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여러 지역에서 활동한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권이면서도 금융 경쟁력이 뒤지는 것은 내부 지향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은행 헐값 인수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론스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정서를 빗댄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론스타의 발빠른 행보
이명박 당선인과 개인적 친분이 아주 두텁다는 데이비드 엘든 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의 개인적 이력과 인수위의 최근 행보는 론스타 사태의 '종결'을 예고하고 있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 위원장도 맡고 있는 엘든 위원장은 2년 전 까지 HSBC 아시아 회장을 지냈었다. 그는 지난 1999년과 2003년 서울은행과 한미은행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HSBC는 지난 해 9월 론스타 측과 외환은행 매각에 합의했다. 이 매각이 이뤄지면 론스타의 '먹튀'는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어 지난 해 10월 엘든 위원장은 이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HSBC는 당초 1월 말로 예정됐던 외환은행 주식취득신청서를 대통령 선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7일 전격적으로 제출했다.
법원과 검찰·론스타의 태도도 달라졌다. 법원은 그간 수십 차례나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 요구에 불응했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지난해 말 갑자기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지난 4일 론스타의 국내홍보사는 "그레이켄 회장이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기소중지 중인 그레이켄 회장에 대해 "구속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론스타 측은 믿는 바가 있는 눈치다. 물론 엘든 위원장 측은 "이제 나와 HSBC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론스타는 미국 측 변호사로 부시 가문과 가장 절친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경영하는 법률회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당선인 대통령 취임 경축 사절단에는 론스타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에 기반을 둔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외국인 투자유치에 앞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은 론스타 문제에 대해 열의를 보여왔었지만 최근엔 아무런 발언이 없다.
무슨 '시그널'이 될까?
일부 인사들은 '경제살리기'와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신정부의 정책방향에 발맞춰 '대승적 차원'에서 론스타 문제가 해결되면 해외자본을 향한 '긍정적 시그널'이 된다고 기대하고 있다.
기실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을 넘길 때 각종 편법, 탈법 행위를 주도한 측은 론스타라기 보다는 한국 정부였다는 지적도 많다. "팔아 넘길 때는 언제고 나중에 와선 딴 소리냐"는 론스타 측의 항변도 일리가 없지는 않는 셈이다.
하지만 각종 금융감독기구의 축소와 더불어 론스타의 성공적 '먹튀'가 어떤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의 간판은 '동북아 금융허브', 실제는 '투기자본의 돈놓고 돈먹기 노름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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