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중반에 접어든 상황에서 비정규 법 처리와 관련한 노사정 대화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이후 노사정 각 진영은 잇따른 논평과 발언을 통해 상호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은 19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비정규법안,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어 노동진영의 의견점검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인권위 의견표명으로 다소 노동계에 힘이 실렸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지 않았지만, 양대노총 중심으로 전개되는 노사정 대화에는 약간의 이견을 표출됐다.
이날 토론회는 박영삼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의 사회로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의 발제,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 노항래 열린우리당 전문위원, 이해삼 민주노동당 비정규철폐운동본부 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인권위 의견표명, "노동계에 딜레마일 수 있다"**
먼저 지난 14일 사실상 노동계 손을 들어준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노동계에 힘이 실린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 속에, 노동계도 딜레마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인권위 의견표명으로 협상지형이 바뀌었다”며 “하지만 노동계는 인권위 의견이 대폭 반영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희 비정규센터 소장도 “사용자·정부에게는 악재이지만, 협상테이블로 간 노동계에도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컨대, 인권위 의견을 기준으로 노동계가 사용자단체와 정부-여당과 교섭 과정에서 더 이상 후퇴된 입장을 개진하거나 합의해 줄 수 없게 된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개선과 변혁, 어디에 주목할 것인가**
한편 노사정 대화란 방식으로 비정규 법 처리를 접근하는 것에 대한 이견도 제출됐다. 즉 노동운동의 전통적 화법인 ‘투쟁’을 통한 의견표명 및 개입이 아닌 ‘대화’란 방식이 오히려 노동계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비정규 법 처리를 둘러싼 노사정 대화는 단지 해당 법제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노사관계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사정 대화가 파국으로 그쳐 사회적 교섭이 무산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원청대기업·하청중소기업 간의 경제양극화, 일자리 없는 성장, 산업공동화, 고령화·저출산 사회화 등과 같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동현안에 비추어 볼 때, 노사정간 지속적인 사회적 교섭의 진행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협상에 들어간 노동계가 ‘개선의 여지’를 강조할 것인가, (정부 법안의) 근원적 한계에 주목할 것인가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노동계 내부의 고민을 지적한 뒤, “더 내어줄 것이 없는 노무현 정부의 한계가 분명한 이상 사회적 대타협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어 “친노동정책은 노무현 정부 출범 4개월만에 끝장난 것이 사실인데, 거기에 한눈 파는 노동운동세력만 비웃음을 사고 한심해 질 뿐”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교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개진했다.
요컨대 이병훈 교수는 수많은 노동현안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비정규 법처리를 위해 조성된 사회적 대화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었다면, 김성희 소장은 노무현 정부의 근본적 한계를 강조하며 사회적 대화가 별 실익이 없거나 오히려 노동계의 운동성 거세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비정규직 당사자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양대노총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사정 대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여성노조는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나지현 위원장은 “양대노총이 참여하는 교섭의 자리가 마련된 것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충분한 논의’를 빌미로 각자가 낸 안을 고집해 처리 시기가 또다시 연장되거나 정부안이 강행통과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나 위원장은 또 “양대노총이 의견수렴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당사자가 느끼는 세세한 문제점까지 대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70%인 여성노동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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