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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외환은행 매각…"부시 방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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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외환은행 매각…"부시 방한 선물"?

국민행동 " 론스타의 정부 상대 '협박편지'는 김앤장 작품" 주장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최근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매각 심사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갑작스런 외환은행 매각 심사 착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심사를 미뤄왔던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돌연 론스타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매매계약에 대한 승인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위가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이 외부 입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외국자본 프렌들리'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위의 승인 심사를 통해 외환은행이 HSBC로 넘어가 론스타가 '먹튀'에 성공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론스타, 금융위에 서한 보내 "손해배상 소송할 수도"

론스타는 이달 중순께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가 지연돼 HSBC와 계약이 파기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해온 론스타가 HSBC와 매매계약 만료시일이 다가오자 '협박 서한'을 보냈다는 것. 금융위는 서한을 받은 것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받았다는 시인으로 볼 수도 있다.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은 31일이 기한이었으나, 두달간 계약을 연장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손배 소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국가나 행정기관이 적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재산상 피해를 본 경우 '부작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금융위의 행정절차가 일정 기간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부작위나 불법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론스타의 서한은 정부에 부담을 주기 위한 압박용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英 브라운 총리도, 美 부시 대통령도…MB 압박
▲ 금융위의 승인 심사 착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위의 매각 승인 심사와 관련된 압력은 이번 편지만이 아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영국계 은행인 HSBC의 이해를 대변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론스타는 미 공화당을 후원하는 '큰손' 중 하나다. 때문에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착수한 게 내달 5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 선물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론스타는 부시 가문과 가장 절친한 사이인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경영하는 법률회사에 외환은행 문제를 맡겼고, 지난 3월 아버지 부시가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갖는 등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접촉했다. 이 때 외환은행과 관련된 언질이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도 아버지 부시는 미국계 사모펀드들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000년 6월 아버지 부시의 방한 후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가 이뤄졌고, 2003년 4월 방한 후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됐다.

'론스타게이트 의혹규명 및 외환은행 불법매각 중지를 위한 국민행동'(국민행동)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가 자기들이 내세웠던 '법과 원칙'을 뒤집은 배경이 뭐냐"면서 "결국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쇠고기 문제를 야기했던 그 자리에서 론스타 '먹튀'를 약속했다는 루머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며, 내달 5일로 예정된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맞춘 '조공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행동은 "이명박 정부와 금융위가 론스타와 미국 정부, 그리고 영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매각 승인 심사에 착수한 것이라면 또다시 온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론스타-김앤장-MB정부 유착관계에 주목해야"

국민행동의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31일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과 관련된 론스타의 모든 법률적 사항은 마이클 톰슨 법률 고문이 결정을 내린다"며 "톰슨은 한국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항상 상의한다. 론스타의 서한의 주체는 사실상 김앤장"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이 론스타가 2003년 불법행위와 로비 등을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부터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은 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론스타의 지시로 불법로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지난 5월 20일 법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저지른 불법적인 역할과 내가 저지를 불법적인 역할 중 어느 것이 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지를 가려 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금융위의 승인 심사 착수가 사실상 외환은행이 HSBC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론스타가 '먹튀'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제신문과 보수언론에 론스타의 '먹튀'에 불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담은 사설, 칼럼이 실리는 등 언론을 통한 여론 조성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것.

또 이명박 정부는 '외자 프렌들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은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의 결정 지연이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승수 총리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 요직에 김앤장 출신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결국 론스타의 '먹튀'를 허용하지 않겠냐는 관측의 배경이다. 한승수 총리는 2004년 6월부터 총리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총 4억 2000만 원을 받았다. 한 총리는 지난 2003년 SK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소버린이 경영권 분쟁을 하던 당시 소버린의 사외이사로 있었다. 한 총리는 당시 이사회에서 사실상 소버린 측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총리 이외에도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김회선 국정원 2차장, 박인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장용석 청와대 제1민정비서관 등이 김앤장 출신이다.
외환은행 매각에 발 벗고 나선 <중앙일보>

조선, 중앙, 동아일보 중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대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중앙일보>다. 이 신문의 김종수 논설위원은 30일 '헐값 매각 괴담의 진상'이라는 칼럼에서 "광우병 괴담이 잦아든 이후에도 아직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괴담 하나가 있다. 바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 괴담"이라고 주장했다.

김 논설위원은 '먹튀' 논란에 대해 "헐값 매각 괴담의 재료가 된 내부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보면 괴담이 처음부터 무엇을 겨냥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사실상 외환은행 노조가 괴담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괴담의 진상이 이렇다면 부질없는 '헐값 매각' 재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관련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28일 사설 '이제야 심사에 착수한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이번 금융위의 심사 착수 결정은 비록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동안 법적인 논란을 빌미로 외환은행 매각을 장기간 지연시킴으로써 국내에서는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해외에서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의지를 의심받아 온 게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사실 헐값 매각 논란 자체가 국제기준이나 국내 금융법상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데도 '국부 유출'이란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편승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았냐"며 "이제 금융위가 심사 착수를 결심한 만큼 근거 없는 국민정서의 편견을 떨쳐내고 엄정한 자격심사에만 초점을 맞춰 심사를 진행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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