헌과 연구에서 가톨릭 문제가 거의 감춰지다시피 해온 것을 알게 되
실크로드, 일대일로... 지적재산권은 미국에?
[최재천의 책갈피] <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
2017년 10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일대일로에 대해 답했다. "세계화된 이 지구촌에는 많은 지대와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한 지대와 한길(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을 지정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몇 달 전,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일대일로에 대해 답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들은 아이디
진화가 인간의 음경뼈를 없앴다?
[최재천의 책갈피] <은밀한 몸>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 중 아무 생각 없이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손을 다시 꺼내 냄새를 맡았다. 장면을 중계카메라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했고, 몇몇 선수들은 기자들 앞에서 이 일을 평가해야 하는 곤란을 겪었다. 다들 재밌어했다. 완전히 몰입한, 긴장된 상황에서, 이 행동은 확실히 감독에게 큰 안정을 주었다. 그가 손으로 만졌던 물건이 맘
한국 보수 망하게 한 5적(敵)은?
[최재천의 책갈피]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보수주의자들은 이미 검증된 역사와 전통, 관행, 경험을 중시한다.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미지의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시도된 적이 없는 것보다는 시도해본 것을, 신비로운 것보다는 사실을, 무한한 것보다는 제한된 것을,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을, 유토피아적 축복보다는 현재의 웃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영국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억만장자 코크 형제는 어떻게 미국을 주물렀나
[최재천의 책갈피]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오래전 미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1856~1941)는 "우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가질 수도 있고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체제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미국 극우의 설계자' 제임스 뷰캐넌과 억만장자 찰스 코크·데이비드 코크 형제와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은
"심각하지 않지만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90년생이 온다>
'요즘 애들 효과(kid these days effect)'라는 학문 용어가 있다. 늘 시대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세대론 일수도 있고, 구세대가 느끼는 신세대에 대한 당혹감일 수도 있다. '요즘 애들 효과'란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인의 점토판이나 로마 시대의 유적에서도 발견됐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한탄에서 착안한 용어다. 역설적으로 이
<시녀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책을 읽고 나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은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긴 소설을 짧은 스토리로, 활자를 그림으로 요약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픽 노블은 시각적이라 이해하기 쉽고, 요약적이라 간소하며 감정의 흐름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그래픽 노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