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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돕는 국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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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먹튀 돕는 국회'가 될 것인가

[기고] '론스타 결의안'의 정기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파는데 몰두하고 있다. 불법인수 여부에 대한 법원의 심리 진행도 아랑곳없다. 이번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S)이 구매자로 나섰다. 국민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DBS)에 이어 세 번째다. 9월3일 HSBC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3억달러(약 5조96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언론에 따르면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최종적으로 넘길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불법인수를 통해 얻는 차익은 무려 5조3000여억 원이라고 한다. 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금액은 총 2조1548억 원에 불과하다. '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3억 원에 사들였고, 옵션에 따라 '06년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의 지분 14.1%를 7715억 원에 추가 매입했다.

배당금과 지분매각을 통해 론스타가 벌어들일 총수입은 7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2월 론스타는 주당 1000원의 외환은행 배당을 통해 세금을 빼고 3542억 원을 회수했다. 또 6월에는 지분 13.6%를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팔아 1조 1927원을 추가로 거뒀다. 남은 지분 51.02%를 HSBC에 팔면 63억 1700만 달러(약 5조 9376억원)를 받는다. 회수액은 7조 4845억 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내년 1월31일 이후 거래가 완료될 경우 추가로 1억 3300만 달러(약 1250억 원)를 받게 되어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얻는 차익은 5조 4547억 원으로 늘어난다. 인수자격도 없는 사모펀드가 자산규모 70조원이 넘는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해 불과 4년 만에 천문학적인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이나 국민경제에 기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법원 판결에 책임을 미루는 금융감독위원회

이에 금융감독위원회는 "판결 전 재매각승인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론스타와 HSBC는 일사천리로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0월14일에는 실사를 마쳤다. 10월23일 HSBC의 CEO인 샌디 플락하트는 한 언론과 회견을 가졌다. 그는 "HSBC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기존의 조건부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 1월 말까지 주식취득 신청서를 한국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HSBC는 우리 당국의 입장은 관계없다는 태도다. 행정처분권을 가진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의 판결만 쳐다보고 있다. 10월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외환은행 재매각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 재매각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다. 감독당국에서 판결과는 별도로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06년 3월 국회의 감사요구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결과 론스타의 불법사실도 대부분 확인됐다. 전윤철 감사원장도 "매각승인을 직권 취소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직권취소를 '권유'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조사는 잘 했으나, 처분은 솜방망이였다). 이런데도 금융감독위원회가 직권취소를 미루는 것은 참으로 옹색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임종인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수많은 주연과 조연이 움직인 한편의 범죄드라마"라고 주장했다.

거대한 불법구조 앞에 무기력하기만 한 검찰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론스타 핵심인물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않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론스타 의혹 중간수사 발표'만 한 채 팔짱을 끼고 있다. 론스타의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가 고문들을 동원해 불법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김&장 법률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도 않고 있다.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 재판과정에서 '이헌재 사단' 외에 또 다른 '김&장'의 고문인 제프리 존스씨가 재정경제부 로비자금으로 35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로비를 시도했지만 계약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당시 제프리 존스나 '이헌재 사단'의 로비가 없었다면 인수자격도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살 수 있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외환은행은 의문의 팩스 5장에 적힌 엉터리 수치(6.16%)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조작했다. 금감위는 이를 토대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기관으로 지정했고, 론스타에 매각을 승인했다. 대주주인 국책은행 수출입은행, 은행 업무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가 관여하고 있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보고받았음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는 강행됐다.

돈이면 어떤 불법과 로비도 마다않는 투기자본과 법률회사, 사욕을 위해 자신이 경영인으로 있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팔아넘긴 이강원, 이달용 등 와환은행장과 부행장, 로비에 넘어가 불법을 눈감아준 재경부 고위관료와 금융감독위원회 간부들이 공모한 추악한 범죄로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데도,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검찰도 이 거대한 불법구조를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핵심요직으로 승진한 론스타 관련 공무원들

론스타 게이트에 관련된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고속승진'을 하고 있다. 멀쩡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둔갑시켜 불법으로 사모펀드에 팔아넘긴 장본인들이 지금도 금융정책과 경제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론스타 게이트가 속 시원하게 규명되지도 않고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이던 양천식 씨는 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장이 됐다.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이던 김석동 씨는 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재경부 제1차관이 됐다. 재경부 관료로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을 했던 권오규 씨는 지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으로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주도한 '김&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이던 한덕수 씨는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됐다.

승진한 재경부 차관 김석동 씨는 '론스타 대주주 자격에 대한 직권취소'를 다루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다.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친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 등 관련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해회복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이행해야 할 당사자다. 그러나 이들은 감사원이 요구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불법행위와 정책실패 당사자들로부터 어떻게 올바른 조치가 나오겠는가?

론스타 게이트는 국회가 앞장설 수밖에 없어
▲ 지난 16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임종인 의원ⓒ임종인 의원실

이제 믿을 곳은 국회뿐이다. 이미 3월30일 국회 법사위는 필자를 포함한 여야 모든 의원의 합의로 '한국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감사원 감사결과 등에 따른 특별조치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본회의에 넘겼다. 결의안은 "첫째, 정부는 지난 2003년 9월26일자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보유 승인처분을 즉시 취소할 것과 둘째,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개입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관계 공직자 등에 대해 인사 상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07년 4월 2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44번째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처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여야(정확하게는 원내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의사일정에서 빠져버렸다. 이에 필자는 지난 '07년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결의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국회는 아직까지도 결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07년 10월 29일 국회의장과 대통합민주신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당·국민중심당 원내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한국외환은행 불법매각의혹 감사원 감사결과 등에 따른 특별조치 촉구 결의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처리가 어렵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론스타 문제는 금융 세계화 이념과 결합된 권력비리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수많은 주연과 조연이 움직인 한편의 범죄드라마다. 사건에 관여한 고위 공무원과 지도급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정의감과 윤리의식을 가졌다면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어느 누구도 이 거대한 불법행위에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론스타 게이트는 우리 사회 지도층과 권력집단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집약된 권력형 부패사건인 것이다.

나아가 론스타 게이트는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과 권력집단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념에 사로잡혀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이 승인한 불법사안에 대해 눈을 감고, 이명박 후보가 금산분리 폐지를 위해 '은행과 건설 회사를 같이 소유한 론스타'를 거론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또 다른 론스타 게이트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거둬갈 5조원이 넘는 불법이익은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군 국부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론스타의 약탈적 이익추구를 위해 외환은행 직원 3000명은 이미 해고를 당해 거리로 쫓겨났다. 금융 투기자본은 국부를 빼앗고 양극화와 빈곤화를 부르는 주범인 것이다.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결의안을 통과시켜, 국회가 국민의 진정한 대표기관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힘들게 사는 국민들께 그래도 믿을 곳은 국회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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