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예외 없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생각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가 이번에는 위기를 이야기한다. 개인, 국가, 세계의 위기다. 특별히 일곱 개 나라를 선정했다.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자신의 나라 미국까지.
책 <대변동>은 이야기체(narrative style)로 서술했다. 역사학자들의 전통적 서술 방식으로, 2400년 전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개발해 역사학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요즘의 사회과학 연구에서 자주 쓰는 계량적 접근법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주제의식은 이렇다. "국가가 중요한 선택적 변화를 시도하도록 자극하려면 위기가 먼저 있어야 하는가, 혹은 문제를 예상하고 행동한 적이 있는가?"
때가 때인지라 '일본' 편에 주목한다. 저자는 일본의 미래를 낙관한다. 하나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 현대사에서만 두 번이나 그랬다. 메이지 유신 시기에 선택적 변화를 추구한 일본은 '긴급 계획'으로 서구 열강의 압력을 견뎌냈다. 쇄국정책을 버렸고, 쇼군 통치와 사무라이 계급과 봉건제도를 포기했다.
그리하여 일본은 독립을 지켰고, 비유럽권으로서는 최초로 국부와 군사력에서 서구 열강과 경쟁할 만한 국가가 되었다. 일본의 과격한 변화는 또 한 번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이때도 군사 대국이란 전통과 황제의 신성이라는 믿음까지 버렸고, 민주주의와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며 수출 경제를 발전시키고 되살려냈다.
"일본의 미래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실패와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인내심과 역량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와 관련된 대목.
"일본은 전쟁을 시작한 책임을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부정하고 있다. 미국의 속임수에 넘어가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했고, 그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게 일본인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오히려 일본은 원자폭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자기 연민에 허우적댈 뿐, 원자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더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오히려 피해 의식과 자기 연민을 강조하는 태도는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일본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정직한 지적에 공감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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