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렸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세상을 뜨기 2주 전 미국 뉴욕타임스에 '안식일'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최성각 선생의 <달려라 냇물아>와 함께 내가 가슴으로 읽는 최고의 산문 둘에 속한다. 그때 그 글을 편집했던 편집자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저자다. 공식적으로는 'Op-Ed(Opposite the Editorial page)' 책임자인데 풀자면 언론사와 다른 관점의 개인 논평이나 칼럼을 담당한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기명 칼럼을 떠올려 보면 대체로 지극히 사적이고 폭로적인 글이다. 삶과 죽음, 가족관계, 중독과 스트레스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다룬 이야기일 때가 많았다. 작가이자 신경학자인 그의 글도 그랬다. 그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의 삶에 관한 몇 편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마지막 에세이는 그가 사망하기 2주 전에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편애할 수밖에 없다.
"소설가인 모나 심슨(Mona Simpson)의 기명 칼럼 원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고인이 된 오빠,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글이었다. 어렸을 때 서로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고 성인이 돼서야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후 무척 가까워졌다. 우리 쪽에서 해야 할 일은 빠르게 팩트체크만 한 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었다. 월급을 받았다고 해서 훌륭한 원고를 망쳐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빠의 인간적인 면을 자세하게 서술한 장문의 글은 도무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이내 그녀의 글은 잡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로 끝을 맺었다. '오 와우(Oh wow). 오 와우. 오 와우.'"
그랬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뜰 때 남긴 마지막 말은 'Oh wow'였다. 그런 다음 저자는 자기 목소리로 좋은 글을 안내한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조언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진정해!'라는 조언과 비슷하니까. 열세 살 무렵, 이성의 관심을 받으려고 안달하는 내게 오빠가 한 충고가 글쓰기에서도 통용된다.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너답게 굴어.' 그 말이 맞다."
오만임을 전제하건데, 최근에 출간된 설득하는 글쓰기(원제: Writing to Persuade)에 관한 최고의 책이다. 올리버 색스는 두뇌에서 독서의 영역은 불과 5,000년 전에 진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하물며 글쓰기 영역이야. 이 책이 널리 알려지고, 널리 읽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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