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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는 틀리고, 인권위가 맞다"

[기고] "인권위의 비정규직법안 결정은 국제법에 부합"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의견을 낸 걸 두고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 한 말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인권위가 이러한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목희 위원장의 말은 거짓이다.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하여 인권위가 내놓은 입장은 ▲기간제 남용 방지를 위해 사용 사유를 제한해야 하고,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해야 하며, ▲파견허용 업무에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해야 하고, ▲파견근로자, 즉 비정규직의 노동3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정부여당안과는 거리가 멀고, 그 동안 노동계가 요구해온 안과 비슷하다.

***국제법 정신을 존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비정규직 법안을 다룬 인권위의 활동을 '월권'이라고 이목희 의원은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인권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신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동시에, UN이 지향하는 국제법 정신을 존중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깝다.

이목희 의원으로 하여금 "황당무계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노동계의 편을 들어서 내려진 게 아니다. 오히려 인권위가 비정규직 문제가 갖는 심각성, 그리고 국제법과 각국의 사례를 신중하게 검토하다 보니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가 가입한 UN(국제연합)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이나 ILO(국제노동기구)협약, 나아가 세계인권협약 등의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당한 말씀이다.

***UN과 ILO는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인정**

1966년 UN 총회가 채택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은 제7조 A항에서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해 공정임금ㆍ공정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조항에는 '동일노동ㆍ동일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 원칙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어지는 제8조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즉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ILO협약은 또 어떤가. 협약 제19호는 회원국이 외국인노동자는 물론 임시직 및 단속적(斷續的) 노동자, 즉 비정규직이 산업재해를 당했을 경우 동등처우를 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보상권 보장과 더불어 국적 및 고용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데 있다.

협약 제1백호는 동일보수(equal remuneration)를 규정한 것으로 남녀 노동자의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토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노동부나 이목희 의원은 남녀평등을 하라는 것이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는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르나, 협약 제1백호의 취지가 단순히 남녀간의 차별만 문제 삼은 게 아님은 ILO협약의 목적과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차별 철폐, 선진국 인권위들의 관심 사항**

ILO협약 제1백11호 역시 차별금지를 명시하면서 고용 및 직업에서 기회와 처우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다. 단시간근로에 관한 제1백75호는 또 어떤가? 단시간근로자, 즉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 사회보장, 노조결성, 단체교섭, 연차휴가, 병가, 육아휴가에서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1948년에 공표된 세계인권협약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과 더불어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제23조 2항).

그렇다면, UN같은 국제기구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강조하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노동현장에서의 각종 차별 철폐라는 원칙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아일랜드 등 많은 나라의 인권위원회에서 공히 인정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다. 한국의 인권위원회만 유별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목희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이 "정책의 문제이지 인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한심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시기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이고,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을 괴롭히는 문제다. 이것을 다루는 법안은 당연하게 국민 대다수의 생활과 권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 UN과 ILO 회원국에 걸맞은 해법 내놔야**

인권은 구름 위에 떠다니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평등하게 대우받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정부여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처리하려는 법안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삶이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정책상의 오류가 어디 있고, 인권상의 문제가 어디 있는가.

정부여당이 "무늬만 참여정부"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 싫다면 신중한 검토와 고민 속에 나온 인권위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신중하게 참고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 사회적 대화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UN과 ILO의 회원국임을 인식하고, 국제수준에 걸맞은 비정규직 정책을 내놓길 노사정 3자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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