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6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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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훌쩍 다가온 격변, 배워야 이긴다
[최재천의 책갈피] <초예측>, <앞으로의 교양>
"앞으로는 대다수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뒤처지겠군요. 그런 세상에 희망은 있을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자연선택조차 극복하려 합니다. 인간에 의한 지적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의 섭리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몸이나 뇌, 의식을 설계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중입니다. 이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커다란 혁명을 일으킬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만주 벌판에 놀라 울음 터뜨린 조선 선비
[최재천의 책갈피] <조선 선비의 중국견문록>
"아, 참 좋은 울음 터로다. 가히 한번 울 만하구나. (…) 이제 요동 벌판에 와서 여기서부터 산해관까지 1천 2백 리 사방에 도무지 한 점의 산도 없이 하늘 끝과 땅 변두리가 맞닿은 곳이 아교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가는 비구름만 창창할 뿐이니, 이 역시 한바탕 울어볼 만한 곳이 아니겠소." (호곡장론(好哭場論)) 연암 박지원에게 요동벌
구글 20년 "이제 가능성의 1%밖에 도달 못했다"
[최재천의 책갈피] <구글 스토리>
1998년 뉴요커지 켄 올레타가 MS의 빌 게이츠를 만나러 갔다. "가장 두려운 장애물이 무엇인가요?" 빌은 조용히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넷스케이프, 오라클, 애플, 연방정부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군요." 바로 그때,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빌의 악몽은 시작되고 있었다. 구글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가 읽은 <좌전>
[최재천의 책갈피] <역사, 눈앞의 현실>
중국 춘추 시절, 정(鄭)나라의 집정관 자산(子産)은 내란 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도적이 궁궐로 침입했고, 부친은 피살되었다. 깊은 원한을 품은 채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시기에 젊은 나이의 자산은 무엇을 했을까. 그의 모습은 부친이 막 살해된 젊은이 같지 않았다. "문지기를 배치하고", "문무백관에 책임을 지우고", "전적(典籍)을 신중히
서민 교수가 알려주는 이 결정적 장면
[최재천의 책갈피]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너무 많은 양의 소변을 본다." 독일의 학자 게오르크 에버스 소유라서, '에버스 파피루스'라 이름 붙은 B.C. 16세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당뇨병 증상이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미라 속에서 발견된 이 문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 문서가 됐다.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다. 어린이 요실금에 대한 부분이다. "점토를 끓이면 작은 알갱이가 되는데, 요실금을
하이얼의 냉장고 신화, 현대 중국을 만들다
[최재천의 책갈피] <격탕 30년>, <중국 고도성장의 비밀>
1984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서른다섯의 장루이민(張瑞敏)이 망해가는 한 전자공장의 공장장으로 파견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13개 조항의 규칙을 만들었다. 제1항은 "공장 내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봐서는 안 된다"였고, 다른 조항 중 하나가 "공장의 물자를 빼내서는 안 된다"였다. 부임 후 그가 내린 최초의 전략적 결정은 세탁기 시장을 버리고 냉장고를 생
처칠의 가장 무서웠던 적, 우울증
[최재천의 책갈피]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짐승 같은 놈'이라고 흉악범죄자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종(짐승)들에게 몹시 부당하다. … 동일한 종의 구성원 사이에 파괴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고, 대개 너무 혼잡하거나 먹이가 부족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인간은 유례없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그래서 앤서니 스토가 묻는다. "왜 인간은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가." 저자는
짜장면, 나라와 민족을 이은 검은 다리
[최재천의 책갈피] <짜장면>
하얀 밀가루로 만든 짜장면 면발의 색깔은 왜 노란색일까. 한국전쟁 직후 부산에서 음식점을 하던 차지평(車志平)이란 화교가 있었다. 부산시 중화요리협회 지부장까지 지냈다. 우동에 양잿물을 넣는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우동 밀가루에 양잿물을 섞었지요?" "양잿물이 아니라 식소다입니다." 궁지에 몰린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식소다 덩어리였
1945년 8월 15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최재천의 책갈피] <법률가들>
일본 천황의 항복방송이 나오던 1945년 8월 15일, 경성에서는 조선 변호사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총 나흘 동안 이어지는 필기시험의 이틀째로 오전 상법 시험까지는 치렀지만, 오후의 경제학 시험은 치르지 못했다. 일본인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6일과 17일의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시험 등은 자동으로 중단되었다. 요즘의 2차 격인 당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중국 유교 문화를 향한 냉정한 촌평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사상사>
"선종(禪宗)은 시조로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보리달마(菩提達磨)를 든다. 그러나 달마의 전기는 너무나도 전설적인 요소가 많아 역사적 사실로서는 신빙성이 낮다. 선종은 인도에 기원을 갖는다기보다는 체험적 직관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전통에서 발생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축도생(竺道生, ?~434)이야말로 선종의 선구였다고 할 것이다." 선종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